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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라우어의 잔인한 하루, 이렇게 잘 던졌는데… 5이닝 8K 역투 날린 뼈아픈 피홈런 2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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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정규시즌 우승팀 자격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는 21일부터 23일까지 2박 3일에 걸쳐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우여곡절 끝에 모두 이기고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리고 있는 팀이 먼저 2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 직행 팀이라는 자체가 전력의 강인함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체력도 많이 남은 팀이 2연승을 거뒀으니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을 높게 잡을 수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KIA로서는 원정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3차전이 중요했다. 이 3차전만 이기면 말 그대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을 수 있었다. 삼성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사 상대 에이스 원태인이 나서는 4차전을 내준다고 해도 별다른 심리적 타격 없이 광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3차전 선발로 나서는 에릭 라우어(29)의 어깨가 무거웠다. 이날 상대 선발은 정규시즌 성적, 그리고 정규시즌 KIA전 성적과 별개로 포스트시즌에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 대니 레예스였다. 레예스의 최근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라우어가 이에 뒤지지 않는 피칭을 해 못해도 5회까지는 경기를 대등하게 끌어줄 필요가 있었다.

라우어는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투수 중에서는 단연 가장 뛰어난 경력을 자랑한다. 메이저리그에서만 통산 36승을 거뒀다. 한 시즌 두 자릿수 승수 경력도 있다. KIA가 올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할 당시까지만 해도 이 경력이 큰 화제를 모았다. 부상 이후 구위가 한창 좋을 때만 못하다고 하더라도, 이만한 경력을 가진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라우어에게 KBO리그의 쓴맛을 알려준 팀이 바로 삼성이었다. 라우어의 KBO리그 데뷔전 상대가 바로 삼성이었다. 당시 라우어는 강민호 박병호에게 홈런을 맞는 등 3⅓이닝 동안 7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4실점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당시 라우어와 지금 라우어는 조금 다른 선수였다. 라우어는 당시까지만 해도 커터라는, 메이저리그에서 잘 썼던 구종을 주무기로 활용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고, 타자들의 방망이도 잘 따라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포심을 주로 활용하고, 사인도 자신이 스스로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구위는 워낙 좋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분석하기로는 구종이 조금 단조로운 듯한 부분을 분석했다. 타선에서 그런 부분을 염두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라우어 자체도 처음에 삼성하고 붙인 부분도 삼성하고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붙여봤던 것이다. 홈런도 맞아봤기 때문에 라우어도 오늘 잘 던지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할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5이닝만 잘 던져주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라우어 피칭이 중요하다. 초반에 조금 흔들린다고 생각하면 중간 투수를 빨리 올려서 이기는 경기로 가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런 라우어는 자신의 몫을 다하고 내려갔다. 라우어는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71개의 공을 던지며 8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위력투를 선보였으나 피홈런 두 방으로 2실점하며 2실점했다. 여기에 타선 지원도 받지 못하면서 패전 요건 속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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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삼성은 라우어를 공략하기 위해 한 차례 맞대결에서 라우어에게 좋았던 강민호를 3번으로 당겼다. 그리고 2차전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준 류지혁과 디아즈를 강민호 앞뒤로 배치했다. 하지만 라우어도 그냥 당하고 있지 않았다. 시속 151㎞까지 나온 강력한 포심패스트볼의 제구가 훌륭하게 이뤄지며 삼성 타선을 이겨냈다. 전체적인 투구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투구였다. 다만 타선 지원이 없었던 게 아쉬울 뿐이었다.

1회부터 포심의 예리함이 빛났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 포심 자체에 힘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라우어의 1회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1.5㎞, 평균은 148.5㎞에 이르렀다. 삼성으로서 골치 아픈 일은 이 포심의 제구가 기가 막혔다는 것이다. 보더라인을 9등분하는 게 아니라 18등분해 던지는 듯했다. 사실 그 코스는 방망이에 나와 맞았다고 해도 좋은 타구를 장담하기 어려운 코스였다.

라우어는 1회부터 커터보다는 포심과 슬라이더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1회 선두 김지찬과 2번 타자 류지혁을 모두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다. 보더라인 중에서도 끝에 걸리는 완벽한 투구에 두 타자 모두 꼼짝을 못했다. 이어 강민호는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1회를 삼자범퇴로 넘어갔다.

2회에는 선두 디아즈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포심에 힘이 있었고, 디아즈의 방망이가 라우어의 포심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어 김헌곤에게는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를 맞았다. 약간 높은 쪽으로 들어간 공을 김헌곤이 강하게 타격했다. 타구가 유격수 박찬호 앞에서 튀면서 잡기 어려운 강습 안타가 됐다. 하지만 라우어는 흔들리지 않았다. 정규시즌 자신을 상대로 홈런과 2루타 한 방씩을 때렸던 박병호를 3루수 방면 병살타로 요리했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7구째 슬라이더를 던졌고, 박병호가 정확한 타이밍이 맞히지 못하면서 가볍게 이닝을 정리했다.

0-0으로 맞선 3회에는 1점을 허용했다. 선두 김영웅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할 때는 좋았다. 그러나 이성규와 승부에서 실투가 나왔다. 2B-2S에서 5구째 포심패스트볼이 약간 치기 좋은 높이로 들어갔다. 차라리 더 높았어야 했는데 애매한 위치였다. 힘이 좋은 이성규가 이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이전에 파울팁 삼진으로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 아쉬웠다. 다만 라우어는 다음 타자 이재현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시속 150㎞에 가까운 포심패스트볼에 이재현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라우어는 김지찬에게 중전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류지혁을 유격수 땅볼로 정리하면서 추가 실점 없이 3회를 마쳤다.

하지만 타선이 좀처럼 라우어를 지원해주지 못했다. 라우어도 잘 던졌지만, 반대편의 대니 레예스도 잘 던졌다. 라우어는 0-1로 뒤진 4회 선두 강민호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2B-2S에서 결정구인 슬라이더가 예리하게 강민호의 존을 파고들었다. 이어 디아즈를 1루수 땅볼로 정리했고,김헌곤도 강력한 포심패스트볼로 헛스윙 처리했다. 4회까지 투구 수는 55개에 불과했다. 김헌곤 타석에서 보듯이 포심패스트볼은 아직도 힘이 있었다. “구위는 좋다”는 박진만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그러나 0-1로 뒤진 5회 또 홈런을 맞으면서 아쉽게 실점했다. 라우어는 선두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포심으로 카운트를 잡고, 슬라이더나 커브 등 다른 변화구를 던져 카운트 싸움을 어지럽게 몰고간 뒤 결국은 2S 이후 포심으로 정면 승부를 거는 라우어 패턴 그대로였다. 삼성 타자들도 알고 있었지만 좀처럼 이 포심을 공략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영웅 타석 때는 김영웅의 힘에 당했다. 초구 커터가 제구가 되지 않아 볼이 된 상황에서 라우어는 바깥쪽 포심을 선택했다. 코스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김영웅이 빠른 공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듯 공이 더 도망가기 전 앞에서 공을 맞혔고, 김영웅 특유의 힘과 발사각으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가 됐다. 라우어로서는 잘못 던진 공은 아니었지만, 김영웅의 힘에 당한 셈이 됐다.

라우어는 홈런 이후에도 흔들리지는 않았다. 전 타석에서 홈런을 맞은 이성규를 삼진으로 잡았다. 2S를 잡은 뒤 이번에는 커브를 던졌다. 빠른 공 계통을 예상하고 있었을 이성규로서는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 헛스윙이었다. 이어 이재현은 1B-2S에서 패스트볼을 던져 루킹 삼진 처리했다. 라우어의 공에 아직 힘이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5회까지 투구 수는 70개, 4사구 하나 없이 8개의 삼진을 잡았다.

어쩌면 이 정도 투구 내용이라면 5이닝 2실점이라는 기록도 못내 아쉬울 법했지만, 야구라는 게 그랬다. 라우어는 6회 선두 김지찬에게 안타를 맞고 강판됐다. 장현식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아 5이닝 2실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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