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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눈물로 돌아온 윤이나, 3관왕으로 끝내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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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이나가 10일 열린 KLPGA 투어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논란 속에서 복귀한 윤이나는 올 시즌 3관왕을 차지했다. 사진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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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로 힘껏 때린 타구는 파열음을 내고 티잉 그라운드에서 출발했다. 거침없이 하늘을 가른 공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지고도 멈출 줄을 몰랐다. 내리막 경사를 타고 그린이 잘 보이는 곳까지 굴렀다. 공식 비거리는 335야드(약 306m). 올 시즌 뜨거운 논란을 안고 복귀한 윤이나(21)가 폭발적인 장타력을 앞세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관왕을 차지했다.

윤이나는 10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올드코스(파72·6771야드)에서 열린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잃어 합계 2언더파 공동 12위를 기록했다. 최종전 우승은 놓쳤지만, 대상 포인트(535점)와 상금(12억1141만원) 그리고 평균타수(70.05타) 1위를 모두 차지하면서 올해 3관왕을 확정했다.

이 대회 우승 트로피는 마지막 날에만 5타를 줄여 7언더파 209타를 기록한 마다솜(25)에게 돌아갔다. 2차 연장전에서 15m짜리 버디 퍼트를 떨어트려 루키 이동은(20)을 꺾고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을 수확했다. 직전 S-OIL 챔피언십을 제패했던 마다솜은 2주 연속 우승을 포함해 올 시즌 3승을 거둬 박지영(28)·박현경(24)·이예원(21)·배소현(31)과 함께 공동 다승왕이 됐다.

극적인 연장 승부가 펼쳐졌음에도 이날 최종전의 실질적 주인공은 윤이나였다. 여전히 국내 골프계의 뜨거운 감자인 윤이나는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러프로 빠진 공이 자신의 볼이 아님을 알고도 그대로 플레이했고, 이후 스코어카드에도 잘못된 점수를 적어 오구 플레이와 스코어카드 오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이러한 잘못을 인지하고도 숨기려다가 소문이 커지자 뒤늦게 자진신고해 많은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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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가 10일 열린 KLPGA 투어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5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논란 속에서 복귀한 윤이나는 올 시즌 3관왕을 차지했다. 사진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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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의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윤이나는 지난 4월 개막전(두산건설 We’ve 챔피언십)을 통해 돌아왔다. 복귀 기자회견에서 “지난 잘못으로 상처를 받으셨을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모범적인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눈물을 흘린 윤이나는 어렵사리 돌아온 필드에서 훨훨 날았다. 우승은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가 유일했지만, 준우승 4번과 톱10 진입 14회의 준수한 성적으로 대상 포인트와 상금을 차곡차곡 쌓았다. 특히 꾸준함을 상징하는 평균타수에서도 계속 상위권을 지키며 존재감을 뽐냈다.

여전히 동료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윤이나를 지탱한 원동력은 결국 장타력이었다. 올해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254.98야드로 256.23야드의 방신실(20)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대회 1라운드 9번 홀(파4)에선 306m의 호쾌한 티샷을 날리기도 했다. 홀 내리막이 심하고 런도 많이 발생했지만, 동반자들보다 50~60m 멀리 티샷을 보내면서 특유의 장타력을 재차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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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윤이나가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의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두산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이나는 지난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도중 오구 플레이를 하고도 뒤늦게 신고해 1년 9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후 이번 경기를 통해 복귀했다. (KLPGT 제공) 2024.4.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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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왕으로 올 시즌을 마친 윤이나는 “지금도 얼떨떨하다. 개막전을 시작할 때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복귀 자체도 감사했지만, 부담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또, 실전 감각을 되찾기가 쉽지 않았고, 체력적인 어려움도 컸다”고 올 시즌을 되돌아봤다.

윤이나는 28일 미국으로 출국해 다음달 5일 예정된 LPGA 투어 Q-시리즈 최종전을 준비한다. 아직 미국 진출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최종전에서 풀시드를 받으면 투어를 옮길 생각이다.

미국행을 놓고 계속해 갑론을박이 일고 있는 윤이나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계속해서 정직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선 이대한(34)이 18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15언더파의 장유빈(22)은 공동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 대상과 상금, 평균타수 등 5관왕을 확정했다.

춘천=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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