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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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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브릭스 회원국간 통화 결제 늘리자”… 美 주도 국제 금융질서에 정면도전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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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독립… 지정학적 위험 줄여”

시진핑엔 “양국관계, 세계안정 요인”

동아일보

22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CIS) 정상회의 첫날 만찬에 참석해 나란히 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부터). 카잔=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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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 브릭스(BRCIS) 정상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의 첫날인 22일 “회원국 간 통화 결제를 늘리자”고 밝혔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회원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해 미국 달러에 기반한 국제 금융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탈(脫)달러’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지우마 호세프 신개발은행(NDB) 총재 겸 전 브라질 대통령을 만나 “회원국 간 통화로 상호 결제를 하면 각 회원국의 재정 독립성이 높아지고 지정학적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러시아 재무부와 중앙은행도 최근 이에 관한 지급 결제 디지털 플랫폼 ‘브릭스 브리지’ 계획을 발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에서도 지급 결제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23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전날 양국 간에 이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물음에 “금융 협력을 포함한 모든 현안이 논의됐다”고 답했다.

브릭스는 앞서 2015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과 유사한 NDB를 출범시켰다. 특히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미국이 주도한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당했다. 이로 인한 루블화 급락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탈달러의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중국, 이란 등 다른 회원국들도 탈달러에 대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역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늘려 자국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브릭스는 미국의 전체주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며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양한 경제 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조치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소장은 “중국, 인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참여한 결제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미국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22일 양자 회담을 가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현대 사회에 모범이 되는 모델이자 세계 안정화를 이끄는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 또한 “국제사회가 심각한 변화를 맞고 있지만 양국 관계는 훼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0월 이후 이번 정상회의까지 총 4번 만났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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