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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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때는 1기 신도시 물량 덕에 버틸만했다. 지금이 최악이다.”
경기도 남부지역 공사현장에 인력을 공급하는 ‘재광인력’은 지난해 하루 평균 220명을 건설현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올해는 100명 수준으로 인력 투입 규모가 뚝 떨어졌다. 1995년부터 회사를 운영 중인 이재선 대표는 “공사 원가가 급등하며 현장이 거의 멈췄다”며 이렇게 말했다. 건설업 고용 시장 한파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강하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15살 이상 취업자는 2880만1천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만3천명 늘었다. 두 달 연속 10만명 대 증가폭을 보인 셈이다. 훈풍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취업자 증가 규모가 9만명 내외이던 5·6월 때보다는 사정이 나아진 것이다.
반면 건설업 고용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204만2천명으로, 전년 대비 8만4천명 줄었다. 2013년 이후 가장 감소폭이 크다. 올해 1월 7만3천명 늘어난 이후 매월 증가 폭이 줄어들더니 지난 5월(4만7천명) 감소세로 전환한 데 이어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다. 흐름도 나쁘다는 뜻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 규모와 주택 착공 물량 모두 전년 대비 17.4%, 36.2%씩 쪼그라든 영향이 시차를 두고 고용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황세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위원은 한겨레에 “하반기 건설 시장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공사들이 마무리고 있는데 앞으로 (공사가) 확정된 물량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케이디아이는 최근 펴낸 경제전망에서 올해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0.4%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정부도 건설업 고용 한파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건설업 일자리 지원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조만간 ‘공사비 안정화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이 건설 투자 위축으로, 또다시 건설업 일자리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간담회에서 “9월 중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 건설 투자 부분이 활기를 띨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 자료를 보면,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 7월(잠정) 현재 128.94로, 고물가 현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7월보다 29.60포인트 상승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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