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오픈에서 역대 최고령 우승을 기록한 최경주(KP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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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요리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이 화제 속에 종영했다. <흑백요리사>는 대한민국 최고 스타 셰프 ‘백수저’와 맛 하나는 최고로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가 맞붙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여파는 여전히 뜨겁다. 손님이 몰리는 인기 셰프 레스토랑은 식당 예약 플랫폼을 마비시킬 정도다. 일반인 문턱이 높았던 청담동 파인다이닝부터 경동시장 지하 식당까지 <흑백요리사>가 침체된 외식업계를 살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요리사 100인의 치열한 계급 전쟁이 콘셉트지만 <흑백요리사>의 백미는 공정한 경쟁에 있다. 악마의 편집 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경쟁하는 이들의 서사는 단박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출연자들은 경력과 나이를 떠나 오로지 맛으로 겨루고 결과에 승복한다. <흑백요리사>에서 발견한 스포츠맨십이다.
그래서일까. <흑백요리사>를 시청하며 자연스레 ‘골프판’ <흑백요리사>가 연상됐다. 매 에피소드마다 떠오르는 선수들과 투어 장면들이 있었다.
경이를 자아내는 노익장의 죽지 않는 플레이 에드워드 리와 최경주
<흑백요리사>를 통해 우승자 못지않게 열렬한 지지를 얻은 셰프는 에드워드 리다. 최종 2위에 오른 에드워드 리는 미국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 우승자이자 백악관 만찬 셰프. 심사위원급 커리어다. 에드워드 리는 마지막 최종 2인을 가르는 세미파이널 2차전에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체력과 정신력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무한 요리 지옥’ 속에서 신들린 듯 다채로운 두부 요리를 연이어 선보이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높은 집중력과 완성도에 새파랗게 어린 경쟁 셰프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지난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하루 앞둔 기자회견에서 최경주를 바라보는 후배들의 시선이 딱 그랬다. 최경주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함정우, 장유빈, 김민규는 살아 있는 ‘전설’ 최경주에 대한 경외감을 드러냈다.
함정우는 “최경주가 5월 우승한 모습을 보고 ‘충격’ 받았다”고 표현했다. 최경주는 5월 열린 SK텔레콤 오픈에서 역대 최고령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우승일은 그의 54번째 생일이었다. 김민규 역시 “연장전에서 힘들어하는 느낌을 받았는데도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김민규는 최경주 재단의 지원을 받고 성장한 선수다. 최경주에게 직접 레슨을 받고 퍼터를 물려받기도 했던 인연이 있다. 20대 장유빈은 “PGA투어 선수들은 어려운 샷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질문하며 조언을 구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스크린골프 황제’ 김홍택(매경오픈 조직위원회) |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FR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윤이나(KLPGA) |
결국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한 우승자들 나폴리 맛피아 그리고 윤이나와 김홍택
<흑백요리사>의 최종 우승은 흑수저 권성준 셰프에게 돌아갔다.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권성준 셰프는 이름이 아닌 ‘나폴리 맛피아’로 불렸다. 그의 도전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라운드, 요리에 무의미한 식용 꽃을 썼다는 이유로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에게 보류 판정을 받았고 3라운드 팀 대결에선 패했다. 그럼에도 결승전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실력’이다. 결승전, 그는 까다로운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만장일치 우승을 차지했다.
KLPGA에는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한 윤이나가 있다. ‘오구플레이’ 논란으로 징계를 받았던 윤이나는 지난 4월 복귀 후 무서운 기세로 투어를 접수 중이다. 윤이나는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절치부심 끝에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빼어난 장타 실력에 정확도까지 겸비해 1승을 포함해 13회나 톱10을 기록했다. 10월 말, 현재 상금 1위. 강력한 팬덤까지 몰고 다니며 KLPGA 대회 흥행에 일조하고 있다. 이제 윤이나가 KLPGA를 이끌 ‘대세’임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팀 대결에서 패한 ‘나폴리 맛피아’가 패자부활전을 치른 편의점 경연 또한 화제의 에피소드다. 편의점 제품에 익숙했던 ‘나폴리 맛피아’는 심사위원의 허를 찌르는 ‘밤티라미수’로 다음 라운드에 1위로 진출한다. 대중적인 재료로 호텔급 디저트를 완성한 그는 “이미 완제품인 편의점 음식을 어떻게 요리하냐” , “평소 편의점에 잘 가지 않는다”는 백수저 셰프들과 대비를 이뤘다.
“스크린이나 필드나 타법은 동일하다. 채도 똑같다.” 지난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김홍택의 말이다. ‘스크린골프 황제’ 김홍택은 GS칼텍스 매경오픈 제패로 스크린골프에만 강한 프로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스크린골프는 필드만 못하다’ , ‘연습 효과가 없다’는 골퍼의 인식을 깨버린 쾌거였다.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거둔 이정민(KLP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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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위 서바이벌은 계속된다
‘트리플스타’ ‘이모카세 1호’ 스타 셰프 최현석, ‘딤섬의 여왕’ 정지선 등…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은 백수저 흑수저 가릴 것 없이 저마다의 캐릭터와 서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요리 경력 수십 년의 ‘이모카세 1호’는 “음식 장사가 지치고 힘들지만 이번 기회를 전환점으로 더 열심히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내놓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4월, 데뷔 15년 만에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따낸 이정민. 그는 소감에서 “골프를 하면서 남을 이기겠다는 목표는 세운 적 없다”면서 “공을 어떻게 보낼지 연습을 최대한 많이 하면서 내가 더 성장하겠다는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흑백요리사>의 종영과 함께 요리사들은 자신의 업장으로 돌아갔다. 골프판 <흑백요리사>는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치열한 필드 위에서 선수들의 서바이벌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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