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의 공수 맹활약을 앞세워 한국 야구대표팀은 쿠바를 제압하며 개막전 패배에서 벗어났다.
14일(현지시간) 오후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 2회말 대한민국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김도영이 만루홈런을 친 뒤 홈을 향해 달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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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2차전에서 쿠바에 8-4로 승리했다.
전날 열린 대만과의 개막전에서 한국은 만루홈런에 울어야했다. 선발로 나선 고영표가 2회 2사 만루 위기에서 만루홈런을 맞은 뒤 투런포까지 한 이닝에 2홈런을 허용했고, 결국 3-6으로 패했다.
이번 대회는 조 2위까지 4강에 해당하는 슈퍼라운드행 티켓이 주어진다. 개막전 패배로 인해 슈퍼라운드 진출에는 먹구름이 꼈다. 게다가 14일 상대할 쿠바는 한국전 선발로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내세웠다. 2017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뒤 지난해까지는 불펜투수로 뛰었던 모이넬로는 올 시즌 선발로 전향했고, 25경기에 등판해 163이닝 11승 5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다.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비롯해 탈삼진 2위(155개), WHIP 1위(0.94) 등 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한 투수였다.
14일(현지시간) 오후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 2회말 대한민국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김도영이 만루홈런을 친 뒤 배트를 던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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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대를 김도영이 묵직한 홈런포 한 방으로 단숨에 무너뜨렸다. 0-0으로 맞선 2회말 2사 후 문보경(LG)이 좌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박성한(SSG)이 좌전 안타로 1,3루 기회를 연결했다. 최원준(KIA)이 유격수 옆 강습 안타를 쳐 한국은 귀한 선취점을 뽑았다. 모이넬로는 홍창기(LG)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신민재(LG)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해 밀어내기로 또 실점했다.
14일(현지시간) 오후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 5회말 대한민국 공격 1사 상황에서 김도영이 2루타로 출루하고 있다. 뉴스1 |
김도영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친 그는 과감하게 2루까지 질주했다. 쿠바 우익수는 다급하게 2루에 송구했으나 발빠른 김도영이 베이스에 도착한 뒤였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은 못 했지만, 김도영은 자신에겐 장타력뿐만 아니라 빠른 발도 있음을 보여줬다.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은 파벨 에르난데스 브루세의 초구를 잡아당겨 또 왼쪽 담을 훌쩍 넘겼다. 앞서 7회초 쿠바에 1점을 내줬던 한국은 김도영의 이 경기 두 번째 홈런으로 다시 8-1로 점수를 벌렸다.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도영의 이날 최종 성적은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이다.
14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 2회말 2사 만루에서 홈런을 친 김도영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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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수비에서 리그 최다인 30개의 실책을 저지른 김도영이지만, 이날은 수비에서도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냈다. 2회에는 야디르 드라케의 좌익선상으로 향하는 총알 같은 타구를 점프해 잡아냈고, 5회 무사 1, 2루에서는 헤안 왈테르스의 3루수 강습 타구를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글러브에 가뒀다. 한국은 김도영의 공수에 걸친 ‘원맨쇼’로 승리한 셈이다.
14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 8-4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김도영, 송성문 등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경기 뒤 김도영은 모이넬로에 대해 “정말 (일본프로야구 평균자책점 1위 할) 공으로 보이더라. 1회 타석에서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타격감도 나쁘지 않아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자세를 낮췄다.
전날 대만전에서도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던 그는 이틀 연속 대표팀 3번타자 자리에서 장타를 책임지고 있다. 대표팀 합류 직후에는 좋지 않은 몸 상태로 고생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 타격감은 나쁘지 않다. 오늘은 좋은 감을 유지하려고 매 타석 집중했다”면서 “남은 경기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중요한 경기만 남았다. 이 타격감이 유지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14일(현지시간) 오후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에서 8대 4.로 승리한 대한민국 김도영 등 선수들이 기뻐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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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 대표팀 앞에는 숙적 일본이 기다린다. 조별리그 1승 1패를 거둔 한국은 우리시간으로 15일 오후 7시 타이베이돔에서 일본과 3차전을 벌인다.
14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 7회말 1사에서 솔로홈런을 친 김도영이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
김도영은 “내일 일본전도 선발 투수가 무척 좋다고 들었다. KBO리그 톱 클래스 선수와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석에서 제가 신경 쓸 것만 하겠다고 생각한 오늘이랑 같은 마음가짐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도영은 “일단은 부딪쳐 보고 싶습니다. 세계의 벽에”라는 말을 남기고 대표팀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떠났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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