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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죽는 것보단 낫잖아요.”
추석을 지나 추분을 앞두고 있는 시점. 무더위가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30도 이상의 뜨거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때를 잊은 폭염에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 우완 투수 원태인(삼성)은 16일 인천 SSG전서 선발 등판했으나 4이닝 만에 마운드서 내려왔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그런 모습 처음 봤다”고 말했다. 16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과 키움 경기에선 연장 10회 초 문동균 구심이 어지럼증으로 교체됐다.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 나아가 관중들까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강렬한 땡볕 아래에서 장시간 노출돼 있다 보니 경기를 지켜보다 온열질환을 경험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각 구단 의무실이 꽉 들어찰 지경이다. 실제로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선 43명의 관중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심각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병원으로 향한 10대 1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실내에서 열을 식히거나 찬물을 마시는 등 현장에서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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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터.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혹서기(7∼8월) 이후 프로야구 경기 시작 시각을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2시, 토요일은 오후 5시로 정했다. 잔여일정을 짤 때만 하더라도 9월에도 이 같은 이상 기온 현상이 지속될 거라 내다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상황을 그냥 지켜만 볼 수도 없는 노릇. 17일 경기서 클리닝 타임을 10분(기존 4분 남짓)으로 늘리는가 하면 18일 세 경기를 기존 오후 2시에서 오후 5시로 변경했다.
갑자기 경기 시간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매, 중계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루틴도 엉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현장에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강철 KT 감독은 “(더워서) 죽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는가”라면서 “지난 경기 때 보니 3회만 지나도 선수들의 얼굴이 빨갛게 변하더라”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도 “이 날씨로 2시 경기를 하기엔 부담이 크다. 체력적인 것은 물론, 집중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당장 22일에도 2시 경기가 예고돼 있다. 그 사이 비 소식이 예고돼 있지만, 만약을 대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아가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강철 감독은 “이제는 봄, 가을이 없어지는 것 같다”면서 “이런 날씨가 내년에도 이어진다고 하면, 9월엔 낮 경기를 안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더블헤더 역시 6월 이후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돔구장에 대한 필요성도 커진다.
수원=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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