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대만 야구 “누가 넘버3래?’’…뜨거운 집념, 도쿄돔 삼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대만 프리미어12 야구 대표팀이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대회 일본과 결승전이 끝난 뒤 메달 시상식에서 국가를 듣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던 대만 야구가 사상 처음으로 프리미어12 최정상에 섰다. 조별리그 첫번째 경기였던 한국전부터 절대 강자인 일본과의 결승전까지 대만이 보여준 ‘우승을 향한 집념’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야구가 국기인 대만은 그간 국제대회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한국이 본선에 출전하지 못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2006 도하 대회)을 목에 건 적은 있으나, 전세계가 출전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프리미어12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는 번번이 탈락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아마 선수가 출전했던 1992 바로셀로나올림픽 은메달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프로 야구 저변, 선수층 등에서 일본·한국에 견줘 열악해 아시아 야구 ‘넘버 쓰리(3)’로 평가받고는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만큼은 달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했지만, 국외리그에서 경험이 있는 유망주들을 포함했다. 대만은 12개 출전국 가운데 평균 연령(24.6살)이 가장 낮았으나 선발 투수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보여줬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조별리그 탈락 확정 뒤 “대만은 유망주들을 외국에 보내는데, 우리나라는 막는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겨레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 선발 투수 린여우민. 도쿄/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좌완 선발 투수 린여우민은 메이저리그 더블에이(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뛰다가 대만 대표팀에 승선해 이번 대회 첫 경기(조별리그 B조 1차전)와 결승전에서 한국과 일본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에이스 선발이 중심을 잡고 버티자, 타선에서 안타가 터지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벤치에서는 한 템포 빠른 불펜 교체로 경기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한국과는 다른 운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에이스 선발 투수 실종 사태를 겪으며 고전했다. 불펜진이 강했지만, 선발이 조기에 무너지면서 대만전과 일본전 모두 어렵게 풀어갔다. 대만전에서는 고영표가, 일본전에서는 최승용이 3이닝도 버티지 못했다.



일본은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렀던 결승전에서 5회초 대만의 선두 타자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을 때도 선발 도고 쇼헤이를 내리지 않고 버텼다. 그러다 후속 타자에게 쓰리런을 맞고 침몰했다. 2019년부터 이어진 국제 대회 27연승 행진이 만든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은 투수 교체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다. 일본 불펜진은 당시 몸도 풀지 않고 있었다. 2015년 초대 대회 한국과 준결승전 때 오타니 쇼헤이(현 LA 다저스)를 너무 일찍 내려서 역전패를 당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한겨레

프리미어12 결승전이 끝난 뒤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대만의 전제션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만은 고비 때마다 승리를 향한 집념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을 상대로는 끝까지 선발 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일본전)를 앞두고선 승패와 관계없이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벌금(2000달러)까지 물면서 선발 투수를 교체했다. 결승전 상대이기도 했던 일본이 대만의 비신사적인 행동을 놓고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지만, 대만은 신경 쓰지 않았다.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할지 알 수 없다”던 대만 린웨핑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우승 하나만을 보고 모든 경기를 치렀다. 한국 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부터 일본을 제쳐놓고 경우의 수를 고려한 상황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엠엘비(MLB)닷컴은 “아마도 야구 국제대회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이변일 것”이라며 대만의 우승을 재조명했다. 2026년 세계야구클래식(WBC)과 2026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대만 야구와 맞붙게 된다. 최근 2승4패의 열세를 고려하면 이제 대만 야구는 결코 쉽지 않은 상대가 됐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세상의 모든 책방, 한겨레에서 만나자 [세모책]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