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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談談한 만남] 스포잇 권정혁 대표 “선수가 자신을 알릴 수 있도록···K-스카우팅 시스템 구축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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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혁 스포잇 대표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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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을 선도할 스포츠 스카우팅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한다.”

남다른 길을 걸어간다. 시작은 평범했다.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시절 축구선수 제안을 받았다. 어려운 길인 것 같아 몇 번을 도망치기도 했으나, 끊임없는 권유에 축구계에 발을 들였다. 일찌감치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봤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운동선수는 일정 수준의 학점을 맞추는 것에 급급하지만, 남들과 다른 미래를 그리며 펜을 잡았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혔다. 운동을 소홀히 했던 것도 아니다. 한국 골키퍼 최초로 유럽 진출과 K리그1 최장 거리 골이라는 족적도 남겼다. 나아간다. 마흔에 유니폼을 벗고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남다른 시각으로 ‘스포츠 스카우팅 플랫폼’을 개발 중인 권정혁 스포잇 대표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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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혁 스포잇 대표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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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권정혁입니다.”

최근 체육계는 학교운동부 선진화의 일환으로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을 추구하고 있다.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권 대표는 이에 딱 맞는 대학생이었다. 동료들이 수업에 들어가 고단한 훈련의 피로를 풀며 단잠에 빠져있을 때, 눈빛을 번뜩이며 펜을 잡았다. 그는 “선수로 대학에 진학했더라도 다 프로에 가는 것도 아니고 주전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다치면 금방 소외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신문방송학과를 선택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학점이 점점 잘 나오기 시작했다. 김태호 PD 같은 유명한 분들이랑 수업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흔까지 프로 축구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쌓은 경험은 권 대표를 계속 성장시켰다. 2001년 울산 현대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처음 프로에 왔을 때 많이 힘들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골키퍼가 킥을 안 차는 경우가 많았는데, 프로에 오니 형들이 ‘킥도 못 차냐’면서 놀렸다. 이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프로에 벽을 느껴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가늘고 길게 가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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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혁 스포잇 대표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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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게’라는 다짐과는 다소 다르게, 8년 차를 맞이한 2009년 한국 골키퍼 최초 유럽 진출이라는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핀란드의 1부 리그 팔로세우라(ROPS)로 향하며 유럽 무대를 밟았다. 권 대표는 “청소년 대표나 국가대표를 하면서 외국에 나가다 보니 외국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병역 문제를 해결한 뒤였고, 원하는 팀이 있어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대학생 때부터 꾸준하게 해 온 영어 공부 덕에 의사소통도 문제가 없었다. 두 번째 팀인 VOS 바사에서 리그 베스트 11에 드는 영광을 누리는 등 ‘뒤늦은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그는 “유럽 생활이 재밌었다. 당시엔 한국보다 운동량이 많지도 않았고, 재활도 열심히 해서 몸이 좋아졌다”면서 “문화가 특이했다. VOS 바사로 이적했을 때 주장은 은행원 자격증, 한 동료는 엔지니어 자격증이 있었다. 은퇴 이후에 꼭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없더라. 그때부터 미래를 미리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당연하게도 2013년 7월21일이다. K리그1 최초의 골키퍼 필드골이자 최장거리(85m) 골 기록을 경신한 순간이다. 전반 39분 인천의 오른쪽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길게 공을 찼다. 이 공은 제주의 아크 부근까지 날아가 한 번 튀었고, 위치 선정을 위해 앞으로 나온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어 골망을 흔들었다. 권 대표는 “선수를 보고 찼는데, 너무 잘 맞았다. 연결이 안 될 것 같아서 ‘에이 잘못찼네’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가더라. 축구의 신이 있다면 내게 선물을 준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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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혁 스포잇 대표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몸을 날려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사진=스포잇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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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잇 대표 권정혁입니다.”

바람대로 ‘길게’ 선수 생활을 했다. 골키퍼라는 특수성도 있었지만 성실했기에 햇수로 16년, 마흔까지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었다. 은퇴라는 싱숭생숭한 단어를 마주하니, 핀란드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생각났다. 축구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각자 살 길이 있었던 그들을 떠올리며 권 대표 역시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스포츠와 아이티(IT)를 결합해 만든 ‘스포잇’의 첫 시작이다. 먼저 은퇴 선수들의 진로를 탐색해줄 수 있는 스포츠 강연 사업을 시작했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요소에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드림 어시스트’라는 프로그램도 함께할 수 있게 됐다.

권 대표는 “은퇴 후 1년 정도는 쉬면서 사람도 만나고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특별한 아이템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은퇴 선수들이 유소년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연결 사업으로 시작했다. 물론 코로나19로 타격도 받았고, 처음 8개월 정도는 수입이 없으니까 아침부터 우울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면서도 “계속하다 보니 일이 늘어났다. 하던 일에 더불어서 축구선수의 포트폴리오 영상 제작 사업, 풋볼센터 운영 사업 등 점점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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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혁 스포잇 대표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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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잇의 현재 주력 사업은 ‘인공지능 기반 스카우팅 플랫폼 개발’이다. 아직 축구계는 스카우팅 관련 시스템 및 인력 부재로 많은 선수가 자신을 알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등록 선수 대비 에이전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초중고 축구선수가 프로에 진출해 성공할 확률이 낮다. 최근 대학들은 입시 요강에 선수 포트폴리오 영상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수 스스로가 수많은 경기 영상을 찍고, 활약상을 골라 편집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위해 스포잇이 AI 기술 기반으로 선수의 활약상 영상, 퍼포먼스 지표, 개인 커리어 등 데이터를 담은 스카우팅 리포트를 제작하고 있다. 스포잇은 최근 ‘구글 포 스타트업 클라우드’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재정과 인프라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권 대표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축구 경기 촬영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객체 인식, 탐지, 추적, 추출을 통한 한층 고도화된 선수 플레이 분석이 가능하다”며 “개발적으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선수 영상 제작 시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인공지능 개발을 통해 대폭 줄였다. 이로써 스카우팅 리포트가 필요한 선수에게 단가를 낮춰서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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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혁 스포잇 대표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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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넘어 스포츠 AI 선도 기업으로

스포츠계에서 창업으로 5년 이상 승승장구하는 업체가 많지 않다. 이중 스포잇은 단지 역량으로만 살아남은 강자다. 권 대표는 “지금도 사실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지만 살아남았다는 것에 기쁘고 감사하다”며 “사업적으로 성공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기여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먼저 내부적으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사내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시간을 쓰면서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복지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 산업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스포잇은 신뢰성 높은 자료 구축, 유망한 선수 발굴 및 관리,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가 가능한 AI 기반 스포츠 스카우팅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스포츠 경기 영역 및 영상 추출 방법에 관한 3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개발 중 확보되는 기술에 대해서도 출원 등록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추가 인력 충원도 예정돼 있다.

권 대표는 “향후엔 세계시장을 선도할 스포츠 스카우팅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한다. 체계적인 K-스카우팅 시스템 구축이 목표”라며 “이를 이루기 위해선 1차 목표로 국내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8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나아갈 것이다. 국내 전체 시장 진출 후에는 40조 규모의 세계 축구시장을 노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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