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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프리미어12 예선 탈락…한국야구 ‘수모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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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한 한국이 대만에서 열린 예선에서 조기 탈락했다. 한국은 18일 호주와 최종전을 치르지만, 일본과 대만에 밀려 일찌감치 본선행에 실패했다. 고개를 떨군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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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예선 탈락했다. 2승2패를 기록 중인 한국은 18일 오후 1시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호주와 B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지만, 하루 전인 지난 17일 탈락이 조기 확정됐다. 일본이 쿠바를 7-6으로, 대만이 호주를 11-3으로 각각 제압하면서 두 나라가 각각 B조 1위와 2위를 확보해 본선 진출권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프리미어12는 조별 1위와 2위만 예선을 통과한다. 2승2패의 한국은 호주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해 대만과 같은 3승 2패가 되더라도 승자승에서 밀린다. 이로써 A조에선 베네수엘라와 미국, B조에선 일본과 대만이 예선을 통과해 21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본선을 치른다.

한국이 프리미어12 무대에서 예선 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첫 대회에선 정상에 올랐다. 2019년에는 결승에 올랐지만 일본에 패해 준우승했다.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 진용을 꾸렸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지만, 아시아 라이벌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전력 차를 드러내며 여러 과제를 남겼다.

과정과 결과 모두 아쉬움을 남겼지만 수확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박영현(21·KT 위즈)이란 확실한 마무리 카드를 발견한 건 의미 있는 소득으로 꼽힌다. 박영현은 지난 16일 톈무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4차전에서 4-6으로 뒤진 8회 1사 후 마운드를 밟아 1과3분의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대만전과 일본전에서 한 박자 늦은 투수 교체로 후회를 남긴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의 승부수가 적중했다. 박영현은 8회 첫 타자 루이스 미에세스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지만, 빠른 1루 견제로 곧장 아웃 처리했다. 이어 프랭크 로드리게스를 삼진으로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8회 공격에서 전세를 뒤집었다. 8회 1사 1, 3루에서 송성문이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적시타를 때려냈고, 박성한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를 터뜨려 7-6으로 역전했다. 또, 최원준의 1타점 우전 2루타와 홍창기의 중전 적시타를 보태 9-6까지 스코어를 벌렸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선두타자 미하엘 데 레온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리카르도 세스페데스와 알렌 핸슨을 각각 좌익수 뜬공과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처리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앞선 쿠바전에서도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박영현은 “형들이 ‘네가 8회만 무실점으로 막아주면 꼭 역전하겠다’며 격려했다. 그 말을 믿고 힘껏 던졌다.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역전승을 만들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류중일 감독은 박영현을 일찌감치 주전 마무리로 낙점했다. 정해영과 유영찬, 김택연, 조병현까지 더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 5명 중 박영현의 구위가 가장 뛰어나다는 판단 때문이다. 류 감독은 “박영현은 앞으로 한국 야구 최고의 마무리로 자리매김할 재목”이라고 굳은 신뢰를 보냈다.

유신고를 나와 2022년 KT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박영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이번 프리미어12를 거치며 기량과 경험을 키워가고 있다. 입단 초기엔 공만 빠른 투수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꾸준히 경기 운영 능력을 끌어올려 공략하기 힘든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박영현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선 ‘뭣도 모르고 던진다’는 느낌이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선 ‘나 자신을 시험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투구한다. 감사하게도 많은 기회를 받고 있는데, 앞으로도 대표팀 뒷문을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타이베이=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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