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에 빠진 볼을 쳐내는 박성현. |
(여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3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는 코스 곳곳에서 탄식과 비명이 쏟아졌다.
선수들이 러프에 떨어진 공을 칠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거나, 10m도 채 전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자주 벌어졌기 때문이다.
"저러다 선수 잡겠다"고 안쓰러운 반응을 보이는 갤러리도 적지 않았다.
코스에 나선 선수들은 러프와 사투를 벌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블루헤런 골프클럽 러프는 15∼20㎝에 이르렀다. 짧은 곳도 10㎝가 넘는다.
같은 날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가 치러진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의 러프 길이 9㎝보다 거의 두배 이상 길다.
여자 프로 선수는 러프 길이가 6㎝가 넘으면 티샷이 러프에 떨어졌을 때 그린을 직접 노리기 힘들다.
이른바 0.5타를 손해 보는 러프 길이를 6㎝로 본다.
러프 길이가 8㎝를 넘으면 여자 프로 선수는 러프에 빠지면 파세이브가 쉽지 않아진다. 1타를 손해 보는 러프 길이라는 뜻이다.
이날 선수들은 볼이 러프에 빠지면 무조건 웨지로 페어웨이 쪽으로 쳐낸 뒤 다음 샷으로 그린을 노려야 했다.
종종 러프에서 그린을 직접 겨냥해 거리에 맞는 클럽을 휘둘렀다가 더 깊은 러프로 볼을 보내고 좌절하는 선수도 더러 있었다.
특히 러프에서 볼을 치고 손목을 쓰다듬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자칫하면 손목을 다칠까 봐 걱정하는 선수도 많았다.
그래도 페어웨이가 널찍하다면 그나마 러프를 피해 갈 수 있겠지만, 블루헤런 골프클럽 페어웨이 폭은 좁은 곳은 15야드, 넓어야 20야드에 불과하다.
페어웨이가 몹시 좁기 때문에 러프를 피해 가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드라이버 대신 페어웨이 우드 티샷도 곤란하다. 전장이 긴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티샷이 짧으면 다음 샷이 아주 어려워진다.
그린 앞을 모조리 러프로 둘러싸, 굴러서 그린에 올리는 샷도 원천 봉쇄됐다.
선수들은 단단하기로 악명높은 블루헤런 골프클럽 그린이 최근 내린 비 때문에 다소 부드러워진 게 그나마 위안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가 이렇게 어렵게 조성된 것은 대회 주최사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하이트진로는 메이저대회답게 KLPGA투어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 세팅을 원했다고 한다.
대회가 열리는 블루헤런 골프클럽은 하이트진로 계열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투어 대회 코스 세팅을 총괄하는 KLPGA투어 경기위원회의 의견은 대체로 묵살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거리가 됐다.
KLPGA투어 경기위원회는 공정한 경쟁과 코스 변별력을 보장하고, 1ㆍ2라운드 경기의 정상적 진행,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 부상을 방지를 위해 러프 길이를 8㎝ 이하로 깎자는 의견을 냈지만 주최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자 프로 대회에서 이처럼 지나치게 가혹한 코스 세팅은 오히려 변별력을 없애서 행운과 불운이 성적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다행히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러프는 더는 자라지 않을 가능성은 있지만,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그린이 더 단단해지고 빨라지면 선수들의 어려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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