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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이슈 공매도 전면 금지

“관치 아닌 ‘검치 금융’ 시대…공매도 금지·금투세 폐지는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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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원승연 명지대학교 교수(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에서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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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연 명지대 교수(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금융 전문가다.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삼성생명·외환코메르츠·신한·교보 등에서 주로 자산운용을 맡았다. 이후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명지대 경영대학에서 재무·투자론을 가르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3년간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을 지냈다. 재임 중 삼성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라임 사모펀드 불법·부실판매 등 굵직한 사건 처리를 주도했다.



원 교수는 진보 경제학계 거두 고 변형윤 서울대 교수의 제자 그룹인 ‘학현학파’의 핵심 멤버다. 2021년 학현학파의 소장학자들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책 ‘정책의 시간’을 펴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지난달에는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천착하고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 ‘금융위기와 한국경제’를 펴냈다. 그는 “지난 35년동안 학계, 업계, 그리고 잠깐은 금감원에서 금융 관련한 공부와 일을 해왔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있었던 주제가 금융위기에 관한 것이었다”며 “한번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최근 한국 금융의 위기를 언급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때때로 그 주장이 현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되어 금융시장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그는 “금융위기에 대한 연구와 역사적 경험을 다시 공부하면서, 한국 금융과 경제 현실에 접근해 현재의 문제를 정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전공인 자본시장에 대한 주제로 펀드 등 제도를 연구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를 위한 지침서도 저술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2~3년 전부터는 연구의 폭을 넓혀서 경제발전 요인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2차세계 대전 후 선진국에 진입한 매우 예외적인 나라이나, 지금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가 발전한 나라도 일순간에 쇠락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과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한국경제의 방향이 어때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고, 이를 위한 연구를 천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명지대 인문캠퍼스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임기 2년 반이 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한마디로 평한다면 무의지·무책임·무능력 ‘3무 정권’이다. 문재인 정부도 소득주도성장이니 해서 논란이 많긴 했다. 그래도 그걸 계기로 나라의 경제 방향에 대한 논의도 있었는데, 이 정부는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정권을 잡아서 어떻게 나라에 기여하겠다는 목표가 없는 것 같다. 더구나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이를 전 정권이나 일부 집단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마저 보여주고 있다. 이미 포화된 한국 사회에서는 개혁 추진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력과 섬세함이 필요한데 섣부른 정책을 펴고 있다. 4대 개혁이란 것도 실제로 하는 걸 보면, 연금은 다 합의된 것을 깨버리고, 의료는 마구잡이로 진행해서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 노동은 69시간 노동 등 일방적인 노동 탄압으로 변질됐고, 교육도 역시 미래를 위한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책에서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국정운영 방식의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강조했지만, 경제성장에서 포용적 제도와 민주주의가 중요하다. 다수의 의견, 새로운 혁신을 바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기득권에 의한 지대추구 행위를 막는 게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권위주의적 의사결정의 문제점은 공무원들이 아래를 볼 필요가 없고, 위만 바라본다는 점이다. 지금 문제는 어떤 하나의 정책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거다. 정부 재정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도 세수 부족이 57조원이나 됐고, 올해도 수십조원 적자로 예상된다. 대통령이 감세를 주문하면서 재정도 건전하게 하라고 한다. 그러면 세금도 줄이고 지출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정치적 반발 때문에 지출을 못 줄이니 결국엔 재정적자가 불가피해진다. 이런 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재정적자가 논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편법을 동원한다. 한은이 기획재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지방교부금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식이다. 이러면 시스템이 망가지는 거다.”





관료들이 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 하고, 대통령이 잘못된 지시를 내려도 용기있게 아니라고 제지하지 못 하는 것 같다.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의 가장 큰 문제는 위기 대응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정부는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정치적으로 중요하게 여겨 무역적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환율을 방어했으나 외환보유고만 감소해 결국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위에서 지시한 사항만을 집행하니, 정부 정책이 오히려 위기를 확대하는 촉매제가 된다. 시장과 세상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못하고 숨기려는 정부가 있는 사회는 위기에 취약하다.”





윤 대통령은 1970~80년대 신자유주의 이론가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읽으면서 경제관을 세운 거 같은데, 이런 경제관이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 맞다고 보나?





“프리드먼도 화가 날 것 같다. 왜냐면 프리드먼 얘기의 핵심 중 하나는 정부가 시장보다 나을 수 없으니 가능한 한 정부 개입을 줄이라는 거다. 그러나 현 정부의 시장 기능을 무시하는 발언과 개입은 비일비재하다. 또, 윤 대통령의 자유는 선택적 자유인 듯하다. 예를 들어서 노사관계도 한쪽 만의 자유를 주장할 뿐, 다른 한쪽의 자유는 억압한다.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데, 자유주의 철학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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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연 명지대학교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에서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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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신용팽창이 자산버블을 일으키고 어떤 계기에 의해 자산가격이 폭락하면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져 금융위기가 발생한다고 얘기한다. 책에서 신용팽창과 관련해 가계부채와 기업형 부동산금융을 구분해서 봐야 하고 정책 대응도 다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런 분석의 근거를 말해달라.





“2차 세계대전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한 대부분 나라들의 공통점이 주로 부동산 쪽에서 신용팽창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그런데 같은 부동산에 돈을 빌려줘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다르다. 가계는 투기적 목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거가 목적이다. 실업을 당한 경우 등을 제외하면 소득 중에서 일단 빚을 먼저 갚게 돼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고 통상 무한한 부채 상환 의무가 있으니 말이다. 반면 기업은 돈을 빌리는 이유가 수익을 내려는 거다. 기업은 유한 책임이어서 돈이 안 벌리면 회사를 정리한다. 금융위기는 은행 같은 금융회사가 파산 위험에 처해져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금융위기를 경험한 나라 중에 가계부채로 인해 금융회사가 부실해지는 경우는 없었고, 모두 기업형 부동산 대출이 주된 원인이었다. 북유럽 3국도 1990년대 초반 금융위기를 겪었는데 스웨덴은 대출액 10%에 불과한 기업형 부동산 대출의 손실액이 전체 손실액의 50%에 달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스페인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손실액은 1.3%에 불과한 반면, 기업형 부동산 대출 손실액은 41.6%였다. 아일랜드는 기업형 부동산담보대출이 전체 대출의 75%였는데, 이중 57%가 부실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도 있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우리나라 사람들도 빚을 잘 갚는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잘 관리된 편이다. 엘티브이 40%라는 건 부동산 가격이 50% 하락해도 은행은 대출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환능력이 낮은 소득 1분위 가계가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수준으로 은행을 파산 위험으로 몰고 갈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지금 가계부채 이슈는 은행의 파산과 그로 인한 금융위기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과잉부채의 부담을 채무자인 국민이 짊어지고 고통을 받는다는 점이다. 가계는 빚 부담에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이 정체한다. 또 가계가 새로운 삶을 위한 시도나 교육 등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는 노력을 어렵게 만든다. 정부가 부동산이라고 해서 하나로 묶어서 대응해선 곤란하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화가 금융회사들에 큰 손실을 입힐 우려가 있다며 연착륙 방안을 추진해왔다. 어떻게 평가하나?





“부동산 피에프 대출은 2023년 기준으로 약 155조원이다. 그런데 피에프도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서 서울에 있는 땅은 망할 수가 없고 지방이 문제다. 피에프에 대출한 금융기관을 보면 제일 좋은 부지는 은행이 빌려주고 그 다음이 보험회사, 증권 이런 순이다. 계산을 해보니 155조원 중에 은행과 보험권을 제외하면 50조원 정도 남는다. 이 정도 금액으로는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망가지지 않는다. 또 하나 생각할 점은 피에프라는 개발 금융은 점점 돈이 더 필요하다. 지금 부실화 우려가 높은 피에프를 구제해준다는 건 다음에 돈을 더 빌려줘야 된다는 뜻이다. 위험을 더 늘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피에프 구조조정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피에프 연착륙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잘못된 정책을 집행했다고 생각한다.”





올 초까지만 해도 여론주도층에서는 피에프 부실이 금융회사 부실로 전이돼 경제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정부도 부동산 피에프 문제 해결에 정책 우선순위를 많이 뒀다. 이창용 총재도 최근 국감에서 “올 상반기까지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에서도 부동산 피에프 안정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올라가는 시점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피에프를 무조건 지원을 해줄 이유가 없다. 50조원의 피에프를 구조조정하더라도, 그 손실액이 경제불안을 야기할 수준은 아니다. 금융위에 있는 공무원이라면 이거 계산해 보면 다 나온다. 단지 문제가 표면화되는 게 싫은 거다. 약간의 고통이 있더라도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되는데 무조건 누르려고 한다. 이게 권위주의 정부의 가장 큰 문제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책대출 늘리고,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연기하면서 올 7~8월에 가계대출이 폭증하고 수도권 부동산가격이 급등했다. 그래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지연됐다. 서민 입장에서 보면 더 힘들어진 것 같다.





“이게 이 정부의 편향 같다. 어려운 가계부채의 해결책은 뒤로하고 기업부채인 피에프 연착륙을 위한 지원에 신경을 쓴다. 부동산가격 하락을 막으려고 애쓸 뿐 국민의 안정된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은 도외시하고 있다. 부자와 기업에 유리한 정책 뿐이다.”





역대 정부에서 관치금융이 항상 논란이 돼 왔지만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들어서면서 개입 강도가 더 세진 것 같다.





“먼저 사람들이 좀 착각하는 게 있는데 정상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걸 관치금융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관치금융은 법, 제도, 시스템이 아닌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행태를 말한다. 관치금융의 폐해가 외환위기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서 금융자율화 조치가 있었는데, 그 이후에도 공식적 방식으로 행사할 수 없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개입이 있었다. 관료들은 자기들이 살려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책도 추진해야 했는데, 여러 경로를 활용해 비공식적으로 개입하거나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에 압력을 행사했다. 정치적 목적과 관료의 이해가 결합되어 관치가 계속 있어 왔다. 그런데 이전에는 가능한 한 밖에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했는데 지금은 아예 드러내놓고 보이는 관치를 하고 있고, 권한을 너무 많이 행사하고 있다. 금융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불만이 엄청 쌓일 것 같은데,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해 보면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 시장경제를 목숨과 바꿀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던 분들이 아무 말도 안해 왜 그럴까 생각해 봤더니 뒤에 검찰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금융시장에 대한 ‘관치’가 아니라 ‘검치’ 금융인 것 같다. 그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이 자신의 권한을 절제하고 금융감독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대표적으로 심각한 개입을 꼽는다면?





“은행의 금리 결정에 개입한 게 제일 심각한 것 같다. 지난해 은행이 과도한 이익을 낸다며 예대마진을 줄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시장에 대한 노골적 개입이다. 계산을 해보니 실제 은행 예대마진은 줄지도 않았다. 이건 세상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한마디 한다고 해서 그에 따라 시장이 돌아가지 않는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을 생각해서 말 한마디면 될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 그 당시에도 다 미리 조율해서 말한 거지 그냥 한마디 한다고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자본시장 쪽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공매도 허용은 외환위기 이후 국제시장에서 한국 주식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매도라는 것 자체가 시장 안정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시장 교란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할 수도 있다. 그럼 잘 검토해서 바꿔야 하나,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되고 있는 시장 기능을 합리적 이유도 제시하지 못한 채 그냥 금지해 버린다. 국제적 공신력이 실추된다. 물론 공매도가 금지된다고 당장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지만, 문제는 위기가 닥쳤을 때다. 위기 때는 이런 것이 핑계가 돼서 한국 자본시장이 문제가 있다고 인식되는 순간 훨씬 더 많은 자본 유출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 20~30년간 만들어 온 금융시스템을 이렇게 하나씩 망가뜨리고 있다.”





책에서도 금융의 정치화 현상을 언급했는데, 어떤 측면에서 주목해야 하나?





“금융의 정치화는 금융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 걸 말한다. 지지도 상승을 위해 주가를 높이기 위한 여러 시도가 대표적이다. 공매도 금지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도 그런 일환이다. 각종 시혜적 정책금융도 여기에 포함된다. 포퓰리즘의 대두로 해석할 수 있다. 주가가 오르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주가는 궁극적으로 기업 실적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기업의 성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기업이 이익을 주주에게 제대로 환원하도록 공정한 시장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과 조세제도의 기본을 훼손하면서 정부가 주가상승에 노력함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런 정치화는 경제 문제를 오도하려는 것이고, 무책임의 발로다.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금융권 인사이다. 논공행상 목적으로 금융계에 자격 없는 낙하산을 보낸다. 그리고 인사에 대한 영향력을 통해서 비공식적인 집행 루트를 만들고 금융권이 정치적 목적에 순응하도록 한다.”





정치권이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최근 몇년새 청년층의 투자 인구가 많이 증가한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주가도 오를 수 없고, 주가가 안 오르면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잃는다. 청년층을 위한 올바른 해답이 아니다.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실물경제가 회복되도록 하는 게 윈-윈 게임이다. 제로섬 게임에 몰아넣는 것은 위정자가 할 도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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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연 명지대학교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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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제1야당은 금투세 유예 또는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주식 투자해서 이익 많이 나는데 세금은 안 내겠다는 게 우스운 일이다. 이자소득세도 있고 배당소득세도 다 있는데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세금 안 내겠다고 하는 게 이상한 일이다. 금투세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과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합리적인 세금이다. 일이 뒤틀어진 데는 기획재정부가 세원 확보에 초점을 두고 제도를 설계한 점도 한몫 했다고 본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납세자에게 유리한 내용은 뺐으니 개선은 필요하다. 손실이월 기간을 5년으로 국한한 것은 투자자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5년 전 막대한 돈을 잃은 뒤 6년이 지나 돈을 많이 번 사람의 경우, 돈 잃을 때는 정부가 모른 척 하다가 돈을 벌만 하니 세금을 걷겠다고 하는 게 싫은 것이다. 미국은 평생 한번 내는 것으로 제도를 설계했는데 우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우리나라는 단기 투자자가 너무 많은 게 문제인데,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줘서 투자 문화를 바꾸는 유인책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금융은 결국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잘 매치시켜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본질적 기능이다. 책에서 현재 금융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금융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보나?





“한국 경제가 침체되는 분위기인데 금융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영역에 자금을 잘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시소에 비유하면, 지나치게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두었던 것을 혁신으로 약간 무게 방향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은행 중심인데 은행은 안정성을 유지하는 인프라로 계속 기능하도록 하고, 비은행 쪽은 규제를 달리해서 위험을 감수하며 수익을 창출하도록 제도적 유인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금융의 정치화로 인해 금융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중립성·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형 금융사고는 항상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규제를 풀어줄 때 발생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조심스럽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개혁을 한다고 갑자기 변화시키면 시스템이 멈춰질 수 있고 그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큰 나라가 됐다. 결국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얘기했듯이, 포용적 제도와 민주주의 원칙이 중요하다. 정부가 함부로 하지 않고, 시민사회와 시장을 존중하고, 그래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계층 간의 타협을 끌어내고 조정하는 그런 정치력 발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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