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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ㅣ 강경윤 기자] 세계 최초 청각장애 멤버들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빅오션'은 내딛는 걸음걸이마다 '최초'와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전 세계 누구도 가보지 않는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빅오션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 동참해 달라는 의미가 담긴 첫 번째 미니앨범 '팔로우'(Follow)를 전격 발매했다. 미국 유력 매체 롤링스톤도 집중 조명했다.
멤버 가운데 2명은 어릴 적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고 한 명은 사고로 한쪽 귀의 청력을 소실했다. 찬연은 두 쪽 귀에, 현진은 한쪽 귀에 인공와우 이식을 받았다. 지석은 두 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세 명은 질문 하나를 놓칠세라 기자의 입모양에 눈동자를 반짝이며 집중했다. 멤버 한 명이 질문을 놓치면 수어로 전달하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세 사람의 모습을 보니 청각장애를 가진 부친이 생각나 괜스레 울컥해지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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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빅오션에서 랩을 담당하는 찬연이라고 해. 밝은 미소가 내 트레이드 마크이지. 나는 어릴 때부터 춤에 관심이 많았어. 빅오션의 연습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환자의 청력검사를 돕는 청낭사였어. 나는 쉴 때 그림을 그리거나 배드민턴을 쳐. 연예인이 되고 나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거야. 세븐틴 부승관 선배님, 배드민턴 한번 치는 거 어때요?" (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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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빅오션 멤버로 가장 먼저 발탁된 현진이라고 해. 팀에서는 메인보컬을 맡고 있어. 사실 빅오션을 하기 전에는 유튜브였어. 청각장애인의 인식 개선을 돕는 콘텐츠를 제작했거든. 빅오션을 하기 전부터 응원해 주신 고마운 팬분들이 있어. 나는 꿈이 많아. 피아노도 연주도 하고 싶고, 우리 앨범에 우리만 할 수 있는 빛과 소리를 넣고 싶어. 요즘은 책도 많이 읽고 있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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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오션에서 막내이지만 가장 진지한(?) 지석이라고 해. 나는 데뷔 전까지 장애인 알파일 스키대표팀으로 활동했어. 9살 때부터 스키 한길만 걸었는데, 우연히 현진이 형의 촬영 현장을 구경 갔다가 소속사 차해리 대표님의 눈에 띄어서 길거리 캐스팅이 되었지. 정말 큰 행운이었어. 취미는 카페에서 아인슈페너 마시기인데 요즘은 바빠서 통 시간을 내진 못해. 알파인 스키선수와 아이돌 가수 중에서 뭐가 더 좋냐고? 음(진지...) 당연히 빅오션이지." (지석)
▶가장 감동을 받은 순간은 언제였어?
"7개월 전 MBC '쇼 음악중심' 데뷔 무대가 아닐까 싶어. 떨리는 마음으로 데뷔 무대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올 때 팬분들이 만들어주신 영상 선물을 받았거든. 영상에는 수어로 '데뷔를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었어. 데뷔 전부터 우리를 응원해 주신 분들이 더없이 든든했어." (찬연)
"난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일. 팬분들과 함께 뮤직비디오 영상을 찍고 싶은 게 버킷 리스트였거든. 프랑스 파리에서 랜덤 댄스 플레이 콘셉을 촬영을 하는데, 현장에 와주신 프랑스 파도(팬클럽) 분들이 우리를 응원해 주시고 함께 영상 촬영도 해주셨어. 정말 황홀한 분위기였어." (현진)
"나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K-박람회' 무대를 잊지 못해. 많은 팬분들이 환호성을 질러주셨거든. 사실 당황도 했어. 왜냐면 환호성 때문에 음악 소리를 잘 듣지 못해서 안무를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서 난감했어. 그때 현진이 형을 봤는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라고.(웃음) 그렇게까지 큰 반응이 있을지 몰랐는데 팬들의 응원을 받고 큰 힘을 얻었어."(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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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각장애 아이돌, 세상에 없는 일이었잖아, 힘들 때도 있었어?
"사실 연습할 때가 힘들었어. 우리는 비장애인들과는 조금 다르게 소리를 듣거든. 받아들이는 소리의 시간차도 있어. 그래서 연습할 때 빛 모니터를 사용하기도 했고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차고 비트를 연습하기도 했어. 멤버들마다 비트를 받아들이는 시간차가 달라서 조금씩 다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그걸 맞추는 연습이 쉽지 않았어."(현진)
"나는 연습방법을 늦게 알았어. 멤버들이 춤추는 걸 보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데 연습할 때 거울 속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면서 안무를 하면 안된다고 지적을 받은 거지.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았어. 그동안 정말 막막했는데 개인 레슨을 받고 연습 방법을 바꾸고 나서 춤 실력도 늘면서 자신감을 찾았어."(찬연)
"찬연이 형이 얘기한 것처럼 멤버들이 매 곡마다 안무를 서로 봐주고 연습을 해야 했어. 최종적으로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 의견을 많이 맞춰야 해. 서로가 받아들이는 소리가 다 다르니까. 그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무대를 꾸몄을 땐 정말 행복해."(지석)
▶ 해외에도 팬들이 많다고 들었어. 기억에 남는 팬이 있어?
"데뷔 전부터 우리는 팬들과 소통을 많이 했어. 미국에 팬분들이 제일 많은 걸로 알고 있어. 나는 영어를 배우고 있고, 찬연이 형은 한국 수어를, 지석이는 미국 수어를 해서 팬분들과 소통하지. 얼마 전에 외교부 글로벌 청년 대화에 연설자로 나갔는데, 거기에도 파도분이 찾아와 주셨어. 정말 힘이 나고 고마웠어."(현진)
"우리가 미국 뉴욕에서 팬미팅을 할 때였어. 한 팬이 오셔서 수어로 '너희를 만나서 꿈만 같아'라고 얘기를 해주시는데 정말 감동했어. 우리는 그동안 콘텐츠나 음악으로만 팬분들을 만났기 때문에 실제로 보면 어떨지 사실 걱정도 했거든. 근데 우리를 보고 '꿈만 같다'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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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빅오션은 어떻게 성장할까.
"첫 번째 버킷리스트였던 뮤직비디오의 꿈을 이뤘고, 두 번째 버킷리스트인 음악으로 더 성장하고 싶어. 인공와우로 듣는 음악과 보청기로 듣는 음악은 분명히 달라. 그런 다름에서 나오는 소리를 음악으로 활용해보고 싶어. 그건 우리밖에 못하는 거니까. 그렇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그리고 빛을 이용한 무대도 꾸미는 게 꿈이야."(현진)
"난 조금 개인적인 소망을 얘기해도 될까. 사실 빅오션을 통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나는 개인적으로 친구가 별로 없거든. 그래서 외롭기도 했어. 그래서 전 세계에 있는 파도분들을 만나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 하나 더 원하는 게 있다면 친구를 갖고 싶어."(찬연)
"다음 앨범에는 우리 멤버들 모두 보컬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서 성장한 모습으로 라이브 무대를 꾸미고 싶어. 처음이다 보니까 라이브에 대한 도전을 많이 하진 못했거든. 우리의 목소리를 통해서 빅오션의 색깔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어."(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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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백승철 기자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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