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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위대한 라이온즈 토종 에이스 재림...원태인, 66구 역투 미완에도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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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라이온즈 토종 에이스의 재림이었다.

원태인이 한국시리즈 1차전서 토종 1선발로 나서 눈부신 역투를 펼치며 새로운 푸른 피의 에이스가 탄생했음을 확실히 알렸다.

원태인은 2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프로야구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서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이날 경기가 6회 초 무사 1,2루 상황 쏟아진 비로 인해 당일 오후 10시 9분 최종 우선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면서 원태인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투구를 마무리 해야 했다.

매일경제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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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1-0으로 리드를 잡은 6회 초 무사 1,2루에서 상황이 끝났다. 22일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리기 2시간 30분 전인 오후 4시 재개되는 경기서 삼성이 승리한다면 원태인은 PO에 이어 KS에서도 승리투수가 된다.

원태인은 투구수 단 66구로 리그 최강 KIA 타선을 5회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쏟아진 비로 이날 경기가 66분 지연되어 열렸다. 또한 경기 중 계속 내린 비로 평소보다 마운드 상태도 훨씬 좋지 않았고 체온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선발투수로선 컨디션 조절과 좋은 투구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 하지만 원태인은 올 시즌 최고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제임스 네일과 대등한, 오히려 더 나은 투구를 펼치며 푸른 피의 에이스로서 빛났다.

빛고을 광주, 적지 호랑이굴에서도 빛난 사자를 이끄는 에이스의 면모는 21일 1차전 내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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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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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부터 박찬호의 기습적인 번트를 침착하게 잘 처리하고 첫 타자를 잡은 원태인은 소크라테스를 좌익수 뜬공, 김도영을 3루수 땅볼로 삼자범퇴 처리하고 어수선했던 경기 초반 출발을 확실하게 끊었다.

2회가 최대 위기였다. 원태인은 최형우를 2루수 뜬공, 나성범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면서 2개의 아웃카운트를 깔끔하게 잡았다. 하지만 김선빈에게 좌익수 뒤쪽 펜스를 맞히는 3루타를 허용했다. 비디오 판독 끝에 최종 3루타로 판정이 났지만 자칫하면 홈런을 내줄 수도 있었던 위기. 그러나 원태인은 흔들리지 않고 후속 타자 최원준을 좌익수 뜬공 처리하고 위기를 넘겼다.

3회 초에도 김태군에게 안타를 맞고 불안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서건창의 희생번트를 자신이 잡아 타자 주자를 잘 처리했다. 이어 박찬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후속 소크라테스 타석에서 폭투가 나왔지만, 타자를 2루수 뜬공 처리하고 또 한번의 위기서 벗어났다.

볼넷 허용 이후 크게 아쉬워한 원태인은 그러나 이후 후속 타자 최원준의 강습 타구가 나오자 빠르게 글러브를 뻗어 또 한번의 땅볼을 직접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했다. 실점 위기를 막아낸 원태인은 크게 포효하며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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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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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말 원태인은 김도영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최형우를 유격수 뜬공, 나성범을 루킹 삼진으로 아웃시키며 한 숨을 돌렸다. 이어 김선빈과 무려 10구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하면서 2사 1,2루의 또 한 번의 위기에 봉착했다.

흐름을 탄 원태인은 5회를 단 8구만에 삼자범퇴 처리했다. 김태군을 3루수 땅볼, 서건창을 투수 땅볼, 박찬호를 우익수 땅볼로 아웃시키고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삼성이 6회 말 김헌곤의 홈런과 후속 타자들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를 만들면서 원태인의 역투는 더 빛을 발했다. 하지만 더 쏟아진 비로 갑작스럽게 경기 중단이 선언됐다. 그리고 약 45분간 중단됐던 경기는 최종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이 됐다. 경기는 22일 오후 4시부터 재개 될 예정이다.

하지만 선발투수의 특성상 원태인은 22일 재개된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박진만 삼성 감독 역시 경기 종료 후 서스펜디드 게임 결정에 대한 아쉬움을 계속해서 전하며 특히 원태인의 호투가 ‘강제 중단’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특히 감추지 않았다.

박진만 감독은 “시즌 중에도 안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해서 많이 당황스럽다. 시즌 중에도 한 번 이런 경우가 있었다. 요즘엔 훨씬 시설들이, 정보력이 갖춰져 있는데 시작할 때부터 그런 부분이 걱정되긴 했다”면서 “선발투수를 쓰고 끊기는 것이 더욱 걱정이 됐다. 원태인 선수가 좋은 투구를 하고 있었고 투구수도 적고 그래서 조금 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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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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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원태인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경기는 서스펜디드로 인해 불펜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변수가 많은 경기로 바뀌었다. 22일 재개되는 경기 전략과 기용에 대해 박 감독은 “원태인 선수는 우선 당연히 못 쓰는 상황이다. 우리가 리드를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필승조들을 다 투입해서 경기를 할 생각”이라며 2차전 선발 투수에 대해서도 “내일이 중요할 것 같다. 2차전에는 좌(완 이)승현과 황동재를 고민하고 있다. (서스펜디드 1차전서) 안 쓰는 선수가 아마 2차전 선발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쉬움은 크지만 삼성은 빅 게임 피처 원태인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특히 그 선수가 삼성의 지역 연고지에서 성장해 올 시즌 28경기서 15승 6패 평균자책 3.66의 성적을 기록하며 리그 공동 다승왕에 오른 토종 에이스란 점이 더 반갑다. 원태인은 2019년 삼성 1차 지명으로 프로 문을 밟은 원태인은 선발투수로 빠르게 자리 잡으며 라이온즈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단독 다승왕을 거머쥘 수 있는 등판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원태인은 PS에 집중하기 위해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컨디션 관리에 매진했고, 결국 PO 2차전 승리로 삼성의 KS 진출을 이끌었다.

PO를 앞두고 원태인은 “공동 다승왕도 다승왕이다. 단독 다승왕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모든 걸 바치려고 마음을 먹었다. 시즌 최종전 등판보다 가을야구가 나에게는 더 중요했다. 감독님께서 ‘중요한 타이틀이기에 어떻게 할래?’라고 했는데 난 ‘포스트시즌에 맞추겠습니다’라고 했다”라며 팀을 향한 뜨거운 자신의 충성심과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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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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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삼성 왕조 시절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더 반가웠을 올해 PS 원태인의 활약이다.

삼성의 종전 가장 마지막 한국시리즈였던 2015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선 외국인 투수 알프레드 피가로가 선발 등판했다. 그보다 1년 전 우승을 거뒀던 2014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외국인 투수 릭 밴덴헐크가 나선바 있다. 그러나 해당 시즌에는 윤성환이 2차전 7이닝 4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1실점, 6차전 6이닝 3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 역투로 2승을 올리며 결정적인 활약을 한 바 있다.

삼성은 5연속 리그 우승(2011~2015년)과 4연속 통합 우승(2011~2014년)을 거둘 당시 윤성환 외에도 배영수, 장원삼 등이 토종 에이스들이 가을야구 무대를 이끌었다. 이들이 오승환, 안지만, 권오준 등 최강의 국내 불펜진 및 외국인 선발 투수들과 함께 최강 마운드를 구축했다. 최강 타선과 함께 이들 철벽 마운드가 구축했던 완벽한 경기력과 승리가 삼성 팬들의 자부심이었고, 이젠 추억이었다.

그러나 2015년 이후엔 삼성이 한 차례도 KS에 진출하지 못했다. 토종 투수들도 PS에서 선발승을 올리지 못하면서 라이온즈 에이스를 고대하는 팬들의 갈증은 한국시리즈 우승 목마름과 함께 커졌다.

그리고 원태인은 PO 2차전 선발로 나와 6.2이닝 7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1실점 깔끔한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데뷔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챙겼다. 2014년 11월 11일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승리를 가져온 윤성환 이후 3626일 만에 삼성 토종 PS 선발승을 챙긴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리고 KS 1차전 역투로 아직 결과를 받아들진 못했지만 자신이 라이온즈를 대표하는 푸른 피의 에이스의 확실한 왕좌의 주인임을 또 한 번 만천하에 알렸다.

[광주=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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