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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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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수 출신, 재활 끝 도전…프로농구, 희망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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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5일 열린 2024 한국농구연맹(KBL) 드래프트에서 3,4라운드에 지명되어 희망을 준 선수들이 주목받고 있다. 고양 소노의 부름을 받은 정성조(왼쪽)는 비선수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프로 구단에 입단했다. 한국농구연맹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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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에서도, 2라운드에서도 ‘내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3라운드에서는 지명권을 포기하는 구단도 속출했다. “이대로 농구를 접게 되는 걸까”하는 불안에 사로잡히는 순간, 김승기 감독(고양 소노)의 한마디가 그의 농구 인생을 바꿨다. “고양 소노 3라운드 지명은 일반인 참가자 정성조.” 정성조는 “구단들이 3라운드부터는 (신인 선수를) 잘 뽑지 않아서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짜릿하고 뿌듯했다”고 그 순간을 회상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남자프로농구(KBL) 신인 드래프트 현장은 희망과 절망의 이중주였다. 대부분 초등학교 때 농구를 시작해 십여년간 농구만 해온 이들의 운명이 한순간에 엇갈렸다. “안양 정관장은 ○○○”부터 “부산 케이씨씨(KCC)는 △△△”까지 10개 구단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라는 참가자 42명의 간절함이 경기장을 맴돌았다. 라운드 제한은 없지만 3라운드부터는 지명권을 포기하는 구단이 많아서 2라운드까지 불리지 않으면 사실상 안 되는 거나 다름없었다. 올해 5개 구단만 3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했고, 4라운드에서는 소노만 선수를 뽑았다.



지난해에는 2라운드에서 지명이 끝나면서 올해 참가한 이들은 더욱 불안했다. 학교 농구부에서 뛰지 않고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한 정성조(포워드)는 마음이 더 복잡했다. 정성조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였던 송동훈(부산 KCC)을 따라 농구를 시작한 뒤 중학교 때 농구부에 들어갔지만, 다리가 아파서 3개월 만에 나왔다.



이후 농구클럽과 동호회 등에서 농구를 했고 5~6년 전부터 3대3 대회에 참가하면서 실력이 입소문을 탔다. 성적이 날수록 프로에 도전해보고 싶은 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올해 초 공익근무요원 복무가 끝나자마자 6개월간 준비하고 일반인 테스트를 봤다. 드래프트 다음 날인 16일 전화로 ‘한겨레’와 만난 정성조는 “그동안 혼자서 운동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 노력으로 한국 남자프로농구 최초로 비(엘리트)선수 출신으로 프로 구단 유니폼을 입고 실력만 있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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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은 재활을 이겨내고 3라운드에서 수원 케이티(KT)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농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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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을 이겨내고 3라운드에서 뽑혀 수원 케이티(KT)에 입단한 김재현(가드)도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 김재현은 고려대 농구부 3학년 때 무릎 부상으로 수술하면서 농구부를 나왔다. 이후 8개월 동안 재활했고 2~3개월 훈련 뒤 드래프트에 참여했다.



주변에선 안 될 거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부위를 두 번이나 수술했던 터라 세 번째는 재활이 더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재현은 “그럴수록 증명하고 싶었다”고 한다. “두 번은 됐는데 세 번은 왜 안 되는 거야? 부상으로 고민하는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의지로 3개월간 성북구 고려대에서 수업을 듣고 수원 재활센터에 갔다가 다시 관악구 광신방송예술고에서 훈련하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꿈을 이뤘다. “프로에서 ‘롱런’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날 드래프트에는 42명이 참가했다. 1~2라운드에서 20명이 뽑혔고, 3~4라운드에서 6명이 뽑혔다. 이름이 불리지 않은 16명 중에는 농구의 길을 포기해야 하는 갈림길에 선 이들도 있다. 3라운드로 부산 케이씨씨(KCC)에 입단한 이현호(가드)도 2라운드에서 이름이 안 불렸을 때는 “농구를 계속해야 하는지, 다른 시작을 해야 하는지 찰나의 순간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고 했다. 모두가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아서일까? 이름이 불렸을 때도 “남아 있는 친구들이 생각나서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일반인 참가자로 나온 황영찬(가드)은 재수 끝에 서울 삼성 유니폼(2라운드)을 입었지만, 세 번째 도전한 서문세찬(가드)은 아쉽게도 또다시 선택을 받지 못했다. 드래프트 전 만났던 서문세찬은 “일본 리그 등 계속 도전할 것”이라며 농구에 대한 간절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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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에 울산 현대모비스에 입단한 강현수는 “3라운드의 신화를 써보겠다”고 각오했다. 한국농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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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에서 부산 케이씨씨(KCC) 옷을 입은 이현호는 이름이 불린 뒤 “남아 있는 동료들이 생각났다”고 했다. 한국농구연맹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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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드래프트에서 선택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1라운드는 계약 기간 3~5년에 연봉 8천만원~1억2천만원(1~4순위), 5~8천만원(5~10순위), 2라운드 이하는 계약 기간 1~3년에 연봉 4~5천만원(2라운드), 4천만원 이상(3라운드 이하)으로 받는다. 내 이름이 언제 호명됐느냐에 따라 계약 기간과 연봉은 달라지지만 프로가 된 순간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된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한국 남자프로농구 처음으로 1라운드 1~2순위가 모두 고등학생 졸업생이 차지했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어떤 이변이 속출할지 모른다. 2021년 3라운드에서 뽑힌 삼성 조우성은 지난해 3년 재계약을 했고, 2007년 3라운드에서 인천 전자랜드에 뽑힌 정병국(은퇴)도 오랫동안 주전으로 코트를 누볐다. 3라운드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의 부름을 받은 강현수(가드)는 “순번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3라운드의 신화를 써보겠다”고 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선수를 뽑은 소노 김승기 감독은 “한 명이라도 더 뽑아서 간절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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