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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철은 “2군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냥 ‘밥이라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는 생각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멀리, 또 크게 보면 자신의 구위를 최대한 살리는 피칭을 해야 했다. 하지만 당장 팀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2군에라도 붙어 있으려면 실전 성적이 필요했다. 점차 변화구에 의존하고, 구속을 떨어뜨려 제구를 잡으려고 했다. 나약해지고 있었다. 그때 전화 한 통이 왔다. 발신자는 심재학 KIA 단장이었다. “준비해서 미국에 가라”고 했다.
유승철은 “사실 나를 포기하고 그렇게 스타일을 바꿔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게 내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스럽더라. 구단에서 이렇게 신경을 써주는데 나 자신에게 부끄러웠다”면서 “단장님에게 너무 감사하다. 1군에 있든 2군에 있든 단장님이 가끔씩 문자메시지도 보내주시곤 한다. 굉장히 큰 힘이 된다. 나는 나를 포기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렇게 계속 관심을 가져준다는 게 나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고마워했다.
먹고 살기 위해 제구형, 변화구 피처가 되려고 했던 유승철은 구단이 따뜻하게 내민 손을 잡았다. 미국에 가기 전 마음가짐을 고쳐먹었다. 예전의 유승철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동료 선수들과 함께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에 입소한 유승철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유승철이 입소하기 전 KIA 구단으로부터 영상을 받아본 트레드 관계자는 첫날 미팅에서 “너는 하는 동작이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유승철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유승철은 “야마모토와 비슷하니 이렇게 해보자고 하더라. 하체를 쓸 때 자꾸 점프를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투구폼(야마모토와 유사한 폼)으로 던지면 점프하지 않고 꾸준한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왼쪽 다리를 들면서 나갈 때 지면에서 뜨니 제구를 잡기가 어렵다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야마모토는 왼 다리가 거의 지면에 스치면서 나가는 듯 굉장히 간결한 중심 이동 동작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을 유승철에게도 적용하려고 한 것이다. 그렇게 팬들이 부르는 ‘유마모토’의 탄생이 시작됐다.
사실 처음에는 반신반의였다. 유승철은 “해보니까 편하기는 했는데 속으로는 ‘이렇게 바꾸는 게 맞나’라고도 생각했었다. 불편한 점도 있었다. 다리를 어느 정도는 들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었다”면서 결코 쉽게 이뤄진 과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투구폼의 변화가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트레드 스태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9월 24일, 광주 삼성전에 나선 유승철은 완전히 새로운 선수가 되어 있었다. 갑자기 바뀐 폼에 팬들도 놀란 것은 당연했다.
성적은 좋았다. 9월 19일 1군에 올라온 유승철은 시즌 마지막 세 경기에서 합계 3이닝을 던지며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폼을 바꾸면서도 구위가 유지된 게 고무적이었고, 제구에서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제 폼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은 모두 지웠다. 이 폼을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개선시키느냐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래서 팀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게 반갑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폼을 가다듬을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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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철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미국행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유승철은 “하도 안 되니까 내 스스로를 바꿔보자고 큰 마음을 먹고 바꾼 것이었다. 그런데 뭔가 운명인지 하늘이 ‘아니다, 하지 말아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면서 “내가 잘못된 길을 가니까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았다.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비록 올 시즌은 안 좋았지만 이제 내 자신을 믿고 시간을 가지며 계속 하다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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