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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배지환은 트리플A 수준 저하의 희생양인가 [시즌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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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배지환의 2024시즌은 실망스러웠다. 뒷걸음질이 분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그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배지환은 이번 시즌 빅리그와 트리플A를 오갔다. 첫 단추부터 잘못뀄다. 고관절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태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했고 트리플A에서 재활경기를 하던 도중 강등됐다.

5월 콜업됐지만, 8경기 치르고 손목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때도 재활 경기 도중 다시 트리플A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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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환은 2024시즌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7월말 다시 콜업된 그는 8월 한 때 5경기 연속 출루하는 등 리듬을 타는 듯한 모습도 보여줬지만, 8월 중순 이후 9경기에서 23타수 3안타로 부진한 뒤 다시 강등됐다.

시즌 전체 통틀어 81타수 소화했다.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걸 살리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트리플A에서는 달랐다. 66경기에서 타율 0.342 출루율 0.433 장타율 0.504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트리플A에서 잘하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콜업돼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격차가 약간 컸다.

그는 강등되기전 시즌 초반을 트리플A에서 보낸 것이 안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이번 시즌 유독 하이 패스트볼에 고전했던 그는 “트리플A에서 경기하는 것이 빅리그 준비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절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변명이 아니다. 트리플A는 수준이 떨어졌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와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난 2021년 마이너리그 체제 개편이 발단이다. 당시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요구에 대응해 6개 레벨이었던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4개 레벨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단 규모도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던 베테랑 선수들의 자리가 줄어들었다. 그 자리는 구단이 키우는 유망주들로 대체됐다. 여기에 구단들이 가능성이 보이는 유망주들을 콜업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연스럽게 트리플A 투수들의 수준은 하락했다.

KBO리그 NC다이노스에서 뛰었던 닉 마티니는 ‘디 어슬레틱’과 인터뷰에서 “내가 처음 트리플A에 갔을 때는 투구 능력과 구위가 뛰어난 나이든 투수들이 많았다. 2015, 2016시즌에 6~7년 경력의 베테랑 투수들을 상대했다면, 지금 트리플A는 유망주 위주의 리그가 됐다”며 달라진 점에 대해 설명했다.

KBO 구단들이 트리플A가 아닌 대만이나 독립리그 등 다른 리그에서 뛰고 있던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에이전트는 “요즘 트리플A를 보면 KBO리그에 올만한 선수들이 팀당 1~2명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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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할리데이를 비롯한 많은 젊은 타자들은 트리플A와 빅리그의 벌어진 격차를 체감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트리플A에서 활약을 빅리그로 이어가지 못한 타자는 배지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잭 수윈스키(트리플A 타율 0.239 OPS 0.751, 메이저리그 0.182/0.588), 헨리 데이비스(트리플A 타율 0.307 OPS 0.956, 메이저리그 0.144/0.453) 등 팀 동료들도 빅리그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하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다른 팀에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22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 선수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내야수 잭슨 할리데이가 대표적이다. 빅리그에 콜업됐지만, 56경기에서 타율 0.169 출루율 0.227 장타율 0.29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트리플A에서는 73경기에서 타율 0.271 출루율 0.431 장타율 0.477 기록했던 그다.

데릭 쉘튼 피츠버그 감독은 디 어슬레틱과 인터뷰에서 “모두가 방법을 알아내야할 문제”라며 두 레벨의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 대해 말했다. 그는 “ABS(자동 투구 판독 시스템)로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졌고, 다른 타격 능력을 요구하게 된다. 모두가 보고 있는 문제다. 지금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워낙 좋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거 같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한 팀과 6연전을 치르는 일정을 변수로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은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같은 팀 투수진을 6일간 상대하면 주말쯤 되면 상대하기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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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곤잘레스와 배지환은 트리플A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메이저리그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사진=ⓒAFPBBNews = News1


예외도 존재한다. 배지환의 또 다른 팀 동료 닉 곤잘레스는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으나 이후 콜업됐는데 89경기에서 타율 0.269 출루율 0.306 장타율 0.389로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베테랑 내야수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가 시즌 도중 합류했음에도 주전 2루수 위치를 지켰다.

곤잘레스는 디 어슬레틱과 인터뷰에서 “타석에서의 조정은 이곳(메이저리그)보다 트리플A에서 하는 것이 조금 더 쉽다. 일정상으로도 같은 팀과 여섯 차례 붙는다. 내 경험에서 (트리플A는)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배지환은 이번 시즌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고, 잡은 기회마저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여러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냉정히 말해 다음 시즌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만약 팀에 남는다 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서 시즌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다른 팀으로 가게된다면, 이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자극이 되고 반등의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이번 시즌 팀 동료 조이 바트를 통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최지만, 박효준 등 다른 선배들도 트레이드를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었다.

[피츠버그(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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