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9단(오른쪽)이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에서 중국의 왕싱하오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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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을 향한 첫발을 잘 내디뎠다.
‘한국 바둑 간판’ 신진서 9단은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 첫날 경기에서 중국 왕싱하오 9단 221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꺾고 산뜻한 대회 시작을 알렸다.
왕싱하오는 중국 랭킹 6위의 2004년생 신성이다. 향후 중국 바둑계를 이끌어갈 전도유망한 자원으로 평가 받는다. 신진서와는 두 번 대국을 붙어 1승1패로 합을 주고 받았던 상대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32강에서 처음 만나 신진서가 웃었고, 지난 7월 응씨배 16강에서는 왕싱하오가 반격에 성공했다.
쉽지 않은 상대, 하지만 신진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국 중반까지 왕싱하오의 기세에 밀려 끌려가는 듯했지만, 후반 묵직한 뒷심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토너먼트 첫 단계에서 마주한 까다로운 상대를 물리치고 16강 티켓을 챙겨냈다.
제1회 난양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을 앞둔 전초전의 승리라는 점도 값지다. 지난주 중국 청두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둘은 나란히 결승에 진출했다. 다음해 2월 싱가포르에서 결승 3번기를 벌인다. 이번 승리로 기분 좋은 기선제압까지 성공했다.
이대로 자신의 두 번째 삼성화재배 우승을 겨냥한다. 2013년 이 대회에 처음 모습을 비춘 신진서는 2022년에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해 8강에서는 중국의 셰얼하오 9단에게 일격을 맞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 다시 절치부심한다. 2020년 1월 이후 한국 바둑 랭킹 1위를 59개월 연속으로 지키고 있는 ‘국내 최강’ 타이틀의 자존심도 걸렸다. 올해 LG배, 란커배에 이은 3관왕까지 바라보는 신진서다.
최정 9단(오른쪽)이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에서 중국의 구쯔하오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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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기사들도 뜻깊은 승전보를 전해왔다. ‘한국 여자 기사 랭킹 1위’ 최정 9단은 12일 열린 32강에서 세계챔피언 출신인 중국의 구쯔하오 9단에 258수 만에 백 반집승을 거뒀다.
최정은 신진서의 첫 삼성화재배 우승이 만들어진 2022년 대회의 결승 상대였다. 여자 기사 최초로 메이저 세계기전 결승에 진출한 뜻깊은 이정표를 세운 그는 영광의 재현을 노린다. 32강 돌파로 첫 단추를 잘 채웠다.
역사적인 기록도 따라왔다. 최정은 이 승리로 여자 기사 최초 통산 800승 업적에 닿았다. 2010년 5월 여류 입단 대회로 프로기사가 된 이후, 14년6개월 동안 800승 360패(승률 68.97%)를 남기게 됐다.
‘한국 여자 랭킹 2위’ 김은지 9단도 웃었다. 32강 적수 셰얼하오를 시종일관 몰아붙인 끝에 25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세계대회에서 여자기사 2명이 16강에 진출한 것은 바둑 사상 최초다.
한편, 지난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본선에 오른 안정기 8단은 중국 천정쉰 8단과 막판까지 시소게임을 벌인 끝에 338수 만에 반집을 남기며 세계대회 첫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함께 출전한 유창혁 9단과 최명훈 9단은 각각 중국 셰커 9단, 리쉬안하오 9단에게 무릎 꿇었다.
김은지 9단(오른쪽)이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에서 중국의 셰얼하오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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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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