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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대학 최연소 감독' 배원호의 원광대, 창단 첫 권역 우승…"대학축구 붐 이끌고파! 이정효 감독님 만나 많이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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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대학 무대 최연소 감독은 원광대학교 사상 첫 승격이란 성과를 냈다. 더 큰 무대로 나가는 배원호 감독은 대학 축구 판을 뒤흔들고자 하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과거 어떤 엘리트 선수라도 대학 무대를 거쳐 프로 세계로 들어왔다. 최근엔 실력이 평균 이상 선수들은 대학보다는 프로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22세 이하 룰이 이어지면서 대학 무대에 대한 관심은 더 떨어졌다. 관심은 줄었어도 여전히 구슬땀을 흘리며 밝은 미래를 꿈꾸는 선수들이 있다.

원광대가 대표적이다. 원광대의 올 시즌 스토리를 이야기하기 전 U리그 시스템에 대해 알아야 한다. U리그는 2022년부터 최근 성적을 기반으로 승강제로 나누어 U리그1, U리그2로 운영을 한다. U리그2는 권역별로 대학을 나누는데 1위만 내년부터 U리그1에서 뛸 수 있다. 원광대는 U리그2 속했고 8권역에서 우승을 차지해 다음 시즌부터 U리그1에서 뛰게 됐다.

원광대 우승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원광대는 배원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코치가 없고 버스 기사 등 지원 스태프도 없다. 배원호 감독 혼자 전술을 만들고 훈련을 하고 경기를 진행하고 버스를 운전해 원정을 다니고, 경기 중에도 교체 이름표를 쓰는 등 모든 일을 다하며 원광대를 운영했다. 배원호 감독의 노력으로 원광대는 권역 우승을 하면서 승격에 성공했다.

배원호 감독의 원광대를 조명하는 건 다른 이유는 없다. 많은 사람이 바라보지 않는 대학 무대에서도 힘을 쓰면서 노력을 하고 후배 양성과 팀 활성화에 자신의 모든 걸 쏟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배원호 감독은 '인터풋볼'과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떤 지향점 속 원광대를 지도하고 있는지 등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대학 무대에 있는 지도자, 선수 모두에 귀감이 될 만했다.

[배원호 감독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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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무대 최연소 감독이라 들었다.

U리그1, 2 통틀어 가장 어리다. 1987년생 최연소 감독이다. 20명 정도 있는 원광대를 이끌고 있다. 축구부 지도교수 송제호 교수님 격려와 전 감독님이자 은사인 문영래 감독님의 17년 동안 헌신과 노력으로 선수에 이어 지도자가 됐다. 올 시즌부터 원광대를 이끌었다. 200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이란 걸 모교에 안겨줬다.

선수 시절 원광대 창단 멤버였다. 원광대에서 뛰다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2년 정도 프로생활을 하고 원광대 코치가 됐다. 원광대는 그동안 약체였다. 전국대회 입상 성적도 없고 권역별에서 꼴등도 하고 1년에 1승도 못할 때도 있었다. 모교 원광대에 부임해 1년차 만에 성과를 내려고 했고 우승, 승격을 해냈다.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팀을 운영해 어려움이 있었다. 학부모님들 도움으로 운영을 하지만 금전적인 어려움이 매우 크다. 다른 대학도 열악하지만 우린 더 어렵다. 선수 수급도 어렵고 학교 내 지원도 많지 않다. 지원을 받으려면, 우리 팀을 알리려면 성적을 내는 방법뿐이었다. 성적을 냈고 승격을 했는데 이를 더 알리고 싶었다. 그래야 우리 팀이 더 나아지고 발전한다고 생각했다.

-우승을 한 과정은?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개인적으로 공을 소유하는 축구를 선호하나 우리 팀엔 체력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길러 한 발 더 뛰는 축구가 맞다고 여겼다. 선수들은 낮엔 주로 수업을 듣고 새벽, 저녁에 운동을 하는데 운동시간 자체도 많이 부족하며 운동장 사용도 어렵다. 프로처럼 체계적 훈련보다는 선수들이 싫어하더라도 체력 운동을 시키며 동기부여를 하고 소통하고 다독이며 팀을 운영했다.

위축될 수 있는 환경에도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다른 팀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라고 주문했다. 기술이 비교적 부족하면 더 많이 뛰어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공격적인, 수비적인 움직임을 해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면 체력밖에 없어 체력 부분을 많이 언급했다. 훈련 등 모든 게 힘들었겠지만 열심히 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수비에서 실점이 적은데

체력 다음은 정신력이었다. 체력이 우월해도 팀워크가 없으면 안 된다. 팀워크가 깨지지 않도록 수비할 때는 3명이 붙고 공격할 때는 언더래핑을 해 좁은 공간에도 수적 우위가 생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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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확정하며 다음 시즌 U리그1에서 뛰는데, 지금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선수 수급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대학과 달리 어려움이 있어 여러 루트를 통해서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좋은 대학이나 수도권 대학만큼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지 못해도 공 소유 능력이 좋고 더 많이 배우고 발전하고 싶은 선수들이 왔으면 한다. 더 높은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체력만큼 기술도 확보가 되어야 한다.

우리 팀을 보면 수비를 하다 공격으로 전환을 할 때 첫 패스가 항상 아쉽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되지 않는다. 이 첫 패스가 잘 되면 공을 계속 소유를 한다. 공을 소유하면 수비를 할 일도 적어지고, 공격을 하며 득점을 만들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대학교 와서 기술적인 부분들을 다 습득하긴 냉정히 어렵다. 초중고에서 개인 능력이 키워지고 대학, 프로 무대는 전술이나 컨디션 싸움이다. 지금 선수단도 좋지만 더 능력 있는 선수들을 데려와 좋은 팀을 만들고 싶다.

-우승을 한 이후 원광대 측에서 지원은?

더 관심을 가져주고 축하한다고 응원을 들었다. 더 좋은 성적을 내며 학교를 더 홍보하면 더 많은 지원과 응원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원광대라는 소속감이 더 들도록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운동장, 시설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숙소도 없고 기숙사도 이용할 수 없어 학교 밖 원룸에서 선수들이 생활해 소속감,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이 부분은 해결하기 어렵다. 내가 더 노력을 해 지원을 받도록 해볼 생각이다.

-지향점으로 삼는 가치는?

가장 먼저 도덕적 태도를 요구한다. 축구를 못하는 건 괜찮은데 인성, 태도가 문제가 있으면 훈련도 안 시킨다. 그 다음이 축구다. 원광대에 오는 선수들은 축구를 먼저 생각한다. 내가 원광대 선수 시절 가장 괴로웠던 건 "이 대학 오면 프로 못 가"라고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그랬다. 분위기가 그러니 좋은 성적이 나올 일이 없었다. 괴로웠는데 내가 프로에 가며 원광대 1호 프로 진출 선수가 됐다.

최근 들어 취업을 한 선수가 없다. 나 말고도 과거에 FC안양, 광주FC에서도 뛰었는데 최근엔 없다. K3리그라도 선수를 보내기 위해 추천을 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원광대에서도 프로, 취업을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

-목표가 있나?

모교이고 창단 멤버이고 코치, 감독까지 역임해 애착심, 책임감이 있다. 부임하고 나서 전국대회에서 다 예선 탈락을 했는데 8강 이상 목표로 나서고 U리그에서도 우승을 하고 싶다. 다른 대학을 보며 자극이 된 부분도 있다.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꿈과 함께 대학축구 붐을 이끄는 중심 팀 역할을 하고 싶다.

또 원광대에 오면 프로로 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한다. "원광대 오면 프로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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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FC와 친선전을 치렀는데.

이정효 감독님을 보고 느낀 게 많다. 이정효 감독님이 광주에 오시고 성적도 냈지만 그러면서 환경, 문화가 바뀌었다. 과거 광주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변화를 했다. 팬들 지지도 상당하지 않나. 광주와 친선전을 하면서 느낀 게 많다. 원광대 입장에서 소중한 경험이었다. 프로 1군과 처음으로 대결해보기 때문이다.

광주와 대결을 하고 이정효 감독님과 대화를 했다. 이정효 감독님은 선수 시절 K리그에서 100경기를 넘게 뛰었는데 스스로를 '비주류'라고 한다. 누구보다 비주류인 나이기에 이정효 감독님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눴다. 이정효 감독님은 "노력하고 실력 있는 지도자는 결국 살아남는다.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온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버스 운전을 하러 갈 때도 이정효 감독님이 찾아오셔서 따로 인사를 해주셨다. 오늘 경기 브리핑을 해주면서 문제점까지 지적해줬고 "대학이랑 할 때는 우린 항상 가둬서 팬다"고 하면서 패배를 당한 우리 선수들이 기죽지 않도록 해줬다. 메시지도 드리니 답장도 해주셨다.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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