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언제나 최정 있다"…김광현, 6번째 우승반지 합작 꿈꾼다

"은퇴하기 전에, 둘이 꼭 함께 한 번 더 우승해야죠."

활짝 웃는 김광현(왼쪽)과 최정. 연합뉴스

투수 김광현(36)과 내야수 최정(37)은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다. 최정은 2005년, 김광현은 2007년 차례로 SK 와이번스(현 SSG)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발을 내디뎠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뛴 2년(2020~2021년)을 제외하면, 둘은 올해까지 무려 16시즌을 동고동락했다.

수많은 역사도 함께 썼다. SK의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07~2008년, 2010년, 2018년)과 SSG의 창단 첫 통합 우승(2022년)을 모두 함께했다. 그 사이 최정은 홈런 495개를 때려 KBO리그 통산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고, 김광현은 리그에서 역대 3번째로 많은 통산 170승을 쌓아 올렸다. 최정과 김광현의 발자취가 곧 SSG 전성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5년에도 둘은 변함없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최정은 지난 6일 SSG와 4년 총액 110억원에 사인했다. 김광현은 "정이 형이 팀에 남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웃었다. "형이 없는 우리 팀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공을 던질 때 언제나 내 등 뒤에는 (3루수인) 정이 형이 수비를 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SSG 에이스 김광현. 뉴스1

김광현은 올 시즌을 무척 아쉬워했다. SSG는 KT 위즈와 사상 최초의 5위 결정전까지 치른 끝에 6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KT와 시즌 성적(72승 2무 70패)이 같고 상대 전적도 8승 8패로 팽팽했는데, 마지막 1패 탓에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놓쳤다.

개인 성적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31경기에서 162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면서 12승(10패)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이 4.93으로 높았다. 그는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평균자책점이 이렇게 좋지 않은 시즌은 처음이다. 내가 (올해 도입된) 자동 볼판정 시스템(ABS)의 '패배자'인 것 같다"며 "마지막 타이브레이커에서 보여준 모습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다행히 후반기에는 적응이 좀 됐으니, 다음 시즌에는 절치부심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돌이켰다.

올해 통합 패권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 장면은 김광현에게 강한 자극제가 됐다. 김광현은 "우리 팀이 우승한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KIA가 우승하는 걸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며 "그럴 때마다 늘 '내가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하며 자책을 많이 한다. 내년을 더 열심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MLB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김광현(오른쪽)을 축하해주는 최정. 사진 SSG 랜더스

김광현이 다시 우승을 꿈꾸게 하는 가장 든든한 힘은 역시 SSG에 잔류한 최정의 존재다. 최정과 다섯 개의 우승 반지를 함께 낀 김광현은 이제 여섯 번째 반지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 생각이다. 그는 "은퇴하기 전에 나와 형이 함께 뛰면서 한 번 더 우승 트로피를 드는 게 선수 생활의 마지막 목표"라고 강조했다. 팀이 아닌 '선수'로서 함께 이루고픈 희망도 있다. 김광현은 "형은 내년에 통산 500홈런을 달성할 거고, 나도 이 팀에서 통산 200승 고지를 밟고 싶다"고 했다.

김광현과 최정은 17년 전인 2007년, 서로 승 수와 홈런 수를 놓고 내기를 하던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 후 둘 다 팀의 간판이자 기둥으로 성장해 인천 야구의 '리빙 레전드'로 우뚝 섰다. 이들이 합작하는 '전설'은 내년 시즌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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