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해외 투어에서 잇단 부진으로 실력 의심
국제대회 사라지면서 '우물 안 개구리' 전락 우려
한일 골프대항전 2014년 이후 폐지
LPGA 대회는 2019년 끝으로 국내 선수 못 나가
국제대회 부활시켜 국제경쟁력 키워 나가야
2019년 부산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김민선이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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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여자 골프는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세계랭킹 톱10에 4~5명씩 이름을 올렸고, KLPGA 투어에서 활동하다 미국이나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서도 수시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려 상금왕은 늘 우리 선수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분위기가 약해졌다. 외국으로 나간 선수들의 우승 소식이 뜸해졌고, 상금왕 등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선수도 점점 줄고 있다.
최근엔 충격적인 일도 있었다. 7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 나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강자들이 모두 컷 탈락했다. 국내에선 정상급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이라 외국에서도 상위권 입상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KLPGA 투어에서 활동하다 올해 LPGA 투어로 이동한 선수들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우승에 성공한 선수가 없고, 몇몇 선수는 시드 유지에도 비상이 걸릴 정도로 부진했다. 또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메달 획득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 여자 골프의 국제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의심을 피하지 못하는 이유다.
과거 국내에선 우리 선수와 외국 정상급 선수들의 경쟁하는 무대가 열렸다. CJ 나인브릿지 클래식과 하나금융 챔피언십은 LPGA 투어 선수들과 경쟁하는 기회가 됐고, 1999년 시작한 한일 여자 골프 대항전은 양국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겨루는 무대로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성과가 컸다. 이지영, 안시현, 홍진주, 백규정, 고진영 등의 선수가 우승해 LPGA 투어 직행에 성공했다.
한일전의 성과는 더 대단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투어 규모가 크고 선수층이 두꺼운 일본에 전력차를 보였다. 1999년과 2000년 대회에서 연속으로 패했다. 그러나 이후 빠르게 추격하더니 2000년대 중반부터는 우리가 절대 강세를 보이며 일본을 압도했다. 2001년 이후 진행된 대회에선 한국이 7승 2무 1패로 일본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다양한 국제대회 경험을 통해 우리 선수들의 경쟁력이 그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성과였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 중 KLPGA 투어 선수가 출전한 대회는 2019년 부산에서 개최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마지막이다. 2021년 대회부턴 LPGA 투어 선수만 참가하는 대회로 열리고 있다. 한일전은 2014년까지 열린 뒤 막을 내렸다.
일본 여자 골프는 1990년대 중흥을 맞았다. 투어가 커지고 대회가 늘었다. 그 결과 해외로 나가는 선수가 줄었다. 국내에서만 활동해도 많은 상금을 벌고 인기를 얻으니 굳이 외국 투어로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한 일본 여자 골프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 추월당했다. 2000년 이후 한일전 성적은 그들에겐 치욕이 됐다.
현재 KLPGA 투어는 인기 절정이다. 선수는 최고의 대우를 받고, 올해만 상금 10억 원 이상을 번 선수가 4명으로 역대 가장 많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의 KLPGA 투어를 보면 20년 전 일본 여자 골프를 보는 것 같다.
선수들은 간절히 바랐다. 지난 10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KLPGA 투어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개막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선수들은 “지금은 세대교체의 시기인 거 같다. 당장 외국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다시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우리도 국제대회를 통해 외국의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KLPGA 투어도 위기를 공감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국제 대회를 통해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제 대회 부활은 우리 선수들의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첫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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