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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후 6년 만인 지난해 봄에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렸다. 2006년 초대 대회와 2009년 2회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했던 일본은 2023 WBC에서 세 번째 우승에 도전했다. 과거 일본 야구는 컨택트 위주의 스윙과 세밀한 작전 등 이른바 ‘스몰볼’ 특화 야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투수들도 빠른 공을 앞세운 정통파보다는 변화구 위주의 기교파 투수들이 많다는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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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BC는 일본야구의 진화를 목도할 수 있는 대회였다. 전 세계 유일무이의 ‘이도류’로 2021시즌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를 수상한 오타니 쇼헤이라는 슈퍼스타가 그 상징이었다. 오타니는 타자로는 4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고, 투수로는 100마일(약 161km)의 직구를 던질 수 있었다. 최대한 빠른 공으로 삼진을 노리고, 강한 타격으로 타구를 멀리 날린다는 현대야구의 트렌드에 충실했던 ‘사무라이 재팬’은 결승에서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을 상대로 승리하며 야구를 국기(國技)로 삼는 나라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오타니가 결승전 9회에 등판해 마지막 타자였던, 당시 LA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던 현역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스위퍼로 탈삼진을 잡아내는 장면은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남았다.
2023 WBC에서 일본은 4선발 체제로 나섰다. 1선발은 명실상부 일본야구의 상징으로 올라선 오타니(당시 LA에인절스, 현재 LA다저스), 한국과의 본선 1라운드 B조 조별리그에 선발등판한 오타니 이전 일본 최고의 투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2선발, 세 번째 경기였던 체코전에 나선 사사키 로키(지바롯데 마린스)가 3선발, 당시 2021, 2022 일본 프로야구 투수 4관왕을 차지한 야마모토 요시노부(당시 오릭스 버팔로즈, 현재 LA다저스)가 4선발을 맡았다.(결승전 선발은 2024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 15승3패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한 좌완 이마나가 쇼타가 등판해 2이닝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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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현재 다저스에는 2023 WBC 일본 대표팀의 1,4선발이었던 오타니와 야마모토가 함께 뛰고 있다. 어쩌면 여기에 3선발이었던 사사키 로키도 합류할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겨울에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소속팀인 지바롯데와 갈등을 빚었던 사사키가 드디어 지바롯데의 허락을 받아냈다. 지바롯데는 “사사키는 우리 구단에 입단했을 때부터 MLB 진출에 관한 열망을 드러냈다”며 “사사키가 우리 구단에서 5시즌을 보냈다. 이제 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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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는 고교 재학 시절인 2019년 일본 고교야구 최고 구속 신기록인 163km를 던져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시속 163km의 포심 패스트볼은 오타니의 160km를 넘어선 신기록이었다. ‘제2의 오타니’라는 별명을 얻으며 지바 롯데에 입단한 사사키는 데뷔 시즌은 2020년엔 1,2군 마운드에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지바롯데의 지극정성의 보호 아래 몸 만들기와 투구폼 및 릴리스포인트 교정에 1년을 쏟았고, 2021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 11경기 등판 3승2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했다. 그리고 프로데뷔 3년차이자 1군 무대 2년차인 2022시즌 4월10일, 역사에 길이 남을 피칭을 선보였다. 오릭스전에서 세계신기록인 13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내는 등 19탈삼진을 잡아내며 27명의 타자를 모조리 셧아웃시키는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다. 일본 프로야구 최연소 퍼펙트게임이었다. 그 다음 등판인 4월17일 니혼햄전에서도 8이닝 퍼펙트를 이어갔으나 9회에 마운드에 오르지 않아 2경기 연속 퍼펙트 게임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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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의 일본 프로야구 통산 성적은 64경기 선발 등판, 394.2이닝을 던져 29승15패 평균자책점 2.10. 탈삼진 505개, 볼넷 88개. 9이닝당 탈삼진과 볼넷은 각각 11.5개, 2.0개로 제구력도 준수하다. 피홈런도 네 시즌간 15개밖에 맞지 않아 FIP(수비 무관 투구기록)은 1.78에 달한다.
지난해 사사키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무려 99마일(약 159.3km)에 달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괴물이 득실대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단에 해당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사사키다. 건강하게 등판하기만 하면 누구보다 마운드에서 위력적인 공을 뿌릴 수 있는 사사키지만, 약점은 있다. 마운드에 잘 오르지 못한다는 것. 일본 프로야구에서 단 한 시즌도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 최다이닝이 2022시즌의 129.1이닝이었다. 너무나 강력한 공을 뿌리기에 부상 위험도 커서 소속팀인 지바롯데가 보호 차원에서 휴식을 부여하기도 했고, 각종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6선발을 돌리기도 하는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 미국은 5선발 체제가 일반적인 데다 일본에 비해 훨씬 긴 이동거리와 많은 경기를 소화하기에 사사키가 과연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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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사사키를 노리는 메이저리그팀들은 매우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되기도 전에 ‘ESPN’은 사사키를 이번 FA 시장에서 최대어인 강타자 후안 소토에 이어 2위로 올려놓았고, 더 애슬레틱도 사사키를 소토와 2021년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인 오른손 투수 코빈 번스에 이어 3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사사키의 미국 진출이 확정되자 MLB닷컴도 FA 순위 기사에서 사사키를 3위로 소개했다.
사사키는 만 25세 이전에 MLB에 도전하기 때문에 미일 프로야구 협정에 따라 최대 575만달러의 계약금을 받을 수 있다. 계약 규모와 상관없이 본인이 뛰고 싶은 팀을 직접 고를 수 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발투수에 목말라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겐 사사키는 너무나 매력적인 카드다. 만 25세 이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역대 투수 최대규모 계약(10년 3억2500만달러)을 따낸 야마모토와 달리 사사키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을 수 있어 저렴하게 쓸 수 있다. 오타니도 2018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당시 에인절스와 231만5000달러에 계약을 맺고 신인 자격으로 입성했다. 데뷔 후 세 시즌을 최저연봉을 받고 뛰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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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입장에선 다저스행이 일장일단이 있다. 다저스에는 대표팀 동료였던 오타니와 야마모토가 뛰고 있어 빅리그에 적응하는 데 수월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다만 ESPN은 “많은 매체는 사사키의 다저스행을 예상하지만, 이는 성급한 생각”이라며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가 있는 다저스에선 사사키가 큰 관심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과연 ‘사무라이 재팬’의 1,3,4선발이 다저스에서 선발 로테이션 세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사키 영입전이 관심을 모으는 또 하나의 이유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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