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 설경구 인터뷰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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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설경구의 고심이 담겼다. '보통의 가족'을 통해 끝없이 작품에 파고든 설경구다.
영화 '보통의 가족'(연출 허진호·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영화다. 헤르만 코흐의 원작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앞서 '보통의 가족'은 지난해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됐다. 설경구는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원작 속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니까 너무 충격적이었다. 토론토 영화제에서도 관객분들이 소리를 지르시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극 중 물질 우선주의 변호사 재완 역을 맡았다. 범죄를 저지른 딸 혜윤(홍예지)을 두고 갈등에 빠지는 인물이다. 재완은 직업적 신념과 딸을 향한 부성애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흔들리게 된다.
그런 재완에 대해 설경구는 "저를 끝없이 설득했다. 재완은 실리를 따지는 인물이라 끝까지 딸이 잡혔을 때, 자수했을 때 등 여러 수를 두고 고민했을 거다. 거기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라며 "CCTV 속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무서웠다. 어떤 폭력적인 영화보다도 특히 무서웠다. 저 역시 재완처럼 여러 가지 수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아이들의 범죄를 묻자고 제안하는 것은 재완이다. 그러나 재완은 끝없이 몰아치는 감정 속 흔들리고, 갈등하며, '무엇이 아이를 위한 선택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설경구는 "재완은 미묘하게 바뀌는 인물이다. 확확 바뀌거나 크게 바뀌지도 않는다. 유일하게 피해자 부모를 찾아간 것도 졸렬한 인간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물론 미안함도 있지만, 정말 치졸한 모습이었다"고 해석했다.
또한 설경구는 "그게 정의감은 아니다. 아이가 이렇게 컸을 때에 대한 걱정이 있었을 거다. 물론 실리도 따졌겠지만, 아이에 대한 문제인 만큼 실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런 재완은 동생 재규(장동건)와 아이들의 거취를 두고 사사건건 부딪힌다. 재규는 재완과 달리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고 명예와 관련된 일에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도덕적이고 자상한 소아과 의사다. 설경구는 그런 재규에 대해 "표면적으로 확 바뀌는 것은 재규다. 재규는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고 활발해진다. 그 부분이 섬칫하더라"며 "재규는 아내 연경(김희애)과 제 아내 지수(수현)의 뒷담화를 한다. 멀리서 봤을 땐 한 달에 한 번씩 식사를 하는 다정한 형제의 모습이지만, 안으로 들어왔을 땐 불안 불안한 균열이 보인다. 연경이 지수를 대하는 모습도 그렇다. 이미 불안한 관계였다. 겉으로는 좋아보이지만, 사건이 터지면서 그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재완이 동생 부부 재규-연경과 갈등을 빚을 때 유일하게 한걸음 떨어져서 이들을 보는 인물은 아내 지수다. 설경구는 "설정부터가 안 맞는 부부처럼 보인다. 넷이 함께 걸으면 저와 김희애가 부부인 줄 알 것"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가장 언발란스하게 저와 부부라는 설정 자체가 이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맞아떨어졌다. 외형적인 부분도 이질감이 있다"며 "지수는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다. 재완이 젊은 와이프를 데리고 사니까 지수가 트로피 와이프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정작 사건 안으로 들어갔을 땐 가장 정상적으로 판단하는 인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설경구 역시 자녀를 둔 만큼, 재완의 상황에 이입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설경구는 "제가 직접 닥쳤다는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함부로 생각할 수 조차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설경구는 "관객분들이 자녀들이랑 이 영화를 보시면 아마 말은 안 해도 각자 다른 생각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보통의 가족'은 지난해 개최된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Toront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레드카펫 행사와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마쳤다. 설경구는 "토론토 이후 딱 1년이 됐다. 당시 현장 반응이 좋아서 고마웠다. 일회성으로 소비하는 영화도 좋지만, 생각하고, 이야기거리가 있는 영화도 좋은 것 같다. 자녀분들과 보시면 그 어떤 교육보다 훌륭한 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설경구는 "저는 함께 안 보겠지만 아이들은 보게 할 것"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총과 칼, 온갖 장비들을 동원하는 빌런보다 어떻게 해도 해결이 안 되는 빌런들이 나오는 잔인하고 센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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