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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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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또 찬밥 신세…포스텍 '인종차별' 벤탄쿠르 옹호 "누구나 실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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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아닌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감쌌다.

벤탄쿠르의 손흥민 인종차별 논란이 터진 직후에도 해당 사건에 대한 결정권을 손흥민에게 넘겼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에도 손흥민을 외면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영국축구협회(FA)로부터 기소된 벤탄쿠르와 관련한 질문에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며 벤탄쿠르를 옹호했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 공영방송 'BBC' 등 복수의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최근 영국축구협회로부터 기소당했다. 2023-24시즌과 2024-25시즌 사이였던 지난 6월 벤탄쿠르가 한 우루과이 방송에 출연해 손흥민을 인종차별적 발언의 대상으로 삼은 게 부적절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중순 자국 TV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해 프로그램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진행자가 한국 선수의 유니폼을 부탁하자 "쏘니(Sonny)?"라고 되물었다. 이에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유니폼이어도 괜찮다는 말로 받아쳤다.

영국축구협회가 문제를 삼은 건 직후 벤탄쿠르의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쏘니 사촌의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그 사람들은 모두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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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벤탄쿠르가 지칭한 '그 사람들'은 아시아인. 즉 손흥민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다는 의미였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는 듯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인종차별을 했다.

벤탄쿠르 본인만 모르는 잘못이었다. 벤탄쿠르의 발언이 공개되자 곧바로 논란이 일었다. 안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인종차별과 관련된 사건인 데다, 벤탄쿠르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대상이 토트넘 홋스퍼 동료이자 팀의 주장인 손흥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벤탄쿠르와 손흥민은 절친한 사이로도 유명해 그 충격이 컸다. 두 사람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조별예선에서 같은 조에 묶여 서로를 적으로 마주했는데, 0-0으로 경기가 끝나자 포옹을 나누면서 대화하는 모습으로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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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벤탄쿠르와 손흥민은 서로가 부상을 당했을 때 누구보다 서로를 잘 챙겨주는 사이였다. 지난 2022년 손흥민이 안와골절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찾았을 때 손흥민을 가장 반겼던 선수가 바로 벤탄쿠르였다.

그런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두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점에 많은 팬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벤탄쿠르는 이전에 여러 남미 출신 선수들이 그랬듯 자신의 언행에 인종차별적인 의도가 없었지만, 의도를 떠나 손흥민을 인종차별의 대상으로 삼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본인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벤탄쿠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고, 손흥민도 벤탄쿠르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사과는 사과고, 징계는 징계다. 현재 프리미어리그(PL)에서 활약하고 있는 벤탄쿠르는 영국축구협회가 정해놓은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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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런던'의 토트넘 전담 기자인 알레스데어 골드에 따르면 벤탄쿠르가 위반한 건 E3.1 조항과 E3.2 조항인 가중 위반 규정이었다.

두 조항의 내용을 살펴보면 영국축구협회는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비롯해 코칭 스태프, 관계자 등이 부적절한 언행을 했을 경우 이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명시해뒀다. 또한 부적절한 언행 중 인종, 피부색, 민족, 국적, 성별 등을 차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추가적인 처벌이 부과된다.

선수가 이 조항을 위반할 시 최소 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는다. 최대 받을 수 있는 징계는 12경기 출장 정지다. 벤탄쿠르 역시 조항을 위반했다는 게 인정될 경우 최소 6경기에서 최대 12경기 출장 정지를 받을 수 있다. 그전까지는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에 대해 "누구나 실수를 한다"며 "이번 기회로 배우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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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과 벤탄쿠르 둘이서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사과했고,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사과와 그가 실수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사람이고, 인간으로서 노력하면서 산다. 항상 옳은 일을 하려고 하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 모두가 실수를 한다"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처벌이 아니라 사람들이 속죄하고 배우는 것이다. 관용하는 사회가 되려면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걸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또 "벤탄쿠르가 훌륭한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실수를 했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 또한 안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반성의 기회를 줘 이를 통해 배우고, 다른 사람들 역시 이번 일을 통해 배우는 게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듯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이 더욱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지난 6월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손흥민을 감싸지 않고 손흥민에게 결정권을 넘겼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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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쏘니다. 우리는 손흥민이 하는 대로 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한 일은 처리 중이고, 후에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면서 "지금 중요한 건 이번 일로 영향을 받은 손흥민의 기분과 그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은 미온적이었던 토트넘의 태도와 겹쳐 국내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벤탄쿠르의 징계가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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