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KIA 선수단이 17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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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오네요.”
당연한 우승은 없다. 정상이란 두 글자엔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숱한 고난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프로야구 KIA 역시 마찬가지였다. 돌이켜보면 2024시즌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갑작스럽게 사령탑이 교체되고 예기치 못한 부상 악재가 계속 발생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현장과 프런트가 하나가 됐다. 엉키고 또 엉키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갔다. 힘든 시간을 이겨낸 만큼 결실은 더 달콤했다. 7년 만에 정규리그 왕좌를 품었다.
사실 KIA는 본격 시작도 전에 덜컹거렸다. 1월 말이었다. 김종국 전 감독이 비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장정석 전 단장과 함께 구단 후원사인 한 커피업체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결국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하루 전 경질됐다. 이미 모든 구단이 감독 및 코치진 선임을 마무리한 상황. 새 사령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내부 승격을 택했다. 1군 타격코치였던 이범호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다. 빠르게 수습국면에 들어갔다.
시즌 내내 끊이질 않았던 부상 악령도 KIA가 넘어서야 할 벽이었다. 지난 5월, 투수 윌 크로우와 이의리가 연달아 전력에서 이탈했다. 팔꿈치에 이상에 생겼다. 각각 1선발, 4선발 역할을 기대했던 자원이다. 순식간에 선발 로테이션 2곳이 비었다. 끝이 아니다. 6월엔 마무리 정해영이 어깨염증으로, 7월엔 5선발 윤영철이 척추 피로골절로 쉼표를 그렸다. 심지어 지난달엔 외인 투수 제임스 네일이 경기 중 맷 데이비슨(NC)의 타구에 턱을 맞아 수술대에 올랐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KIA 선수단이 17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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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야 했다. 선수단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 3년차 우완 투수 황동하가 대표적이다. 새롭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 이의리의 공백을 메웠다. 전상현, 최지민, 김도현 등도 든든하게 뒤를 받쳤다. 프런트의 기민한 움직임도 빛을 발했다. 크로우가 자리를 비우자 곧바로 대체 외인 캠 알드레드를 데려왔다. 시간을 번 KIA는 이후 베테랑 투수 에릭 라우어와 손을 잡았다. 정규리그 한정이지만 에릭 스타우트를 영입, 네일의 빈자리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라고 했던가.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KIA는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한층 더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게 됐다. 이범호 KIA 감독은 “선수들이 이탈할 때마다 걱정이 많이 되더라. 너무 많은 시련을 주시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면서 “다른 선수가 메워주고, 또 부상 선수가 다시 돌아와 팀이 더 강해지는 걸 봤다. ‘쉽게 무너질 팀은 아니구나’ 확신했다. 한 경기 실패할 순 있어도, 두세 경기 이길 수 있는 팀”이라고 끄덕였다.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챙겼다. 한 목소리로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고 외친다. 실제로 올 시즌 가장 많은 역전승(40승)을 해냈다. 7회까지 뒤진 경기서 11번이나 승전고(리그 최다)를 울렸다. 이범호 감독은 “주전 9명, 나아가 벤치에 있는 선수들까지 언제든 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잘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제 시선은 한국시리즈(KS·7전4승제)로 향한다.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그곳으로 나아간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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