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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흔들리는 돌부처… 삼성 ‘오승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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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에서 빼야 하나 고심

돌직구’도 세월 앞엔 무력해지는 걸까. 3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서는 삼성이 마무리 오승환(42)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전반기에는 펄펄 날던 특급 마무리가 후반기부터 급격히 구위가 떨어지더니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당장 포스트시즌 기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당장 쓰려니 구위가 너무 좋지 않고, 빼고 가자니 불펜도 불안하고 오승환의 연륜도 여러모로 아쉽다. ‘오승환 딜레마’다.

삼성은 일단 지난 23일 오승환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지난달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2군행이다. 22일 키움전에서의 부진이 컸다. 9회 말 삼성이 9-2로 크게 앞선 가운데 등판했는데, ⅔이닝 동안 4피안타 1피홈런 1볼넷으로 무려 6점을 내주고 강판당했다. 구원 등판한 김재윤이 추가 실점을 막아내면서 삼성은 이날 정규 시즌 2위를 확정했는데, 하마터면 오승환 탓에 만원 관중 앞에서 2위 확정 세리머니를 놓칠 뻔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구위가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변화를 줬다”면서 “냉정하게 봤을 때 지금 구위로는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어오기 쉽지 않다. 지금 구위로는 1이닝도 버겁다”고 말했다.

물론 포스트시즌 전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오승환의 구위가 다시 올라온다면 변동을 줄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당장은 힘들다는 게 박 감독의 판단. 구속은 큰 변화가 없는데 정타를 맞는 빈도가 높아졌단다. 박 감독은 “타자들이 느끼는 포인트는 종속인데, 오승환은 종속이 좋아서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부분이 많이 떨어져서 정타율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정민철 해설위원은 “다만 오승환은 유독 다른 투수들에 비해 공의 출발 속도와 도착 속도의 차이가 적었던 건 맞다”며 “그런 부분들이 타자 입장에서는 볼을 보기 어려웠던 부분인데 아마 그런 차이가 커지면서 타자들이 오승환 공을 쉽게 치고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42세 적지 않은 나이지만 전반기 활약을 생각하면 후반기 오승환의 급작스러운 난조는 당혹스러울 정도다. 전반기에는 24세이브를 달성하며 리그 구원 부문 1위를 달렸다. 3월에 5경기에서 1승 2패 1세이브로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4월에는 9경기에서 9이닝 동안 무실점 완벽투로 7세이브를 거뒀다. 5월에도 11경기에서 8세이브, 블론 세이브는 단 1번에 불과했다.

그런데 6월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이달 10경기에서 8세이브를 올렸지만 2번의 블론 세이브로 2패를 안았다. 특히 전반기 막바지였던 6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연달아 3경기에서 2블론 세이브 2패를 기록했고,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7월 4일 KIA전에서는 3분의 2이닝 5피안타 1피홈런 1볼넷 5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7월 재개된 후반기에 오승환은 점점 더 깊은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7월 한 달 평균자책점은 12.15, 8월 평균자책점은 10.50으로 치솟았다. 결국 지난달 16일 2군에서 재정비 기간을 가지며 마무리 자리를 김재윤에게 내줬지만, 이후 성적도 신통찮다. 8월 평균자책점은 10.50, 9월 평균자책점도 6.00으로 예전의 오승환이 아닌 듯한 모습.

하지만 20여년 넘게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해온 오승환의 연륜은 마냥 무시할 수 없다. KBO리그에서만 14시즌을 뛰며 427세이브를 달성했고, 일본(80세이브)과 미국(42세이브) 기록을 합치면 통산 549세이브를 이룬 대투수다. 특히 통산 KBO리그 포스트시즌 27경기에 출전해 2승1패 13세이브를 기록했다. ‘지금 구위로는 포스트시즌은 무리’라는 의견이 높지만 ‘큰 경기에 강한 오승환을 엔트리에서 빼면 안 된다’는 반론이 적지 않은 이유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단 포스트시즌에는 데려가는 게 낫다”는 의견이 높았다. 이상훈 해설위원은 “최근 들어 마무리투수가 1년 내내 마무리로 쭉 가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올해는 날씨도 유독 더웠고 체력도 전체적으로 문제다. 오승환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며 “회복 기간을 주고 다시 가을야구에 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원래 직구 회전력이 좋은 선수인데 최근에는 투구 폼과 팔 타점이 달라졌다. 계속 던지면서 투구 폼이 조금 변해야 하는 시점이 와서 변화를 조금씩 주고 있는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힘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오승환이 포스트시즌에 꼭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민철 위원은 “감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할 말이 없지만, 최지광이 빠진 상황에서 오승환이 30명 엔트리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된다고 본다”며 “3주의 회복 시간이 많은 걸 얘기해 줄 것이다. 가을야구 단기전은 물리적인 요인 외에 많은 것이 작용하고, 거기서 오승환이 필요한 시점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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