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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분기 한국 경제는 1년 6개월 만에 역성장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잠정치)이 -0.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GDP(Gross Domestic Product)는 국가 경제의 규모와 양적 성장을 측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한 국가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총 시장가치를 가리킨다. 우리 경제가 2분기에 뒷걸음쳤다는 것은 1분기와 비교해 소비, 투자, 정부 지출, 순수출(수출-수입)의 합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분기 1.3%라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기저효과로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연간으로는 전년 대비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DP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에서 경제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고안해 낸 개념으로, 정부와 정책 입안자는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사용했다.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를 계기로 GDP는 국가 경제규모 측정 기준이 되는 지표로서 전 세계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쿠즈네츠는 GDP가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지만, 국민 복지나 삶의 질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인정한 바 있다. GDP가 양적인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경제 발전은 단순한 성장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쿠즈네츠가 인정한 GDP의 한계는 기후 및 지속가능성 위기에 직면한 현시대에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경제의 양적인 측면만 강조해 환경 파괴에 따른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의 산업 활동이 활발해질 때 GDP는 상승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토양 및 해양 오염, 생물다양성 감소, 산림 훼손 등의 환경 비용은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GDP는 경제활동의 질을 고려하지 않아 경제활동에 따른 부정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후위기로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재해 복구작업이 늘어난다면 이 역시 GDP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불평등, 건강·교육 수준, 주거 환경 등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를 배제하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GDP의 한계는 오랜 기간 논의의 대상이었고, 국제기구와 학계를 중심으로 대체 지수를 개발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비욘드(Beyond) GDP’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GDP가 포괄하지 못하는 생태계 손실이나 환경적 비용을 경제 성장을 측정할 때 포함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지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UNEP가 개발한 ‘포괄적 부 지수(Inclusive Wealth Index, IWI)’는 단순히 재화와 서비스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경제적, 인간적, 생산적, 자연적 자산의 사회적 가치를 합산해 각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이 지표는 경제 성장과 함께 자연 자원 및 사회적 발전을 포괄적으로 고려한다.
1990∼2014년 약 140개국을 대상으로 산출한 IWI에서 포괄적 부는 연평균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집계된 GDP가 3.4% 증가한 것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로, 자연 자본감소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UNEP의 푸시팜 쿠마르 수석 경제고문은 IWI에 대해 “현시대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부유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뿐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거나 복원하는 것이 산업 개발, 교육 확대, 공중보건 개선만큼 인류의 장기적 번영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의 2030 아젠다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역시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한 질적·양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포괄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프레임워크로, 경제발전뿐 아니라 환경적·사회적 영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아가 GDP가 담지 못한 다양한 가치를 포함한 더욱 종합적인 국가 발전 평가 척도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실제 성장성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SDGs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새 기회를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지속가능성은 단기적인 경제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국가 번영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인 만큼 GDP를 넘어선 지속가능한 성장 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혜영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강 대표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문위원 및 ICMA(국제자본시장협회) 지속가능연계채권 워킹그룹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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