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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모두가 쉬고 있을 때, 방망이를 들고 나타났다… SSG 내야 세대교체, 한 발이 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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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애들이 다 힘들어 할 시기라… 누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어요”

SSG 가고시마 캠프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저녁 식사를 마친, 어둠이 짙게 깔린 숙소 앞. 2025년 시즌을 앞두고 지도자로 친정팀에 돌아온 이명기 코치는 숙소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강훈련으로 짜인 캠프가 이어지면서 선수들이 지칠 시점이라 코칭스태프는 이날 야간 훈련을 생략하고 자율로 맡기기로 했다. 선수들 모두가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청하고 있는 날이었다. 자율 훈련 시작 10분 전에 숙소 앞에 나온 이 코치는 “누가 나올지 모르겠다”면서 선수들을 기다렸다.

다음 날 연습경기도 있었기에 애당초 많은 선수들의 참여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디 나갈 힘도 없는 시점, 실제 이날 선수들은 대부분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약속 시간에 맞춰 한 선수가 방망이를 들고 숙소 앞으로 나왔다. 우타 내야 유망주인 김성민(23)이 그 주인공이었다. 김성민은 “코치님, 가시죠”라고 힘차게 이야기했다. 이 코치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번 캠프에서 타격 파트를 이끈 강병식 이명기 코치는 “김성민이 정말 열심히 훈련을 한다. 괜히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유일한 자율 훈련 참가자인 김성민은 이 코치와 한동안 방망이를 돌리다 숙소로 돌아갔다. 김성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야간에 엑스트라도 없었고, 사실 방에서 할 일도 없었다. 다음 날 경기도 있어 방망이라도 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나갔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이번 캠프, 그리고 2025년을 기다리는 김성민의 강한 의지를 상징하고 있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2020년 팀의 2차 2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은 김성민은 한때 팀 내야의 최고 유망주 중 하나로 큰 기대를 모았다. 수비는 가다듬을 점이 많지만 공격력에 있어서는 확실한 재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단 당시 포지션인 유격수가 아니더라도 3루나 2루에서 팀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1군 데뷔도 또래들보다 빨랐다. 신인 시즌이었던 2020년 1군에 데뷔해 9경기를 뛰었다. 타율 0.286에 홈런 두 방을 치며 우울했던 시즌의 한가닥 위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로는 내리막이었다. 공·수 모두에서 자기 것을 찾지 못해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자리는 없었다. 2024년 찾아온 기회도 흐지부지 날아갔다. 새로운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어오며 플로리다 캠프까지 참가해 비교적 괜찮은 반응을 얻어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시즌 내내 2군에 있었다. 2군 50경기에서 타율 0.263, 2홈런, 21타점에 그치면서 1군 콜업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1군 3루에는 최정이라는 거목이 있었고, 유격수 포지션을 차지한 박성한은 그 자리를 꽉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퓨처스팀 코칭스태프가 김성민의 공격적 재능을 살리기 위해 1루 전향까지 생각하는 등 여러 방법을 고안했지만 1군에 가지는 못했다. 김성민은 그 상황을 원망하지 않고 모두 자기 탓이라고 했다. 김성민은 “일단 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수비도 확실하게 완성되지 않았고, 공격도 타격 메커니즘이 타석마다 달라졌다”고 되돌아봤다. 일관적인 경기력이 나오지 않으니 스스로도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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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훈련뿐이었다. 만년 유망주 딱지를 벗기 위해 부지런히 방망이를 돌린다. 김성민은 “작년 마무리캠프도 대단한 각오를 하고 왔지만, 올해는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왔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강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김성민의 자질을 눈여겨봤던 강병식 코치가 가고시마 캠프에 온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김성민은 “나만의 것을 만들려고 코치님들에게 질문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작년과 올해는 폼에 많이 신경을 썼다. 하지만 코치님은 ‘폼이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만 일정하게 잡아가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하신다. 타이밍을 잡는 것이 많이 바뀌었다”고 현재까지 성과를 설명했다.

가고시마 캠프 이전에 시작된 강화 캠프에서도 강병식 코치와 이야기를 많이 하며 그 타이밍을 가다듬고 있다. 스스로도 달라진 것을 느낀다. 김성민은 “한 달 전의 나와 지금은 달라졌다는 것을 스스로 많이 느낀다. 장타 욕심이 있다 보니 스윙이 엄청 컸었다. 타이밍이 다 늦었다. 지금은 그 컸던 스윙을 간결하게 하고, 오른쪽 팔꿈치에 신경을 쓰면서 궤적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민은 “이제야 좀 선수같이 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강훈련이 헛되지는 않았음을 상징하는 미소다.

팀이 큰 기대를 건 유망주였고 2군에서도 꾸준히 기회를 얻었다. 아직 1군 실적은 확실하지 않다. 그 대우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김성민이다. 김성민은 “잘하면 올라가는 것인데 솔직히 내가 못 했다. 작년도 그랬지만 올해도 이렇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셨다. 언제까지나 나를 봐주지 않을 것을 나도 알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다른 선수들이 잘하면 응원해주고 축하해주지만 자극도 많이 받았다. 이제는 위기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잘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훈련을 비시즌에도 문학에서 계속 이어 가려고 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금 흘린 땀이 SSG의 2025년 내야에 파란을 가져다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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