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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주년을 맞은 엑스포츠뉴스처럼 다양한 예능, 콘텐츠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없어지는 흐름에서도 10년 이상 꾸준히 시청자를 찾는 프로그램, 현재까지 생명을 이어가는 밈의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재미로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는데요. 엑스포츠뉴스가 창간 17주년을 기념해 대표적인 장수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 장수 밈 보유자 김대희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매주 수요일 밤,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을 간절하게 외치지만, 17년째 시청자의 곁을 굳건히 지키는 프로가 있다.
MBC 최장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를 두고 한 말이다.
‘라디오스타’는 ‘고품격 음악방송, 들리는 TV 라디오 스타’라는 콘셉트로 2007년 5월 30일부터 현재까지 전파를 탔다. 그동안 1700명이 넘는 스타가 출연했고, 이들의 숨겨둔 이야기를 들어보고 숨은 입담꾼도 발굴했다.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장도연 4MC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입담과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질문들로 게스트를 무장해제해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연출자 김명엽 PD가 엑스포츠뉴스 창간 17주년을 축하하며 인터뷰에 임했다.
김 PD에게 ‘라디오스타’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즐겨보며 PD의 꿈을 꾸게 해줬다.
“제가 91년생인데 ‘라스’가 2007년에 처음 생겨서 고등학교 때부터 즐겨봤어요. PD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 프로에서 일하고 있으니 기분이 묘해요. 이렇게 오래 일했는데도 아직 실감이 안 될 때도 있어요. 나름 책임감을 갖게 되고요.
‘라스’는 손에 꼽히는 장수 프로잖아요. 그전에 연출했던 선배 PD분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선배들이 열심히 가꿔놨던 엄청 오래된 맛집처럼 느껴져요. 대를 이어 명맥을 이어가고 다음 후계자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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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생 엑스포츠뉴스처럼 MBC 예능 ‘라디오스타’ 역시 2007년생으로 17주년을 맞았다. 881회까지 달려온 가운데 900회, 1000회 달성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라스’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없어지지 않는 한, 구라 형과 (김)국진이 형의 건강이 유지되는 한 계속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롱런하는 힘이 뭘까 생각해 봤어요. 연예인이란 직업이 있는 한 계속 갈 수 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 나오니 대중문화, 대중예술이 살아있는 한 이어질 수 있다고 봐요. 새로운 인물은 끊임없이 발굴되죠.”
한때는 토크쇼가 한창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관찰, 체험, 요리, 먹방, 여행 예능 등이 대세가 되고 토크쇼의 명맥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라디오스타’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유퀴즈’가 잘되고 있고, 지상파로만 국한하면 ‘돌싱포맨’도 토크쇼에 가까워요. 지금은 종영했지만 ‘나는 지금 화가 나 있어’가 있었어요. 기준을 갖고 하는, 컨셉츄얼한 토크쇼는 꽤 있거든요.
그런데 ‘라스’의 차별화라고 한다면, 포괄적이고 전 범위적인 토크를 하는 거예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재밌는 토크쇼라고 생각해요. 날것, 떼토크의 매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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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방송 사업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상파의 위기가 심화됐다. 이런 환경에서도 ‘라디오스타’는 17년째 사랑받고 있다. 김 PD는 ‘라스’를 된장찌개에 비유했다.
“사실 뼈아픈 얘기이긴 한데 댓글을 보면 옛날에는 진짜 날것의 독한 맛이 있었는데 요즘 독한 맛 다 빠졌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굳이 변명할 건 없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춰 다수의 재미를 추구하고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방향성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OTT를 보면 예능, 드라마 할 것 없이 자본도 많이 들어가고 자극적인 콘텐츠도 많아요. ‘라디오스타’는 된장찌개 같아요. 최근 유행한 탕후루, 마라탕이 자극적이고 맛있지만 결국에는 슴슴한(심심한) 된장찌개 같은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된장찌개를 계속 끓이며 기다리는 요리사 같아요. 똑같은 맛을 유지하면서 가끔은 차돌도, 해물도 넣으면서 손님을 기다리는 거죠. 앞으로도 그렇게 준비할 듯해요. 물론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저희는 다른 매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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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웹예능 등을 제작, 시청자의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스’의 연출을 맡았을 때 기존에 잘하고 있던 ’라스‘만의 특색은 있는데 요즘 시대에 맞는 것들도 시도하고 싶어서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몇 개 했어요. ‘뒤풀이스타’, ‘라디오스타-마이너리그’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서 지상파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유튜브에서만 풀었어요.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 평이나 결과가 나쁘지 않았고요. 다만 인력이 많이 들어가고 제작 환경이 아직은 여유 있지 않아서 잠정 중단한 상태이긴 해요.
유튜브 매쉬업 콘텐츠같이 가벼운 콘텐츠도 꾸준히 하고 있고 ‘라스’ 쇼츠도 몇백만 뷰가 나오는 등 화제 되는 것들이 많아요. 해원 씨가 나온 영상도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올라가고 비비 씨의 ‘밤양갱’ 영상도 화제가 됐어요. 물론 곡을 잘 만든 것도 있지만 ‘라스’가 인기의 창구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봐요.”
최근 농구 선수 이관희가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수제'의 ‘아침먹고 가2’에서 "라스‘는 솔직히 조금 한물간 프로"라고 농담처럼 발언한 바 있다.
김명엽 PD는 “이관희 선수가 누구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침먹고 가’를 좋아하고 장성규 형을 좋아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연락을 많이 하고 실제로 방송도 재밌게 봤어요. ‘생각보다 예능감 있으시네’라며 넘어갔는데 주변에서 오히려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많은 분들이 화를 내시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이관희 선수에게 서운한 건 전혀 없어요. 반박할 것도 없고요. 짧은 스틸만 볼 때는 되게 무례한 말이라고 볼 수 있지만 풀로 보면 장난이라고 했고 코미디인데 욕을 많이 먹으셨더라고요. 오히려 속상한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장난스러운 포인트로 재밌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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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18년 차인 만큼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베테랑 MC들의 진행과 게스트의 진솔한 이야기가 조화돼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다.
“오래된 프로그램인데도 꾸준히 관심과 사랑을 주시고 한 번씩 채널을 돌려 봐주시는 분들이 여전히 꽤 많은 것 같아 감사해요. 앞으로도 늘 그랬던 것처럼 매주 전력투구해서 시청자가 궁금할 스타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놓을 테니 삶에 지쳐서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찾아와주세요. 웃길 준비 하고 기다리겠습니다.
엑스포츠뉴스도 ‘라스’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고 힘든 시기도 많았을 텐데 그런 시기를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네요. 앞으로 서로 멱살 잡고 끝까지 가보자 싶어요. ‘라스’도 후대까지 이어서 잘할 테니 엑스포츠뉴스도 좋은 기자님들을 양성해서 좋은 기사 많이 써주세요.”
사진=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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