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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동갑내기 라이벌'에서 '원팀'으로...조코비치, 4차례 호주오픈 결승서 만났던 머레이 코치로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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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물고 물린 1987년 동갑내기
내년 1월 호주오픈까지 '한배'
'호주오픈 무관' 머레이, 코치로 정상 도전
조코비치는 최다 우승 단독 1위 조준
한국일보

노박 조코비치(왼쪽)와 앤디 머레이가 2016년 5월 9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무투아 마드리드 오픈 단식 결승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마드리드=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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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5월 테니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 두 사내가 각각 영국과 세르비아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태어났다. 소년 시절부터 치열한 맞대결을 펼친 둘은 성인무대에서도 총 36번을 만나 25승과 11승을 나눠가지며 라이벌 관계를 이어갔다. 프로 전향 이후 약 20년간 각종 대회에서 경쟁했던 이들이 이제 적이 아닌 동지로 테니스 코트에 나선다. 37세 동갑내기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앤디 머레이(영국)의 얘기다.

조코비치는 24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의 위대한 라이벌 중 한 명이었던 머레이를 코치로 선임했다"며 "머레이와 함께할 새 시즌이 무척 기대된다. 내년 호주오픈에서 머레이가 나와 같은 쪽 코트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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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 조코비치가 지난달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롤렉스 상하이 마스터스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테일러 프리츠를 물리친 후 기뻐하고 있다. 상하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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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와 머레이는 2000년대부터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함께 테니스계의 '빅4'로 군림했다. 이 중 페더러가 2020년 가장 먼저 코트를 떠났고, 머레이는 올해 8월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다. 나달 역시 최근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내년에는 조코비치만이 빅4 중 홀로 남아 외로운 여정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오랜 라이벌이었던 머레이가 내년 1월 12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호주오픈 종료까지 코치로 합류하면서 조코비치는 든든한 동반자를 얻게 됐다.

호주오픈은 두 선수 모두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 대회다. 우선 조코비치는 이 대회에서 10번이나 정상에 선 역대 최다 우승자다. 총 24번의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 중 절반에 가까운 트로피를 이 대회에서 수확했다. 다만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4강에서 탈락했다.

반면 머레이는 유독 호주오픈과 인연이 없었다. 5차례나 결승에 올랐지만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이 없다. 그리고 그중 네 번의 결승전에서 머레이를 막아선 당사자가 바로 조코비치다. 이제 머레이는 현역 시절 인연을 맺지 못했던 호주오픈 정상을 조코비치의 코치 자격으로 도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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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머레이가 2013년 7월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그는 이 우승으로 77년 동안 자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영국인들의 설움을 씻어냈다. 런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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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상대전적에서는 조코비치가 호주오픈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앞서 있지만, 반대로 머레이가 조코비치의 발목을 잡은 적도 있다. 머레이는 2012년 US오픈과 2013년 윔블던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꺾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만약 조코비치가 이 두 대회 중 한 경기만 잡았다면 그는 일찌감치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단독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현재 그는 마거릿 코트(호주·은퇴)와 함께 해당 부문 공동 1위(24회)에 올라있다.

20년 넘게 물고 물리며 서로의 우승과 기록을 막아섰던 둘은 테니스 입문 후 처음으로 한배를 탄 것에 대해 남다른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조코비치는 "머레이와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와의 이야기는 끝난 것 같았지만 마지막 장이 남았다"며 "나의 가장 힘들었던 상대 중 한 명과 우리 쪽 코너에서 함께하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머레이 역시 "처음으로 조코비치와 같은 편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의 목표 달성을 돕게 됐다. 정말 기대가 크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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