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 인종차별 건으로 징계를 받기 전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18일(한국시간) "벤탄쿠르는 사실 기자가 손흥민을 언급한 방식에 대해 비꼬는 방식으로 기자를 질책한 것이라고 변호했다"라고 보도했다.
영국축구협회(FA)는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장 정지 징계와 10만 파운드(약 1억 766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벤탄쿠르가 이번 징계를 받은 이유는 FA규정 중 E3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현지 보도에 의하면 벤탄쿠르에게는 가중 위반 혐의도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E3 가중 위반 규정은 E3.2 규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기존 E3.1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부적절한 행위나 폭력적인 행동, 모욕적인 언행 등에 차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가중 위반에 해당된다. 벤탄쿠르는 방송에서 명백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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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탄쿠르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지난 6월이었다. 당시 2023-24시즌을 마친 뒤 고국 우루과이로 돌아가 휴가를 보내고 있던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aeta)'에 출연했다.
'포르 라 카미세타' 진행자인 라파 코텔로는 벤탄쿠르에게 토트넘 선수의 유니폼을 요청하면서 손흥민을 손흥민의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한국인이라고 지칭했다. 이를 알아들은 벤탄쿠르는 "손흥민의 유니폼?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은 어떤가? 그들(한국인들)은 다 똑같이 생겼으니 말이다"라고 답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공개된 직후 논란이 됐다.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들의 외모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를 전했다.
손흥민도 이에 화답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가 본인이 실언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실수를 인지, 자신에게 사과를 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지나간 일"이라며 프리시즌에 다시 벤탄쿠르를 만나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줬다.
손흥민이 사과를 받아 들이면서 인종차별 사건이 이대로 마무리되는가 싶었지만 사건 발발 후 약 3개월이 지나 벤탄쿠르의 징계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벤탄쿠르가 지난 9월 손흥민 인종차별 건으로 FA에 기소된 것이다.
벤탄쿠르가 기소된 후 손흥민은 다시 한번 팀 동료를 변호했다. 그는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난 벤탄쿠르를 사랑한다. 우리는 좋은 추억을 많이 가졌다"라며 "벤탄쿠르는 알고 있었고, 곧바로 사과했다"라며 설명했다.
이어 "난 휴가 중이라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라며 "벤탄쿠르는 내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고, 이것이 벤탄쿠르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라며 벤탄쿠르가 직접 사과문을 보냈다고 전했다.
또 "이후 벤탄쿠르는 훈련 중인 나를 보고 거의 울기까지 했다. 그는 정말 미안해했다"라며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실수를 한다. 난 벤탄쿠르를 사랑하고 우리는 형제로서 함께 나아간다"라며 벤탄쿠르를 감쌌다.
손흥민의 변호에도 FA는 18일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 7600만원) 중징계를 부과했다. 또 대면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하라는 명령까지 내렸는데, 해당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할 경우 선수 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
한편 징계가 발표된 후 벤탄쿠르가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독립 규제 위원회 상대로 자신의 실언에 대해 해명한 내용이 드러났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매체는 "벤탄쿠르의 답변은 냉소적이었고 손흥민을 '그 한국인'이라고 부르는 기자에 대한 부드러운 질책이었다"라며 "벤탄쿠르는 모든 한국인이 비슷해 보인다고 믿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해서 벤탄쿠르가 사용한 단어는 기자가 완전히 부적절한 일반화를 사용한 것에 대해 가볍고 유쾌하게 질책하는 방식이었다"라며 "또 기자는 다른 시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이름을 거론했기에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라고 덧붙였다.
즉, 당시 벤탄쿠르와 인터뷰를 한 라파 코텔로가 손흥민의 이름을 알고 있음에도 '한국인'이라고 지칭하자, 이를 지적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다.
또 벤탄쿠르는 해당 인터뷰가 자신의 집에서 비공개로 진행됐기에, 자신의 발언이 외부로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매체는 "벤탄쿠르는 합리적인 사생활 보호 기대와 더불어 기자가 게시한 내용에서 보다 상식적인 면을 보여줄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가졌다고 계속 주장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벤탄쿠르는 인터뷰 내용에 대해 편집 권한이 없으며 코텔로가 벤탄쿠르의 발언을 알리기로 결정한 것에 놀라움을 표했다"라며 "특히 코텔로의 발언과 관계 없이 그런 발언이 무의미하게 나온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독립 규제 위원회는 벤탄쿠르의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매체에 따르면 위원회는 "벤탄쿠르의 발언이 코텔로가 손흥민을 '한국인'이라고 부른 것을 두고 비꼬는 듯한 부드러운 질책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용어로 답하는 건 객관적으로 모욕적이거나 학대적이며 매우 공격적인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또한 벤탄쿠르가 SNS에 올린 사과물은 그가 자신의 발언이 클럽의 성명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 공격적이고 모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명시한다"라며 "판결은 또한 손흥민의 답변과 '실수'에 대한 언급도 이를 보여준다고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벤탄쿠르가 코텔로에게 한 말은 비공개로 한 말이기에 사생활 보호를 기대했다는 선수 측의 추가 제출에도 우리는 감명받지 못했다"라며 "코텔로는 유명 우루과이 축구 선수들의 소식을 전하는 유명한 기자입니다. 코텔로 씨가 인터뷰에서 그에게 한 말을 자유롭게 공개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벤탄쿠르는 발언을 더욱 조심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벤탄쿠르의 해명 내용은 팬들 사이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이미 사건이 처음 터졌던 5개월 전부터 잘못된 발언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벤탄쿠르도 사과문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지 및 인정했다. 하지만 징계가 가까워지니 받아들이기 힘든 해명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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