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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 (일)

[창간 인터뷰] 모두를 놀라게 한 19살의 김택연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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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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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한 해였습니다.”

19살. 갈림길 앞에서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는 나이다. 소년의 티를 벗어나 어른으로의 챕터를 준비해야한다. 언제나 그랬듯 ‘성장’이라는 두 글자를 얻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낯선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을 터. 수없이 부딪히고 깨지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 우완 투수 김택연(두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프로 1년 차, 2024년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이었다. 아마추어가 아닌, 어엿한 프로선수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시간이었다.

1년간의 발걸음을 되짚어보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하게 웃는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을 터. 상상해왔던 그림과도 조금 달랐다. 김택연은 “손에 꼽을 만큼 기억에 남을 한 해였던 것 같다”고 운은 뗀 뒤 “어떻게 보면 내 야구 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이라고 본다. (프로로서의) 출발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 야구를 하는 내내 올해만큼은 계속해서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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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을 필연으로

인천 토박이다. 동막초-상인천중-인천고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역 연고팀인 SK(SSG 전신)의 야구를 보며 컸다. 야구공을 집어든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최정(SSG)의 플레이를 보고 매료된 것. 고민 끝에 1년 뒤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야수였다. 코치의 권유로 투수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대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마치 맞춤옷을 입은 듯했다. 타고난 센스에 노력까지. 작은 조각들이 필연으로 묶여 앞으로 나아갔다.

가벼웠던 날갯짓이 묵직해진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다. 2학년이 된 후로는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전국체전 우승을 이끌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3학년 들어선 기량이 더욱 무르익었다. 고교야구 주말리그 및 전국대회 13경기에 나서 64⅓이닝을 소화하며 7승1패 평균자책점 1.13을 마크했다. 9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허용한 사사구는 10개뿐이다. 최고 150㎞를 넘나드는 강력한 직구를 뿌리면서도 날카로운 제구력을 선보이며 시선을 모았다.

김택연의 존재감은 국제대회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월드컵이 대표적이다. 6경기에 등판해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88의 눈부신 피칭을 펼쳐보였다. 미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선 7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완봉승을 따냈다. 최우수 구원투수상에 오르는 기쁨 또한 누렸다. 이 기간 던진 공만 245개에 달한다. 짧은 시간 많은 경기, 이닝을 책임지다보니 혹사 논란이 뒤따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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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바꾼 평가

김택연을 바라보는 프로 구단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투수치곤 신장이 비교적 작은 편(181㎝)에 속했지만 오롯이 자신의 실력으로 평가를 뒤집었다. 2023년 9월14일. 대망의 2024 KBO 신인드래프트서 김택연은 굉장히 이른 시점에 이름이 불린다.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김태룡 두산 단장은 김택연에 대해 “정말 머리가 좋다. 구위만큼 마인드도 좋다. 빠르면 2~3년 안에 스토퍼(마무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정작 김택연은 걱정이 많았다.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택연은 “프로에 가서 잘할 수 있을까. 아마추어 때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돌아봤다. 그만큼 더 간절하게 구슬땀을 흘린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신인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호주 시드니(1차) 스프링캠프에 참여했다. 선배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며 이승엽 두산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캠프 수훈선수로까지 선정됐다.

예고편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KBO리그 데뷔 전인 지난 3월,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 매치에 팀 코리아 일원으로 나섰다. 내로라하는 빅리거들을 상대로도 자신의 공을 던졌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웃맨(이상 LA다저스)을 연달아 삼진 처리하며 포효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가장 인상적인 한국 선수를 묻는 질문에 김택연을 떠올렸다. 김택연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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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릿했던 19살

뚜껑을 열어보니 더 무시무시했다. 60경기 65이닝 동안 3승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을 작성했다. 중간투수로 출발해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006년 나승현(롯데)이 마크했던 16세이브를 뛰어넘었다.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밟는 쾌거도 이뤘다. 김택연은 “확실히 고등학교 때와는 비교할 수가 없겠더라. 타자들의 레벨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방망이가 나올만한 공(유인구)에도 잘 안 나오더라”고 밝혔다.

특유의 강심장을 뽐낸 것은 물론이다. 기본적으로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이 1.26으로 낮다. 나아가 주자가 없을 때(0.236)보다 있을 때(0.198) 피안타율이 더 낮다. 득점권에선 0.169까지 떨어진다. 포수 미트 속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공을 바라보며 많은 전문가들은 루키 시절의 ‘돌부처’ 오승환(삼성)을 소환했다. 김택연은 “(신인이기에) 잃을 게 없지 않나. 조금은 과감하게 승부하려 했던 것 같다. 자신 있게 임했던 것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차곡차곡 쌓인 기록들. 김택연은 담담했다. “사실 시즌 때는 수치적인 것들에 신경 쓰지 않았다. 중간중간 체크하는 정도였다. 이제 막 1년을 뛰었기 때문에 온전한 내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5년, 10년 더 해야 좀 보일 것 같다”고 전했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부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풀타임을 뛰면서도 아프지 않았다. (경기 수가 많아) 팬 분들이 걱정하신 것을 알고 있다. 구단에서 잘 관리를 해주셨기 때문에 완주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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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살을 기다리며

김택연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대만에서 열리는 프리미어12에 출격한다. 신인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팀에 승선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치르는 국제대회. 긴장될 법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감이 엿보인다. 선배들 사이에서 막내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며 결전의 날을 기다린다. 김택연은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 정식으로 태극마크를 단 것은 처음이다. 나를 믿고 적극적으로 승부해보고 싶다. 이런 큰 무대에서도 내 공이 통할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비시즌에도 바쁠 예정이다.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사실상 적수가 없어 보인다. 투표 전 이미 이름이 새겨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을 정도. 김택연은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주시더라. 기대를 전혀 안한다면 거짓말 아닐까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겨울 변화구 연마에 힘을 쏟고 싶다. 강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다. 변화구가 예리하면 직구에 힘을 더 생길 것 같다”고 포부를 전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도 어느덧 19주년이 됐다. 서로의 19살을 함께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발자취를 나누고자 한다.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 변함없는 응원 또한 약속했다. 김택연은 “프로에서의 첫 시즌을 조명해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기사를 접하며 큰 힘을 얻었다”면서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나란히 발전해 지금 이 순간을 추억했으면 좋겠다. 1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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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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