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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연합시론] 중동전 확전기로·유가 급등…최악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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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 인근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로이턴=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중동전 확전 우려로 국제 석유 시장이 점차 불안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3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이날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장 대비 5.15% 폭등해 배럴당 7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이번 주에만 8% 가까이 오른 것이다. 중동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확산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경고까지 나왔다. 원유 조달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날 유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석유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지지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발언한 후 치솟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 정세에 바이든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스라엘 측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시기와 대상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중동 지역은 국제 원유 공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이란은 하루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이 석유 생산 및 수출 시설을 공격할 경우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게 시장 전망이다. 게다가 무력 충돌 격화로 국제 원유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될 경우 중동의 다른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이란 보복을 저울질하는 이스라엘은 이날도 헤즈볼라 정보본부를 비롯해 레바논 내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 위기감까지 고조되면서 지금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걸프전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4일 중동 사태 관련 긴급회의에서 에너지 수급 및 수출입 상황을 점검한 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중동 수출이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한 데다 수출입 국제 물류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제든 상황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섣부른 낙관론보다 국제유가 동향 등을 예의 주시하고 원유 수급을 수시 점검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6%로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는데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7.6% 내린 게 전체 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 유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유가가 불안하면 언제든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발맞춰 연내에 금리를 내려 내수를 살리려면 물가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정부 당국은 중동 상황 악화 시 해당 지역 국민의 안전 대책을 세우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선제적으로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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