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2년 9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급락
중국 경기 둔화로 전 세계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국제유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의 선물 가격은 2년 9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미끄러졌다. 미·중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리면서 월가에서는 내년 국제유가가 60달러까지 고꾸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69.19달러로 전장 대비 3.69% 내렸다. 브랜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또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96달러(4.31%) 내린 배럴당 65.75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은 장중 한때 5% 넘는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하락으로 올해 들어 현재까지 WTI 가격의 하락률은 8.23%까지 확대됐다. 이번 달 하락률만 10.61%에 달한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을 반영해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기존 하루 211만 배럴에서 203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또 OPEC은 내년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170만 배럴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하루 4만 배럴 정도 낮은 수치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경기둔화와 함께 전기차로 자동차 시장이 재편되면서 원유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다. 여기에 OPEC+(OPEC과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도 오는 12월부터 산유량을 늘릴 계획이어서 공급 과잉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미즈호증권의 밥 야거 에너지 선물 선임 디렉터는 “중국과 OPEC의 원유 수요 파괴가 이날 시장을 K.O. 시킨 원투 펀치였다”며 “놀랍게도 열대성 폭풍과 허리케인이 미국 걸프만의 원유 생산 시설로 다가오는 와중에도 유가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원유 수입은 올해 약 3% 하락했다”며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연간 기준으로 하락한 것은 2006년 이후 세 차례뿐인데 그중 한 번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이었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미·중 경기 하강 우려로 인한 원유 수요 둔화 전망과 산유국 공급 과잉을 이유로 국제유가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전날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4분기 배럴당 평균 7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씨티그룹은 현재 원유 시장이 공급과잉이며, OPEC+가 추가 감산에 나서지 않으면 2025년 원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금융서비스업체 BOK 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트레이딩 담당 수석 부사장은 “중국 수요 둔화가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많은 트레이더는 이제 아시아 수요 감소가 장기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아주경제=조재형 기자 grin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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