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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부상이었나? 이런 선수가"…151.2㎞ 왼손 루키 강렬한 데뷔전, 독설가 해설위원도 '칭찬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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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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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부상이었던 모양이죠? 이런 선수가 늦게 데뷔하는 것을 보면."

두산 베어스 왼손 신예 박지호(21)가 팀의 144번째 마지막 경기에서 데뷔 기회를 얻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지호는 2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에 3-1로 앞선 7회말 무사 1, 2루 위기에 구원 등판했다. 박지호는 ⅔이닝 16구 무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4-3 승리에 힘을 보태면서 데뷔 첫 홀드를 장식했다. 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제공 자료에 따르면 박지호는 이날 최고 구속 151.2㎞를 찍었다. 박지호가 시속 150㎞를 넘긴 건 이날이 처음이다.

박지호는 첫 타자 안중열과 승부에서 3구 모두 빠른 공을 꽂아 넣었다. 몸쪽과 바깥쪽 직구로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시속 151㎞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이끌어 3구 삼진을 기록했다. 이어진 1사 1, 2루에서는 폭투를 저질러 2, 3루 위기에 놓이긴 했지만, 역시나 묵직한 직구로 한석현을 루킹 삼진 처리하면서 2사 2, 3루로 상황을 바꿨다.

마지막 타자와 승부는 아쉬울 법했다. 박지호는 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콘택트 능력을 자랑하는 타자 가운데 하나인 박민우를 상대할 기뢰를 얻었다. 박지호는 박민우와 8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는데,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놓였다. 박지호의 임무는 여기까지였고, 2사 만루에서 공을 이어받은 박정수가 김주원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추가 실점 없이 버텼다.

경기를 중계한 이순철 SBS스포츠 야구해설위원의 눈에도 박지호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평소 가감 없는 해설로 '독설가'로 불리는 이 위원이지만, 박지호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위원은 "투구 폼이 좋다. 작년 시즌만 해도 두산이 좌투수가 없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부상이었던 모양이다. 이런 선수가 늦게 데뷔하는 것을 보면. 투구 폼도 제구력이 흔들리고 이런 모습이 아니다. 팔 스윙도 빠르고, 변화구를 익히다가 빠른 공 구속을 잃을 수도 있지만, 지금 팔 스윙에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를 갖추면 충분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박지호는 입단하자마자 부상이 있어 바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박지호는 장안고-동강대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42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입단하고 햄스트링 부상이 있어 4월부터야 제대로 투구를 시작할 수 있었고, 실전 등판은 5월부터 가능했다.

두산이 박지호를 지명할 당시 구속은 최고 145㎞였다. 두산 스카우트팀은 당시 "구속이나 회전수는 좋지만,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다"고 평가하며 육성 시스템 속에서 조금 더 성장해야 하는 선수로 바라봤다.

박지호는 천천히 몸을 만들면서 2군에서 권명철, 김상진, 가득염, 김지용(현 1군 불펜코치) 투수코치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박지호의 보고를 좋게 받고, 이달 초 잠깐 박지호를 1군에 불러 불펜 피칭을 하게 했다. 이 감독과 코치진은 이때 박지호를 눈여겨봤고, 시즌 최종전 위기 상황에 데뷔 기회를 주면서 올 한 해 얼마나 성장했는지 스스로 증명하게 했다.

박지호는 데뷔전에서 첫 홀드를 챙긴 뒤 "긴장이 되긴 했지만, 코치님과 형들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 특히 김지용 코치님께서 '다른 선수들한테 안 온 기회가 너한테 온 것이다. 올라가서 긴장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해주신 덕분에 자신 있게 내 공을 던지자고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자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포수만 보고 던졌다. 이닝을 마무리했다면 좋았겠지만, 마지막 타자에게 볼넷을 준 것이 지금도 아쉽다. 다음에는 1이닝을 꽉 채워서 던지고 싶다"고 덧붙이며 내년을 기약했다.

두산은 올해 좌완 필승조 이병헌이 성장한 것은 큰 수확이었지만, 77경기에 등판해 65⅓이닝을 던졌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후반기 들어서 좌완 이교훈에게 부담을 나누게 하려 했지만, 접전에서 좌투수가 필요할 때면 이병헌 카드에 더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박지호는 강렬했던 데뷔전의 기세를 이어 다음 시즌 이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좌투수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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