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 황제’ 흙신 나달 공식 은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로이터 뉴스1·그래픽=이철원 |
라파엘 나달(38)이 23년 동안 누볐던 코트를 떠났다.
나달(세계 랭킹 154위)은 20일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2024 데이비스컵 8강전에 스페인 대표팀 멤버로 출전했다. 첫 단식 경기에 나선 그는 네덜란드 보틱 판더잔츠휠프(29·80위)에게 세트 점수 0대2(4-6 4-6)로 졌다. 국가 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스페인을 4번 우승으로 이끌었던 나달이 이 대회 단식에서 패배한 것은 데뷔 무대였던 2004년 1라운드 이후 20년 만이었다. 데이비스컵 통산 단식 성적은 29승 2패.
그래픽=이철원 |
스페인은 네덜란드에 1승 2패로 져 탈락했다. 나달에 이어 2단식에 출전한 카를로스 알카라스(3위)가 승리했으나, 마지막 복식의 알카라스-마르셀 그라노예르스가 패배했다. 나달은 동료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했으나 패색이 짙어지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데이비스컵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던 나달은 화려했던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엔 코트에서 은퇴 행사가 열렸다. 그는 “나는 꿈을 좇는 아이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았고, 꿈꾼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룬 아이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광판엔 나달이 누렸던 영광의 순간들이 흘러갔다. 세리나 윌리엄스, 앤디 머리, 노바크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이상 테니스), 데이비드 베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축구) 등 스포츠계 스타들이 나달에게 찬사를 보내며 행운을 기원하는 영상 편지도 곁들여졌다. 나달은 감회에 북받친 듯 눈가를 훔쳤다. 1만3000여 팬이 기립 박수로 작별 인사를 했다.
페더러(스위스)는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달에게 장문의 헌사를 띄우기도 했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 통산 20승을 거뒀던 페더러는 “당신이 나를 이긴 적이 더 많았다. 클레이코트에선 당신의 뒷마당에 발을 디딘 것 같았다. 공이 라켓 끝에라도 맞기를 바라며 헤드의 사이즈를 바꾸기까지 했다”면서 “당신은 내가 테니스를 더 즐기게 했고, 스페인과 테니스계 전체를 자랑스럽게 했다”라고 말했다. 페더러는 나달과 대결에선 16승 24패로 뒤졌다.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도 3승 6패로 밀렸다. 페더러는 자신의 은퇴 경기였던 2022년 레이버컵에서 나달과 복식 조를 이뤘던 것을 회상하며 “당신은 라이벌이 아니라 파트너로 내 곁에 있었다. 내게 더없이 큰 의미가 있었다. 우리가 같은 코트에서 눈물을 나눈 것은 영원히 가장 특별한 순간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1986년 6월에 태어난 나달은 2005년 프랑스 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타이틀을 땄고, 2022년 프랑스 오픈까지 그랜드슬램(메이저) 단식에서 22번 우승했다.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의 24회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특히 나달은 프랑스 오픈에서만 14번 우승해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렸다. 나달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회에서 단식 금메달을 걸며 앤드리 애거시(미국)에 이어 남자 선수로는 두 번째 ‘커리어 골든 슬램’을 달성했다. 올해 조코비치가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따 세 번째 남자 골든 슬램 주인공이 됐다.
강한 체력, 빠른 발,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앞세웠던 나달은 30대 중반부터 여러 부상에 시달리며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8월 파리 올림픽 이후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다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식스 킹스 슬램)에 참가했는데, 알카라스와 조코비치에게 모두 0대2로 졌다. 페더러에 이어 나달이 은퇴하면서 2000년대 세계 테니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빅 3′ 중에선 이제 조코비치만 남았다.
[성진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