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아너'에서 김명민과 대립…섬세한 열연 눈길
고생의 길을 택한 이유
배우 손현주가 <더팩트>와 만나 지니TV 오리지널 '유어 아너' 종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튜디오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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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매번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쉽지 않은 길을 자처한다. 고된 촬영이었음에도 극 중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들며 시청자들에게 인물이 지닌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배우 손현주가 왜 존경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 '유어 아너'다.
최근 손현주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누리꿈스퀘어에서 <더팩트>와 만나 지니TV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 연출 유종선)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손현주는 극 중 평생을 법 아래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온 판사 송판호를 연기했다. 송판호는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된 아들 송호영(김도훈 분)을 살리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는 인물이다.
작품은 공개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지난해 촬영돼야 했던 '유어 아너'이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계속해서 제작이 미뤄졌다. 손현주가 수정된 대본을 받은 건 2022년 말이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손현주와 김명민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기다려야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어렵게 나온 결과물이 오늘의 '유어 아너'다. 손현주의 감회도 남달랐다. 그는 "이번에도 못 하면 어떡하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끝이 나는 걸 보니까 안도가 된다"고 전했다.
손현주가 '유어 아너'의 출연을 결정한 데는 김재환 작가의 대본이나 김명민의 출연 등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10년 이상 된 매니저의 한 마디였다. 손현주는 "대본을 받았을 때 매니저가 '선배는 고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선배의 모습을 보고 따라와 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10년 전 고생을 많이 한 역할이 있었는데 바로 영화 '추적다'다. 이후 내겐 쉬운 역할이 잘 안 들어오더라. 그래서 '유어 아너'가 얼마나 고생스럽겠나라는 생각으로 출연을 선택했다. 그러나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매니저의 말에 100% 공감해요. 매니저라는 직업은 단순히 배우들을 이동해주고 서포트 해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작품 하는 동안 '어떻게 봤느냐'고 물어보며 의견을 나누는 저의 동반자죠. 제 매니저는 아직도 욕심이 있나 봅니다. 배가 고픈지 제게 더 고생을 해야 한다고 시키네요.(웃음)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따르려고 합니다. 편한 드라마를 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것 또한 저의 운명이고 숙명이면 받아들여야겠죠."
배우 손현주가 '유어 아너'를 고생하는 동안 겪은 안타까운 개인사와 극 중 송판호를 연기하기 위해 한 노력 등을 언급했다. /스튜디오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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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작업이 이어진 가운데 손현주가 '심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표현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촬영 도중인 지난 6월 18일 친형이자 사진기자였던 손홍주 씨를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손현주는 제작발표회 때부터 인터뷰까지 형을 언급하며 "유난히 형이 많이 떠오르는 날"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손현주는 인터뷰 내내 그리고 끝난 후에도 기자들을 챙기기도 했다.
손현주는 "지병도 없던 형이 갑자기 떠나서 힘들었다. 연천 촬영장에 있었는데 일정을 끝내지 못하고 바로 올라왔다. 발인까지 마치고 다시 촬영장에 합류했는데 여러 마음이 교차하더라"고 돌이켰다.
"1900년대 초 방송에 데뷔한 후부터 형은 제 팬이었어요. 동생을 유달리 사랑하고 아끼는 형이었죠. 가금은 제가 다 민망할 정도로 저를 챙겼어요. 곧 형을 찾아갈 생각인데 '유어 아너' 어떻게 봤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나중에 저도 올라가게 되면 그때도 같이 재미있게 사진 찍으면서 놀고 싶어요."
배우 손현주가 '유어 아너'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스튜디오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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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 아너'는 손현주와 김명민을 주연으로 내세우며 두 배우의 연기 차력쇼를 마련했다. 손현주와 김명민 모두 데뷔한 후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호흡을 맞춘 건 '유어 아너'가 처음이었다. 이에 손현주는 "'베토벤'부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순신'까지 김명민의 드라마를 많이 봤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만나고 싶었다"며 "많이들 '연기 대결'을 펼친다고 하는데 대결이 아니다. 함께 같이 가는 거다. 이번 작품을 통해 김명민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소중한 인연이 한 명 더 늘었다"고 밝혔다.
두 아들을 연기한 김도훈과 허남준을 언급하기도 했다. 손현주는 "이 드라마에는 손현주와 김명민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도훈이와 남준이가 나온다"며 "두 배우가 극 중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리고 '유어 아너' 이후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봐 줬으면 한다"며 후배 배우들을 살뜰히 챙겼다.
"먼저 제 아들로 나온 도훈이는 가장 어려서 그런지 굉장히 밝아요.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달라지죠. 어떨 때는 당황스럽기도 해요. 나한테 소리를 지를 것 같지 않은 앤데 갑자기 소리를 쳐요. 그만큼 연기에 몰입한 거죠. 그럴 때면 당황보다는 도훈이의 연기를 받아주려고 해요.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받아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죠. 그래서 도훈이 걔 마음껏 했습니다.(웃음)"
배우 손현주가 김명민과 김도훈 허남준의 연기 호흡을 전했다. /스튜디오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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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의 연기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을 빼놓을 수 없다. 순식간에 빨개지는 눈가가 곧 울 것 같은 그의 모습을 대변하며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눈 깜빡임도 절제하려는 손현주의 노력이 들어갔다.
손현주는 "눈 깜빡임도 감정을 흩트린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그래서 되도록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충혈될 때가 많다. 어쩐지 눈이 아플 때가 많더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마지막까지 손현주의 연기관을 엿볼 수 있는 말들이 이어졌다. 손현주는 최근 계속해서 장르물 위주로 작품이 들어오고 있다며 자신 역시 이제는 충혈된 눈 말고 맑은 눈을 할 수 있는 드라마도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잘생긴 얼굴이 아니다 보니 고난과 고통이 따르는 역할을 많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대학로에서 방송으로 넘어온 지금까지도 항상 목숨을 걸자는 마인드로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마음이다. 다만 요즘 MZ 세대는 제가 코미디 했던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코미디도 내심 하고는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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