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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지하 10층서 시작했는데…” 스스로 ‘비주류 외친’ 김판곤, 우승 사령탑으로 [현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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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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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 기자] “26년간 지도자 생활했는데 지하 10층에서 시작한 것 같다. 울산에서 우승 매우 영광스럽다.”

지난여름 A대표팀 사령탑으로 떠난 홍명보 감독의 후임으로 울산HD 지휘봉을 잡은 김판곤 감독은 3개월 만에 ‘K리그1 챔피언 사령탑’으로 거듭났다. 그는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4’ 36라운드 강원FC와 홈경기에서 루빅손, 주민규의 연속포로 2-1 신승했다. 승점 68(20승8무8패)을 기록한 울산은 시도민구단 사상 첫 우승을 겨냥한 2위 강원(승점 61)의 추격을 따돌리면서 잔여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 2022년 홍명보 현 A대표팀 사령탑 체제에서 17년 만에 리그 우승에 성공한 울산은 지난해 2연패를 달성하며 ‘신 왕조 구축’의 디딤돌을 놨다. 마침내 김 감독 체제에서도 타이틀 방어에 성공, ‘왕조의 자격’으로 불리는 3연패 대업을 이뤘다.

K리그 역사에서 3연패를 달성한 건 이전까지 두 팀밖에 없다. 성남 일화(성남FC 전신)가 1993~1995시즌, 2001~2003시즌 두 번 해냈다. 그리고 역대 최다인 5연패를 달성한 전북 현대(2017~2021시즌)가 가장 최근 이뤘다. 울산이 역사상 세 번째 팀이 됐다.

취임 전 스스로 비주류를 외치며 지도자로 ‘도장깨기’를 해왔다고 강조한 김 감독은 K리그 우승 지도자로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과거 ‘홍콩의 히딩크’로 불리며 축구 변방에서 지도자 역량을 발휘한 그는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선임위원장직을 수행, 파울루 벤투 전 A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하는 등 행정가로도 호평을 받았다. 이후엔 말레이시아 대표팀 사령탑을 지내면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고, 울산까지 연이 닿았다.

김 감독은 “지하 10층에서 (지도자를) 시작한 것 같다. 기회를 잡으려고 했는데 26년간 오지 않더라. 울산에서 불러준 것 자체에 감사하다”며 “3년 연속 우승 바라보는 팀이기에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너무나 기쁘다”고 했다. 또 “(지도자 생활에) 소방수로 많이 투입됐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품고 왔다. 처음엔 기대되고, 자신감도 넘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쉽지 않더라”고 했다.

울산은 홍 감독이 떠난 뒤 감독 대행 체제에서 1승2패로 주춤했다. 김 감독 부임 때 울산은 당시 선두 김천 상무(46점)에 승점 4차이로 4위(42점)에 매겨져 있었다. 공격 지향적 수비 등을 화두로 내세운 그는 폭넓은 로테이션으로 선수단을 운영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3전 전패 수모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따랐으나 리그에서는 11경기에서 8승2무1패의 성적을 내며 우승을 달성했다.

김 감독은 “4위로 시작해서 차이를 극복하고 선두를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ACLE도 안 좋았다. 팬들이 실망했기에 힘들었다”면서 “처음엔 아침에 일어나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난 한 달 정도는 (내가) 무슨 선택을 한 것인가, 잘못된 선택한 것인가. 후회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싸워 이겨나가야 할 것 같더라. 선수들이 감독을 신뢰해주고 따라준 게 힘이 됐다”고 했다.

김 감독은 전임 홍 감독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보였다. “전임 감독이 팀을 잘 만들어 놨더라”며 “선수들이 성품이나 직업 정신, 팀 정신 모두 흔들리는 게 없었다. 상당히 안정돼 있었고 손댈 게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전술적으로 이대로 가야하나, 내 색깔을 내야 하나 고민했다. 내 색깔대로 가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일부 선수는 의심도 들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확신을 가져줬다”고 말했다.

울산은 내년 K리그를 대표해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한다. 김 감독은 “클럽 월드컵에 나가는 건 이 팀에 오는 데 큰 동기부여였다. ACLE도 그렇고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스쿼드 노쇠화 지적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 90분간 경기를 지배하며 실점이 가장 적다. 매 경기 평균 11㎞를 뛰더라”며 “나이보다 생각, 직업정신, 열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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