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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영구 제명’ 손준호 “중국 공안이 가족 들먹이며 협박해 거짓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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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0만원 받았지만 이유는 기억 안 나…불법 아냐”


이투데이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11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중국축구협회(CFA)로부터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아 선수 생활을 마감할 위기에 놓인 손준호(32ㆍ수원FC)가 팀 동료로부터 20만 위안(약 37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준호는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산둥 타이산 동료 진징다오로부터 20만 위안을 받은 건 맞지만, 정확히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절대 불법적인 이유는 아니다”고 했다.

중국에서 2년 6개월간 생활하며 진징다오와 절친한 사이였고 금전 거래도 자주 있었다는 손준호는 “돈을 빌렸다가 갚은 것일 수도 있다. 그 친구가 운영하는 축구 교실에 큰 금액을 선물한 적도 있고, 부모님의 수술도 도와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 큰돈을 벌다 보니 당시에는 그 금액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만 위안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주고받는 일이 자주 있었냐’는 질문에 손준호는 “매번 그러지는 않았다. 그렇게 큰돈이 오간 일은 많지 않다”고 답했다.

‘드문 일이면 이유를 기억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국내에서 손준호는 검소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며 “수당이 워낙 크다 보니 돈에 대한 감각이 변한 것 같다”고 대신 답변했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진징다오가 자신에게 돈을 주고, 옷과 신발을 사줬다는 진술을 들었다며 “사람을 너무 믿었던 것이 충격이었다. 이후 그 친구와 연락을 끊었고, 지금은 그의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중국 법원에서 20만 위안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판사와 형량을 협상해 이미 구금된 10개월만큼의 형량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손준호는 “그러나 승부 조작 혐의는 단 한 번도 인정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안이 금품수수 혐의를 적용하면서 20만 위안의 대가로 무엇을 제시했냐’는 질문에 손준호는 “처음에는 그런 방향으로 조사했지만, 나는 불법도 아니고 승부 조작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하기 어렵다”고 애매하게 답했다.

손준호 측에 따르면 공안은 지난해 1월 상하이와의 경기를 지목하며 손준호가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고 봤다. 그러나 정확한 조작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으며, 진징다오의 진술과 손준호의 초기 거짓 자백 외에는 문자 메시지 등 물증도 없었다고 한다.

손준호는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경기했고, 그 경기에서 강팀과 비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중국 공안이 승부 조작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 경기 후 5~6일 뒤 진징다오로부터 20만 위안을 받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손준호는 공안의 협박에 거짓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손준호는 “공안이 내 아내를 체포해 구치소에서 함께 조사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내 휴대전화에 있는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에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겠냐’며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고 울먹였다.

검은색 수원FC 트레이닝복을 입고 여유로운 자세로 기자회견에 임했던 손준호는 회견이 시작되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연신 눈가를 훔쳤다.

손준호는 “공안이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7~15일 내로 석방될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어서 보석도 가능하다는 회유를 받았다”며 “그저 빨리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공안 조사 당시 불법적인 수사를 받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음성 파일을 공개하고 싶었다는 손준호는 “공안은 영상만 있을 뿐 음성은 없다고 한다. 그들에게 증거라는 것은 초기 압박 수사를 통해 얻은 내 거짓 자백뿐”이라고 말했다.

CFA는 전날 “손준호는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부당한 거래에 참여했고, 축구 경기를 조작해 불법적인 이익을 취했다”며 “그의 축구 관련 활동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CFA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영구 제명 징계를 통보하고 FIFA가 이를 검토해 각국에 전달하면,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선수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 공항에서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돼 이후 형사 구류 상태에서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약 10개월간 구금된 끝에 3월 석방된 손준호는 6월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무대에 복귀해 팀의 중요한 선수로 활약해왔다.

[이투데이/이동욱 기자 (tot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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