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피네이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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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답변의 길이부터 남달랐다. 가수 헤이즈는 평범한 질문에도 오랜 시간 곱씹어왔던 자신의 생각들을 꾹꾹 눌러 담아 내실 있는 답을 내놓으려 애썼다. 헤이즈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이번 앨범을 내놨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헤이즈는 약 1년 만에 아홉 번째 미니앨범 '폴린(FALLIN’)'을 내며 컴백했다.
헤이즈는 "혼자 듣던 음악이 세상 밖으로 나오다 보니 진심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떨린다"며 "작업하는 과정에서 혼자만의 풍파도 있었는데 그런 시간들이 잘 지나가고 올해가 가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계절에 새로운 앨범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헤이즈의 가장 큰 풍파는 가사였다. '이게 최선의 표현인가'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고. 그는 "제 안에서의 의심과 확신의 반복이었다. 오늘 들었을 때는 '괜찮다' 했는데 내일 들었을 때 '이게 괜찮나' 싶을 때가 있다. 세상에 곡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항상 그게 반복이 된다. 적당한 선에서 끝마치는 것도 어렵고, '이쯤에서 그만하자' 생각하기까지가 어렵다. 그런 풍파들이 제일 컸다"고 털어놨다.
헤이즈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 가을에 나온 이유도 밝혔다. "처음부터 의도를 했던 건 아니"라면서 헤이즈는 "타이틀곡으로 '폴린'이 정해지고 나서 써두었던 곡들을 그리움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모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가을이라는 계절까지 오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여름이었다면 이렇게 내진 않았을 것 같다. 완성된 시기가 가을이기 때문에 이렇게 내게 됐다. 그리움이란 키워드 자체가 가을이랑 닮아 있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가을은 사람들에게 너무 낭만적인 계절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잎도 떨어지고 초라해졌다가 또 다음 계절이 되지 않나. 사라지지만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계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앨범도 묵어있던 그리움들을 털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해서 감사히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헤이즈는 이번 앨범에 다양한 그리움의 감정을 담았다. 7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서 헤이즈는 타이틀곡 '폴린'과 연주곡인 7번 트랙 '노벰버 송(November Song)'을 제외한 모든 트랙을 작사, 작곡했다. 그는 "타이틀곡이 정해지고 나서 수록곡을 모았다. 이번에 들어가게 된 곡들은 '어쩌면 내가 이런 메시지들을 담게 된 게 어떤 그리움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쓰게 된 곡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시절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든지, 노골적으로 가사로 녹이진 않았지만 지금보단 훨씬 더 건강했던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 지금보다 훨씬 더 순수하게 사랑에 임했던 시절도 생각했고, 살아오면서 제가 지나온 사람들, 제가 떠나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저를 지나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많은 대상들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였다"고 털어놨다.
"쓰면서 느낀 것은 그리워진다는 게 지금은 없고 사라지고 변해야 그런 감정들이 떠오르는데 '그런 것들은 누구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당연한 것이다. 또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더 나은 내가 됐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또 깨닫게 된 것은 지나간 순간을 그리워하면서 지금을 놓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은데 그러지 않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도 미래에 돌아봤을 때 너무 그리워지는 순간이라는 걸 잊지 말자. 들으시는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리움을 마주하게 됐어요."
헤이즈는 일기 쓰듯 자신의 이야기를 곡에 녹였다. 그는 2번 트랙 '모든 걸 가르쳐준 사람이니까 (It was all you)'에 대해 "지금의 제 모습이 되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영향을 줬는데 그중에서 콕 집어 말하자면 첫사랑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의 취향이라든지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라든지 음악을 듣는 취향,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생각하면서 썼다"고 설명했다. 3번 트랙 '미래일기 (Broken diary)'는 헤이즈가 예전에 썼던 일기장을 우연히 탁 펼치면서 봤던 내용들 보면서 썼던 곡이라고.
4번 트랙 '겉마음 (Behind the heart)'은 헤이즈가 가장 애착하는 곡이다. 그는 "주변인들과 얘기하면서 느끼는 건 일할 때도 그렇고 늘 환하게 웃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다들 사정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나에게 털어놓을 때는 단 한 사람이라도 그런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겠다 싶어서 쓰게 됐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애착이 간다"면서 "제가 최근에 팬 커뮤니티가 처음으로 생겼는데 항상 너무 귀엽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팬들이 써준 글들 속에 생각도 못 했던 아픔의 시간들이 있었던 걸 알게 되면서 다들 속마음과 다른 겉마음으로 지내고 있구나 생각했다. 이 곡을 8월 처음 했던 팬미팅 때 선공개로 선물로 들려드렸고, 그 곡이 너무 위로가 됐다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애착이 생겼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5번 트랙 '점 (Dot)'에 대해선 "저는 관계에 있어서 이 점을 시작점으로 이런 선도 그어보고 그렇게 그림도 그려보고 색칠해서 우리가 더 크고 더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늘 하지만 그게 또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것들을 경험하지 않나. 그런 걸 제 얼굴 오른쪽에 있는 점에 비유를 해서 썼다"고 설명했다.
6번 트랙 '내가 없이 (Without you)'를 설명하면서 헤이즈는 "여태까지는 나를 떠난 대상에 대한 곡들을 쓰면서 내심 '내가 괜찮지 않은 것처럼 너도 괜찮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조금씩은 담겨 있었던 것 같다. 이 노래는 진심으로 '이제는 내가 없어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란 생각의 변화를 겪으면서 쓰게 됐던 곡이다. 모든 곡들에 저만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가을' 하면 떠오를 수 있는 앨범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울 때 생각나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고 나아가서 저라는 사람도 그리운 순간에 떠오르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헤이즈는 2014년 '조금만 더 방황하고'로 가요계에 입문해 올해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그는 "겁도 많고 서투른 제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마음속으로 채찍질도 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아보면 그런 서툴렀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점점 나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헤이즈라는 가수의 음악을 궁금해하시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야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거니까 그분들께 진심으로 너무너무 감사드린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제가 상상도 못한 만큼 잘 된 것 같다. 저는 그냥 노래를 쓰는 게 좋았고 그걸 혼자 방 안에서 녹음해서 듣는 게 재밌었던 사람이었는데 막연히 가수가 되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근데 또 너무 좋은 기회로 Mnet '언프리티 랩스타2'에 나가게 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흘러왔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었던 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새롭고,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 앞에 서서 계속 무대를 하고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에 대해서 그때까지는 깊게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였으니까"라고 돌아봤다.
"앞으로도 저의 본분을 잊지 않고 위로와 공감이 될 수 있는 곡들을 앞으로도 잘 고민해서 들려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어요. 제 음악을 들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고, 저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노래를 듣고 너무 위로가 됐어요' '너무 공감했어요'거든요. 그런 메시지와 함께 웃으면서 활동하고 싶어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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