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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손준호, 왜 중징계 받았나…中 10개월 구금'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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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기자회견 통해 중국 구금 배경·과정 밝혀

팀 동료 김경도와 20만 위안을 주고 받긴 했지만

거래 이유 밝히지 않은 채 "승부 조작 아니"만 주장

뉴시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9.11. jt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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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진엽 기자 =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중징계를 받은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손준호(수원FC)가 중국에 10개월 동안 구금됐던 이유를 밝혔다.

손준호는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수원종합운동장 내 수원시체육회관 2층에서 진행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알렸다.

손준호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내용과 기자회견 종료 후 뉴시스가 손준호의 대리인 박대연 NEST 대표를 만나 들은 이야기들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본다.

출국 전 공항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


손준호는 지난해 5월10일 청두와 경기한 이후 11일 귀국하려고 했다. 아이들의 건강상 이유로 감독과의 미팅까지 거쳐, 16일에 돌아오겠다는 합의를 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끊었다.

오전 8시3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중국 지난 공항에 도착했으나, 아이들 때문에 준비가 늦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급하게 통역을 통해 비행기 티켓을 새로 알아봤고,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오후 3시30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

공항에 도착해 점심도 먹고, 아이들 장난감도 사는 등 일반적인 귀국길인 듯했다.

하지만 여권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잠시 대기하라는 안내를 받았고, 곧장 공안들이 와 가족들 앞에서 체포당했다.

가족들로 협박해 거짓 진술 강요


손준호는 가족들 앞에서 체포되는 충격이 채 다 가시기도 전에, 공안으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황한 손준호는 "이런 적이 없다. 결백하다"고 주장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체포가 되고 몇 시간이 지난 후 한국말을 잘하지도 못하는 통역이 와서 손준호에게 죄를 지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TV나 드라마를 통해 이런 상황들을 봐왔던 손준호는 "변호사가 필요할 것 같다"며 변호사 고용을 희망했으나, 해당 통역은 '큰일이 아니다. 변호사까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손준호는 변호사를 따로 신청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갇혀있던 손준호는 결국 구치소로 끌려갔다. 도착과 동시에 손준호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내를 구치소로 잡아 와 같이 조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해당 공안은 휴대전화로 손준호에게 손준호의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공항에서 체포된 터라 가족들이 한국에 무사히 갔는지, 아니면 중국에 남겨졌는지, 잘 지내고는 있는지 등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손준호의 공포는 더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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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9.11. jt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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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적용된 손준호의 혐의는 '뇌물 수수'


이런 상황에서 공안은 다시 한번 손준호에게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일에서 15일 뒤 나갈 수 있다. 넌 외국인인 데다, 외교 간의 문제도 있고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 가족 걱정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손준호는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받아들이면서 혐의를 인정했다.

박 대표는 이때 손준호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수수였고, 중국 공안은 손준호가 팀 동료인 김경도(진징다오·중국)로부터 받은 60~70만 위안(약 1억1298만원~1억3181만원)을 문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변호사는커녕 가족들을 안부도 확인하지 못했던 손준호는 혐의를 인정한 뒤, 약 3주 후 가족들의 상태 확인과 가족들이 한국에서 신청한 변호사와의 첫 접견을 할 수 있었다.

이때 처음으로 만난 변호사는 손준호에게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에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해야만 도와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손준호는 가족들로 협박해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점을 알렸고, 이를 들은 변호사는 "잘못도 없는데 왜 혐의를 인정했느냐.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진술을 번복하라"고 제안했다.

다만 한국 정부나 대한축구협회의 도움과 지원을 요청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 손준호의 가족들은 '한국에서 도움을 받자'고 했으나, 변호사는 "그렇게 되면 변호 활동을 도울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손준호는 혼자 중국 내에서 이뤄지는 재판에 서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진술 번복으로 길어진 수감 생활


진술을 번복하자, 중국 공안은 강도 높은 조사를 몇 차례 진행했다. 공안들은 손준호 입장에선 터무니없는 증거들을 가져와서 혐의를 인정하라고 압박했다.

손준호가 계속해서 무혐의를 주장하자, 조사 횟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수개월 동안 단 몇 번의 조사밖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손준호는 공안 조사 단계에서 있었던 수사 과정 영상과 음성 파일을 변호사에게 보여달라고 신청했지만, 조사 영상만 있을 뿐 음성은 들어있지 않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렇게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인물의 제안


그러던 어느 날 단기간에 여러 차례로 수사를 받았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냐"며 수사 이후에는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손준호는 변호사와 중국 영사와 매주 접견이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상의를 통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이런 가운데 재판 전 판사가 따로 불러 따라갔더니, 손준호 눈에는 고위 간부로 보이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너는 절대 무혐의로 나갈 수 없다. 무언가 하나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작은 죄라도 인정해야 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을 시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이를 들은 손준호는 고민에 빠졌다.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눴고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인물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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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생각에 잠겨 있다. 2024.09.11. jt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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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도와 20만 위안


이때 판사는 손준호에게 20만 위안(약 3764만원)이라는 금액을 김경도에게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로 석방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또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축구 선수 경력을 이어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부연 설명까지 달았다.

손준호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프로축구 K리그 무대를 누빌 때 승부조작과 관련한 교육을 잘 받았기에, 어떤 형식으로든 승부조작과 얽히면 선수 생명에 치명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판사는 "승부조작이 아니라 '개인 간의 금품 수수 혐의'다. 축구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문제가 없다"며 손준호를 유혹했다.

10개월가량을 좁은 방에서 20명이 넘는 인원이 지내는 생활에 지친 손준호는 거부할 수 없었다. 하루빨리 한국 땅을 밟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결국 손준호는 '내가 한 경기 이겼을 때 승리 수당으로 16만 위안(약 3011만원)을 받는데, 20만 위안을 대가로 승부조작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은 손준호를 향해 "절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선 안 된다. 발설 시 큰 문제로 삼을 것이며, 축구도 더는 못할 거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손준호는 실제로 김경도로부터 20만 위안을 받은 건 맞지만, 친한 동료로서 금전 거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절대 불법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힘줘 말했다.

그 뒤로 손준호는 형식적인 재판을 거쳤다.

박 대표에 따르면 손준호는 중국 법원에서 20만 위안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판사와 형량을 협상해 이미 구금됐던 10개월만큼의 형량을 받는 거로 정리됐다.

그렇게 석방된 손준호는 10개월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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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9.11. jt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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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이유와 이제야 밝히는 까닭


손준호는 앞서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인물이 강조했던 이유와 중국에서 겪은 고통을 상기하고 싶지 않아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토록 바랐던 축구에만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수원FC에서 득점까지 넣는 등 다시 정상궤도를 그리는 듯했다.

하지만 중국축구협회가 10일 손준호를 영구 제명 징계를 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손준호 입장에선 중국 측이 먼저 약속을 깼기 때문에,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이야기하고 싶다"며 지금이라도 그때 있었던 일을 거짓 없이 밝힌다고 주장했다.

승부조작은 단 한 번이라도 인정한 적도 없다는 걸 강조했다. 중국 재판부가 손준호가 승부조작을 했다고 본 대상 경기는 지난 2022년 1월에 있었던 상하이 하이강과의 경기다.

손준호는 해당 경기를 90분 동안 소화했고, 강팀인 상하이 하이강을 상대로 무승부까지 기록했기에 승부조작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승부조작으로 체포된 팀 동료들 대부분은 경기에 뛰지도 않았다며 자신은 승부조작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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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4.09.11. jt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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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혐의 입증 자료는 없지만, FIFA의 판단에 기대


중국축구협회가 중국 내 징계를 내린 만큼, 당장 손준호가 경기를 뛰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도 관련 내용을 알릴 예정이다. 만약 FIFA가 받아들이면, 손준호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축구 선수로 활약할 수 없게 된다.

축구계 최상위 기구인 FIFA의 판단이 중요한 만큼,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를 총괄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손준호의 소속팀 수원FC도 별다를 조치를 취하진 않고 있다.

가장 빨리 지금의 사태를 수습하는 방법은 손준호가 무혐의라는 걸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승부조작이 아닌 죄목이 적힌 판결문도 없는 상태며, 중국 공안이 손준호를 협박해 거짓 진술을 끌어낸 사실도 증거가 없다.

문제가 된 20만 위안을 주고받았을 시점에 있어야 하는 휴대전화 기록도 다 지워졌다. 구치소에 있는 동안, 중국 공안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받아 손준호의 아내가 포렌식을 했지만 딱 해당 기간 기록만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기댈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박 대표는 "손준호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어 (FIFA가) 중국축구협회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FIFA가 빨리 반응해 주길 바란다. FIFA는 특정 축구협회의 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들이 직접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손준호가 승부조작 혐의가 없단 사실이 증명될 거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FIFA가 중국축구협회 측의 손을 들어주면 변호사 등을 선임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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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9.11. jt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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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wlsduq1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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