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떨어져도 은행 대출금리 3개월새 1%p 이상 뛰어
예금금리는 미리 최대 0.45%p 낮춰…이자경감 3조? "효과 없을 수도"
완화 정책이 민간 소비 회복이나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부담 완화로 이어지려면 결국 은행의 창구 금리가 기준금리와 함께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여러 요인으로 은행 입장에서 당장 대출·예금 금리를 하향 조정하기 어려운 처지다.
예금 금리의 경우 이미 시장금리를 반영해 상당 폭 낮춰 놓은 데다, 대출 금리의 경우 오히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속에 시장금리를 거슬러 올리거나 유지할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서 발언하는 이창용 한은총재 |
◇ 석달새 고정금리 하단 1.15%p↑…"가계대출 억제하려면 금리 낮추기 어려워"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90∼5.780% 수준이다. 약 석 달 전 7월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해 하단이 1.150%포인트(p) 높아졌다.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연 4.710∼6.500%)의 하단도 0.750%p 올랐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45%에서 3.304%로 0.041%p 떨어지고,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520%에서 3.360%로 0.160%p 내린 것을 고려하면 은행권 대출 금리가 시장 금리를 큰 폭으로 역행한 셈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등에 7월 이후 은행들이 앞다퉈 가산금리 추가 등을 통해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계속 집값과 가계대출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만큼, 당분간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눈에 띄게 낮출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한은의 11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 후 대다수 시중은행은 공통으로 "당장 여신(대출)·수신(예금) 금리를 내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 은행 관계자는 "1주일마다 주초 시장금리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조정하는데, 최근 시장금리가 다소 오른 만큼 월요일(14일) 대출금리를 0.16%p 오히려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이 강한만큼 기준금리가 내렸다고 대출금리를 바로 낮추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채권 금리 추이 ※ KB·신한·하나·우리은행, 금융투자협회 자료 취합 | |||
2024년 7월 19일 | 10월 11일 | 변동 폭 | |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 | 연 3.960∼6.553% | 연 4.710∼6.500% | +0.750%p, -0.053%p |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 | 연 2.840∼5.294% | 연 3.990∼5.780% | +1.150%p, +0.486%p |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 연 3.960∼5.960% | 연 3.880∼5.880% | -0.080%p, -0.080%p |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 | 3.520% | 3.360% | -0.160%p |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 3.345% | 3.304% | -0.041%p |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 3.343% | 3.218% | -0.125%p |
◇ 선제적 예금금리 인하폭, 기준금리 인하폭의 약 2배
예금 금리는 이미 상당수 은행에서 최근 2∼3개월 사이 0.20∼0.45%p 정도 일제히 낮아진 상태다.
시장금리가 미국(9월 기준금리 인하)이나 한국(10월 인하)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전망에 따라 미리 상당 폭 떨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를 반영해 예금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8월 2일 수신상품의 기본금리(가산금리 등 제외)를 최대 0.20%p 일제히 낮췄다.
정기예금(신한S드림정기예금·쏠편한정기예금 등)의 경우 상품별로 0.05∼0.20%p 내려 모든 상품의 금리가 2.95%로 같아졌고, 적립식예금(신한연금저축황적금·신한S드림적금 등)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각 0.10∼0.20%p, 0.05%p 떨어졌다.
지난달 2일에는 추가 인하도 단행했다. 대부분의 적립식예금(적금)·정기예금·시장성예금 상품의 기본 금리를 0.05∼0.25%p 깎았다.
불과 약 한 달 사이 예·적금 등 수신 금리가 상품에 따라서는 최대 0.45%p 내린 셈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 폭(0.25%p)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KB국민은행 역시 앞서 8월 5일부터 상당수 수신(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20%p 낮췄고, 하나은행과 케이뱅크도 같은 달 30일 수신(예·적금) 금리를 많게는 0.20%p씩 내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은행들이 기준금리가 내리면 그에 맞춰 수신 상품의 기본금리를 일제히 낮췄는데, 올해의 경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너무 많이 떨어져 수신 금리도 기준금리보다 앞서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다수 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후 예금금리에 대해서도 "인하 논의조차 아직 없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기본금리 인하 공지 |
◇ 가계대출자·자영업자 1인당 연 15만∼55만원 이자경감…추산에 그칠 우려
이처럼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에도 불구, 금융소비자에게 정책이 전달되는 접점인 은행 등 금융기관의 창구 금리가 정책 방향과 거꾸로 가거나 아예 변화가 없다면 소비·투자 진작 등의 효과는 당연히 기대하기 어렵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내리고, 대출금리 하락 폭도 같다면 전체 가계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원 줄어든다. 가계대출자 1인당 평균 연간 이자 감액은 약 15만3천원 정도다.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한은 자료에서는 같은 기준금리와 대출금리 인하 시나리오에서 전체 자영업 대출자의 이자 부담 경감 규모는 약 1조7천억원으로 추산됐다. 자영업자 1인당 한 해 평균 약 55만원의 이자가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어디까지나 적어도 기준금리 인하 폭만큼 대출금리가 떨어진 경우를 가정한 추정일 뿐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피벗이 시작되더라도, 통화 완화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리 인하가 체감 경기나 소비에 도움이 되려면 채권 등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낮아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미 시장금리는 1∼2회 기준금리 인하를 가정해서 낮아진 상태인 데다,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이유로 은행 등 금융기관은 계속 가산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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