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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로운 도전, 흥미로운 이야기를 꿈꾸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69세의 나이에도 지치지 않고 영화 제작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지난 3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구로사와 감독의 신작 '클라우드'와 '뱀의 길'이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돼 상영된다.
먼저 그는 "부산에 여러 번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해가 될 것 같다. 아시아영화인상이라는 명예로운 상을 받게 됐다. 또 신작 두 편이 상영되는데, 이것도 평생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소감과 신작 초청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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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는 공장 노동자이자 전문 리셀러 요시이(스다 마사키)를 주인공으로, 그가 마주하는 악의, 폭력, 집단광기의 연쇄를 그려낸 작품이다. 구로사와 감독은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액션 영화 만들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에게 액션이란 극적이고 화려한 영화적 액션은 아니다. 그는 "일본에도 본격 액션을 다룬 장르 영화들이 많지만 현실과 괴리가 커서 판타지로 보인다. 또한 등장인물이 야쿠자나 경찰, 살인자 등 평상시 폭력과 가까운 사람들의 액션이 주였다"라며 "저는 좀 다른 영화 찍고 싶었다. 일상에서 폭력과 인연 없는 이들이 마지막에 결국 극한의 관계에서 펼치는 액션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소개했다.
그렇기에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활로를 뚫어준 건 배우 스다 마사키의 출연. 구로사와 감독은 "일본의 젊은 남자 배우 중 인기도 실력도 톱이다"라고 전하며, 그의 캐스팅 이후 투자와 촬영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연기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 작품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찌질함도 필요했다. 그런 것까지 할 수 있는 배우는 스다 마사키뿐이었다. 멋짐을 지우고 생활의 피로감을 잘 표현해 줬다"라고 칭찬하며 "그가 해줬으면 바랐지만 바쁘니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그동안과 다른 스타일의 작품으로 도전하고픈 시기였던 것 같다. 저한테는 행운이었다"라고 재차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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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길'은 2004년 선보였던 동명 영화를 프랑스 배경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딸의 죽음에 복수하려는 남자와 그를 돕는 여자의 이야기다.
왜 프랑스를 배경으로 리메이크하게 됐을까. 구로사와 감독은 "내 의사는 아니었다"라면서 "5년 전에 프랑스 프로덕션에서 다시 찍고 싶은 작품 있냐고 물어봤다. 그때 뱀의 길을 떠올렸다. 그래서 리메이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왜 이 작품을 골랐을까 고민해 봤다. 하나는 타카하시 히로시 작가의 각본이 너무 개성 있고 좋았지만, 영화가 내 작품이라기보다는 히로시의 성향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다. 그래서 유독 이 작품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내 것으로 바꾸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배경이 프랑스로 옮겨지면서 캐릭터와 몇몇 설정에도 변화가 필수였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다는 것. 구로사와 감독은 "리메이크 버전도 아빠가 딸의 복수를 하는 건 같다. 그런데 뭔가 빠진 것 같았다. 첫 영화에서는 아내에 대해 나오지 않는다. 이번 버전은 그런 관점에서 주인공을 여자로 바꾸고자 했다. 그렇다 보니 서로의 남편과 아내가 나중에 큰 반전을 주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기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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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원작이 야쿠자를 소재로 하는 것과 달리 리메이크 버전은 재단을 소재로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야쿠자는 악인이라는 전형적인 틀을 갖고 시작하게 된다. 이번 리메이크는 그 야쿠자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했고, 재단을 소재로 넣게 됐다"라며 "야쿠자가 마피아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설정하면 외형이나 말투에서 스테레오타입이 있는 캐릭터를 그리게 된다. 그게 싫었다. 그렇게 가지 않기 위해 일반적인 사람으로 하고자 했다"라고 지향점을 전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간다천 음란전쟁'(1983)으로 데뷔한 뒤, '큐어'(1997)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도쿄 소나타'(2008)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 '해안가로의 여행'(2014)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감독상, '스파이의 아내'(2020)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1955년생, 올해 69세의 노장이지만 여전히 바쁘게 활동하며 영화 제작에 열정을 쏟고 있다. 게다가 그의 영화에는 늘 강렬한 장르적 색채가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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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르 영화의 매력에 대해 "영화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순간들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게 스크린에 나오면 다들 눈을 떼지 못하고 영화가 끝나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일본 장르 영화의 대가'로 불리지만, 구로사와 감독은 "40년 이상 영화 만들고 있고 베테랑이란 말 듣고 있지만 다음에 어떤 영화 찍을까 고민할 정도로 나의 테마가 안 정해졌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을 정의하길 거부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시작한 건 영화 보기를 너무 좋아해서다. 그런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내가 아직 못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어디서 봐도 부족하지 않은 영화 찍고 싶다. 그러나 늘 찍고 나서 보면 어떤 부분은 빠져있는 것 같다. 늘 축을 돌고 있는 것 같다. 한 방향으로만 가는 건 예전에도 지금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다양한 장르, 다양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선보일 뜻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 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사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연합뉴스, 영화 '클라우드' '뱀의 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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