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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긴급SW분석④] 배드민턴 포함 체육계 얼마나 곪았으면···전문가들 “바뀔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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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9일 오후 부산광역시 대표로 105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한 안세영이 밀양시배드민턴경기장에서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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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작심발언을 한 지 벌써 두 달여가 흘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1일 협회와 대표팀 운영 문제와 관련한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등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아직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체육계 협회들이 반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곪아 있는 단체도 드러나지 않게 쉬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어른답지 못한 모습이 반복된다.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는 윗선들은 여전히 선수 나무라기에 바쁘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발언은 국민의 분노를 샀다. 김 회장은 “안세영이 세계적인 스타여서 그런지 선수촌장이나 협회장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이번에 덴마크(오픈) 대회에 가서도 선배나 코치들한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선수를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권위적이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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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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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칼럼니스트 정윤수 성공회대 교수는 “안세영 선수가 인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공개적인 자리인 국감에서 한 개인의 인성 탓으로 모든 문제를 몰고 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책임이 있는 사람이 무책임하게 말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대회 중계 화면에 잡힌 코치진과 대화하지 않는 모습, 귀국을 코치진과 따로 한 모습 등 이런 단편적인 조각들을 모아 안세영의 태도 논란을 지적하는 건 해선 안 되는 일”이라며 “인사를 안 한 이유는 조직 전체를 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작심발언이 인성 문제로 변질될 판이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은 직후 협회의 각종 부조리를 폭로했다. “용기 있는 발언으로 봐야 맞다”는 정윤수 교수는 “이와 같은 일은 배드민턴 협회만의 문제거나 안세영 선수의 독특한 캐릭터 문제는 절대 아니다”라며 “안세영 선수의 발언은 거꾸로 말하면, 성적이나 기여도가 없는 선수들은 억울해도 말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 사회는 아직 훈련 환경이나 인권, 보상, 처우 등 이런 것에 대해 선수가 말을 하면 오히려 피해를 입고, 왕따가 되는 것이 고질적인 상황”이라며 “대한체육회 산하의 거의 모든 종목에 걸처져 있는 문제가 안세영 선수를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났을 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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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덴마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덴마크오픈 여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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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와 협회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종목별로 다양한 이유로 계속돼왔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전임 교수는 “안세영 선수가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메달을 따면 선수와 협회 모두 좋아야 하는데, 대부분 협회가 이득을 모두 취하고 선수는 유명세를 얻을 뿐이다. 안세영 선수는 할 건 다 했다. 그 다음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그런데, 책임 있는 어른들이 없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체육계가 아니더라도 이런 어린 선수들의 고충을 귀 기울여 들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얼마나 한국 스포츠계의 전망이 어두우면, 전문가들은 안세영의 발언 이후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 볼까. 정용철 교수는 “안세영의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변화의 기회라고 볼 수도 있으나, 이제껏 협회가 해온 행보를 보면 바뀔 것 같지 않다. 조직 자체가 워낙 폐쇄적이고, 위기감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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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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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이 체육 단체의 회장에 오르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조건 체육인이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것은 반대”라는 정윤수 교수는 “대부분의 체육 단체의 회장은 선수들이나 그 경기 종목의 발전 여건 형성, 선수들의 보상 체계 개선에 대해선 거의 신경을 안 쓴다”며 “빛나는 자리에 참석할 뿐이다. 김 회장의 행동을 보면 선수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존중이나 예우 없이 하나의 사물처럼 여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구조는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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