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12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출에서 수입분을 뺀 '순수출'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오히려 성장률을 깎아 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24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발표된다. 3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0% 초중반대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하반기 들어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기저효과로 3분기 GDP 증가율이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2개 분기 연속으로 뒷걸음질 친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3분기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1분기 기여도가 0.8%포인트에 이르던 순수출은 2분기엔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0.1%포인트를 기록하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전문가들은 3분기에도 수출이 늘어난 것보다 수입이 더 많이 증가해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역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섹터 등에서 부진했던 장비 도입이 늘어나면서 설비투자 측면에서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났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통관 기준으로 3분기 수입이 큰 폭으로 늘었다. 2분기 수입액은 1570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였는데 3분기(7~9월) 총 수입액은 1600억7000만 달러로 6.2%가량 뛰었다.
3분기 수출이 2분기 대비 물량적으로 둔화될 가능성 역시 순수출의 기여도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3분기(7~9월) 수출은 173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으며 이 기간 반도체 수출은 367억 달러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성장기여도를 계산할 때 수출은 가격 요인을 제거한 채 물량만 따진다. 반도체 가격이 많이 올라 수출액은 커졌지만 성장기여도는 물량 기준으로 보는 만큼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품목의 수출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월별 수출 증가 폭은 7월 13.5%. 8월 11.2%, 9월 7.5%로 점차 둔화되면서 한 자릿수 성장률에 접어들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이외 품목의 수요 회복이 더딘 데다 대미국 수출이 정점을 통과했다"며 "G2 경기 반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수출 모멘텀이 단기간에 강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순수출이 플러스를 이어가더라도 4분기 수출 둔화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결국 국내 수출 경기 모멘텀이 재차 강화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싫든 좋든 중국 경기의 강한 반등이 필요하다"며 "통화 완화 정책과 더불어 대규모 재정 부양책 실시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수출이 증가세인데 수입이 늘어난 상황이라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줄었다고 해서 무작정 부정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경제 체질 향상을 위해선 자본재 수입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되는 만큼 소비가 개선되고 기업 투자가 늘면 점차 수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8월 분기별 경제 전망에서 3분기 경제성장률을 전기 대비 0.5%로 추정했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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