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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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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 빨아들이더니 부동산 '올인'… 2금융권 위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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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기의 2금융권, 어디로(上)

[편집자주] 코로나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금리, 비대면 영업, 비과세 효과로 2금융권에 '돈'이 몰렸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넘쳐나는 돈을 중저신용자나 지역 소상공인이 아닌 부동산PF에 공급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연체가 늘었고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했다. 부실 금융회사 구조조정은 물론 업의 본질과 역할을 다시 고민할 때다.



저축은행 10곳, 적기시정조치 대상..10년 마다 반복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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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적기시정조치 대상/그래픽=김지영


금융당국이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13년 만에 재개한 저축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79곳 중에서 약 10곳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올랐다. 이 가운데 자본확충 능력이 부족한 약 4~6곳은 최악의 경우 퇴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상호금융권도 지난해 말 기준 적자 조합이 이미 738곳으로 전년 대비 7배 급증해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이 본격화 한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에서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건전성 평가등급 4등급 이하를 받은 저축은행(2분기 연속)이 지난 3월 말 3곳, 6월 말 4곳, 9월 말 3곳 등 총 1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저축은행 79곳 중 12.7%가 건전성이나 자본력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는 경영실태평가 결과와 경영개선 계획서를 바탕으로 적기시정조치 대상 여부와 권고·요구·명령 등의 수위를 조만간 판단할 예정이다. 일부는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을 낮춰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4~6곳은 자본확충 능력이 떨어져 1~2년 안에 퇴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 약 2년여 동안 18곳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으로 분류돼 퇴출당한 데 이어 13년 만에 구조조정 대상 저축은행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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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상호금융 실적/그래픽=김지영


상호금융권도 적기시정조치에 따라 통폐합 대상 조합이 늘어날 수 있다. 농협, 신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5개 상호금융권 조합(금고)은 총 3018곳인데 지난해 말 기준 적자를 기록한 조합이 738곳이었다. 전체의 24.4%였다. 직전해 적자조합 115곳에 비해 7배로 불어났으며 올 연말에는 적자 조합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부실우려조합이 늘면서 통·폐합 조합도 빠르게 증가했다. 실제 한 상호금융업권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올 연말 부실우려 조합수가 2022년 대비 약 10배 가량 늘것으로 추산했다. 상호금융권은 통폐합시 조합장·임원들의 반발이 커서 수년간 통폐합 사례가 드물었다.

2금융권이 10여년 만에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부동산 호황기에 건설업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영향이 결정적이다. 부동산 침체기인 지난해부터 연체율이 두자릿수로 뛰고 부실이 눈덩이 처럼 불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성 재평가로 '옥석가리기'를 하자 부실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19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금리, 전국단위 비대면 수신 확대, 비과세 혜택이 더해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2금융권에 지나치게 유동성이 쏠렸다"며 "운용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이 몰리자 업의 본질과 상관없는 부동산 투자에 몰방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동산 '올인' 저축은행·상호금융..비과세·퇴직연금 '독'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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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점별 저축은행 총자산 추이/그래픽=이지혜



2금융권이 10년전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겪고서도 또다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무리한 투자를 했다. 운용 능력을 넘어선 과도한 '수신'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국면에서 높은 예금금리를 앞세워 전국적으로 비대면 수신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상호금융은 비과세혜택, 저축은행은 2018년부턴 허용된 퇴직연금으로 뭉칫돈이 몰렸다.

◆ PF 부실 사업장 70%는 저축은행·상호금융..퇴직연금·비과세가 '독' 됐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상호금융의 부실 PF 사업장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은 각각 4조5000억원, 9조9000억원으로 금융권 전체 21조원의 69%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부실사업장에 2금융권 대출이 흘러간 셈이다.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연체율은 지난 6월말 기준 8.36%, 4.38%로 지난해 말 대비 1.5배 가량 뛰었다.

금융 전문가들은 2금융권이 단기간 부동산 익스포져를 확대한 원인으로 넘쳐나는 유동성을 꼽는다. 지난 2020년 전후로 초저금리 시대에 2금융권 고금리 예적금에 돈이 몰렸다. 2금융권은 대출에 대해서는 영업구역 제한을 받지만 수신은 비대면을 통해 전국단위 영업이 가능하다. 실제 비대면 수신 비중이 저축은행은 32.4%, 상호금융은 21.9%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결정적으로 저축은행에 퇴직연금 진출이 허용됐다. 은행 창구를 통해 저축은행 퇴직연금이 불티나게 팔렸다.

저축은행 총자산은 저축은행 사태 초기인 지난 2011년 66조원이었다가 지난 2017년말 59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2018년 퇴직연금 허용 이후 수신이 폭발적으로 늘자 매년 자산이 수십조원씩 불었다. 부동산 초호황기였던 지난 2022년 말에는 138조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불과 5년 사이 자산이 2배로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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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유의, 부실우려사업장) 규모/그래픽=이지혜



◆ 예보한도 1억 상향시 위기의 주기 10년→5년으로 단축 우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저축은행 사태 트라우마가 강한 저축은행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은 부동산 PF는 쳐다보지 않다가 퇴직연금으로 돈이 몰린 2018년 이후 다시 부동산 투자를 폭발적으로 늘렸다"며 "부동산 호황기 단기 고수익이 가능해져 이익률이 높지 않은 서민금융 대신 손쉬운 부동산 투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축은행은 2019년 이후 토지담보대출을 20조원 넘게 확대한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동산 PF 대출을 전체 여신의 20%로 묶는 강력한 규제가 적용됐지만 소용이 없었다. 담보가액이 대출액의 130%를 넘어서면 일반대출의 일종인 토담대로 분류돼 느슨한 한도 규제(여신의 50%)를 받았기 때문이다.

상호금융권은 고금리 예금과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으로 뭉칫돈을 빨아들였다. 비과세 혜택은 조합원에만 적용되는데, 소액의 출자금만 내면 농·어업인이 아니어도 준조합원이 될 수 있다. 당초 비과세 혜택은 한시적인 제도였지만 3년마다 일몰이 연장돼 몸집 불리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 19 이후 상호금융권의 총자산(1028조9000억원)은 1.5배 불어나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합친 자산과 맞먹는 '공룡'이 됐다.

문제는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10년 주기설이 5년으로 단축될 수 있단 경고도 나온다. 조만간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기 때문이다.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2금융권으로 유동성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운용 능력 대비 과도하게 불어난 부채(수신)를 굴리려면 부동산 PF로 다시 눈을 돌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실 정리 넘어 산업재편"...저축은행 '대형화' 수면위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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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점별 저축은행 총자산 추이/그래픽=이지혜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여년 만에 사실상 '퇴출' 저축은행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부실 저축은행 정리를 위해 인수·합병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단순한 부실 정리 차원을 넘어 부동산 쏠림을 막고 중저신용자 대상 서민금융 공급 활성화를 위해 저축은행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에서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관련해 "적기시정조치는 일부 건전성 부분에서 법적인 요건에 따라 처리해야 될 대상이 조금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계가 은행이나 지역금융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위치 포지셔닝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저축은행을 어떻게 대형화 할지, M&A(인수합병)를 통해 그런 방향으로 갈지 하는 부분을 검토해야 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6개 영업구역을 나눠 영업제한을 받고 있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상호금융 뿐 아니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지역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쉽지 않아 돌파구가 필요하다.

저축은행 업권은 부동산 초호황기인 2020년 이후 부동산 대출 비중을 전체 여신의 70% 이상 늘려왔다. 본업인 중저신용자, 소상공인 대상 서민금융 역할보단 고수익을 챙길 수 있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눈을 돌렸다. 이로 인해 연체율이 10% 가까이 치솟아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약 10곳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됐다.

부실 저축은행 정리를 위해선 금융당국의 합병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이 까다로워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서다. 경영능력과 자본력이 검증된 다른 저축은행이 인수에 이어 합병하려면 합병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현행 규정상 다른 권역으로 영업구역을 확대하기 위한 합병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규제 완화시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 중 우리금융저축은행, NH저축은행, BNK저축은행의 추가 합병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들 저축은행은 현재 영업구역이 충청권, 서울권, 부산경남권 등으로 묶여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합병규제가 완화되면 자본력 있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나 상위권 저축은행이 인수자가 될 수 있다"며 "적기시정조치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하 '옥석가리기'가 완료되고 적기시정 대상 저축은행 몸값도 떨어지는 만큼 현 시점에서 선제적인 규제 완화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인수합병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규제 완화의 종착점은 결국 저축은행의 대형화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무리한 대형화가 위기의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부실 정리 차원이 아닌 산업 재편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민금융이라는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수라는 점에서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인 iM뱅크로 재탄생한 것처럼 저축은행도 대형화를 통해 지방은행 수준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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