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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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가 목소리를 잃고 절망에 빠져 매란국극단을 떠난 가운데, 결전의 합동공연을 앞둔 매란국극단이 혼돈에 빠지며 아슬아슬한 위기감이 치솟았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 9화에서는 여성국극단 합동공연 '바보와 공주' 아역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무리한 독공(득음을 하기 위해 토굴 또는 폭포 앞에서 하는 발성 훈련)으로 무대 위에서 각혈을 한 윤정년(김태리 분)이 '소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깊은 절망에 빠지고, 여러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매란 국극단의 명운이 걸린 공연인 '바보와 공주' 준비가 시작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정년이’ 9화는 수도권 가구 평균 12.7%, 최고 14.3%, 전국 가구 평균 12.0%, 최고 13.7%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 시간대 1위를 수성하며 뜨거운 인기를 이어갔다. tvN 타깃인 2049 시청률 역시 수도권 최고 4.4%, 전국 최고 4.5%를 기록했다.
무대 위에서 쓰러진 정년이는 병원으로 실려가고, 온달 아역은 영서(신예은 분)에게, 평강 아역은 주란(우다비 분)에게로 돌아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영서는 무대 위에서 진짜 소리를 해낸 사람은 자신이 아닌 정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주란은 자기가 준 상처 때문에 정년이가 스스로를 혹사 시켰다고 생각해 자책했다.
옥경(정은채 분) 역시 괴로워했다. 자신을 지독한 매너리즘에서 구해줄 정년이라는 재능이 눈앞에서 추락하는 모습을 목격한 절망감, 더불어 이 같은 상황을 만든 것이 자신의 파트너 혜랑(김윤혜 분)이라는 사실, 나아가 자신의 괴로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집착만 더해가는 혜랑의 모습에 옥경은 몸서리쳤다.
영서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엄마 기주(장혜진 분)가 자신을 오디션에 합격시키기 위해 심사위원을 매수했던 것. 기주는 '바보와 공주' 공연이 끝나는 대로 영서를 국립국극단으로 이적시키려 했다. 이에 영서는 처음으로 기주에게 반기를 들며 "지금껏 한 번도 나로 살아본 적이 없다. 이제는 한기주 딸이 아닌 나 허영서로 살겠다"며 매란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영서는 단장 소복(라미란 분)을 찾아가 모친의 부정행위를 알리며 '바보와 공주'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소복은 자신을 포함한 심사위원 전원이 영서를 선택했음을 알리며, 남의 딸을 견제하느라 정작 영서의 잠재력을 발견하지 못한 기주의 어리석음을 꼬집었다. 그리고 "너희 엄마처럼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 네 스스로의 가치를 과소평가하지마"라고 다독여 영서가 마음을 다잡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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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는 병원에서 상한 몸을 추슬렀지만 목소리만큼은 회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은 정년이는 소리를 되찾을 방법을 찾겠다 다짐하며 매란으로 돌아왔다. 동기들의 환영에 잠시나마 들뜬 정년이었지만, 자신을 향한 미안함에 얼굴조차 마주치기 꺼려하는 주란의 행보에 씁쓸함을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영서와 마주한 정년은 자기 앞에서 멋쩍어 하는 영서에게 "나는 그날 최선을 다하고 떨어진 것"라며 오디션 결과에 승복한 후, 영서의 앞날을 응원했다.
이윽고 '바보와 공주' 연습이 시작됐다. 주요 배역들을 매란국극단이 모두 차지한 탓에 다른 여성국극단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급기야 '우리소리국악단'의 금주(송지오 분)는 소복의 디렉팅을 무시하고 자신의 캐릭터 해석을 고집하며 반발심을 드러냈고, 우리소리국악단 단장인 정남희(우미화 분) 역시 금주의 역성을 들며, 소복이 합동 공연을 이끄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 살얼음 같은 긴장감을 드리웠다.
국극단끼리 신경전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정년이는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용하다는 의원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홀로 분투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정년이는 아편을 권유하는 의원의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이처럼 목이 부러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헛물만 켜는 정년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소복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의사를 수소문해 정년이가 진찰을 받도록 도왔다. 하지만 최고의 명의조차 정년이에게 소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정년이의 마지막 동아줄이 끊어진 것이었다. 엄마 용례(문소리 분)처럼 소리를 잃은 소리꾼의 운명을 맞이하게 된 정년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몸부림치다가 끝내 매란을 떠나 고향인 목포로 돌아갔다.
엄마 용례와 언니 정자(오경화 분)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정년이를 그저 보듬었다. 또한 정년이와 같은 아픔을 지닌 용례는 "살다 보면 살아진다. 그러니 두고 온 자리 자꾸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면서 살아라. 그래야 네가 견딘다"라고 말하며 정년이 몰래 눈물을 삼켰다. 정년이는 시장에서 생선을 팔던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 시름을 잊기 위해 밤낮없이 일에 매달렸지만, 시시때때로 치밀어 오르는 울화와 슬픔을 달랠 길이 없었다. 이에 정년이는 시장 상인이 흥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집에 돌아온 날, 끝내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바다로 뛰쳐나가 망망대해에 몸을 던져버려 보는 이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정년이의 부재는 매란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초록(현승희 분)은 소복에게 그동안 함구하고 있던 혜랑의 만행을 폭로했다. 정년이를 망가뜨린 장본인이 혜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 소복은 혜랑에게 '바보와 공주' 공연이 끝난 뒤 매란을 떠나라고 통보했다. 반면 영서와 주란은 불현듯 떠오르는 정년이의 그림자에 울적해하며 눈물로 상실감을 견뎌냈다.
이런 가운데 옥경의 아편 스캔들이 터졌다. 합동 공연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성화가 빗발쳤고, 옥경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합동 공연팀조차 옥경을 불신하며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이번 공연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매란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 옥경에게 긴급 기자회견을 지시한 소복은 합동 공연을 보이콧하는 남희에게 "이번 공에서 만약 적자가 발생한다면 매란에서 모든 적자를 책임지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여성국극의 얼굴'인 옥경을 지켜내지 못하면 여성국극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극 말미, 옥경의 행보가 충격을 더했다. 아편 스캔들 반박 기자회견을 마치고 매란으로 돌아온 옥경에게 영서가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내자, 옥경이 돌연 "내가 이 국극단 나가자고 하면 같이 나갈래?"라며 이유 모를 제안을 한 것. 이처럼 정년이가 떠난 매란과 매란인들에게 살얼음 같은 위기와 변화가 들이치고 있는 가운데 벼랑 끝에 선 정년이와 매란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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