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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과 다르네" 해리스 판정승…트럼프는 기자실 깜짝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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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트럼프, 미국 대선후보 첫 TV토론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큰 주목을 받은 10일(현지시간) 대선 TV토론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했다. 경제, 이민, 낙태, 외교 등 다양한 이슈에서 해리스가 빈틈없이 준비한 공격을 펼치면서 트럼프가 예상 밖으로 수세에 몰리는 모습이 관측됐다. 관전평은 전반적으로 해리스의 판정승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다만초박빙 구도를 깰 만한 결정타는 없었단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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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을 약 8주 앞두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토론에서 맞붙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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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특훈 효과? 2차 TV토론 성사될까

이날 전 세계의 눈은 두 후보가 마주 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 쏠렸다. 민주당 후보 교체 후 트럼프와 해리스의 첫 맞대결로서 초박빙 판세에서 누가 승기를 잡게될지를 결정할 중대 분수령이 될 거란 분석이 나오던 터다.

해리스는 이날 차분한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트럼프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붉은 넥타이를 매고 무대에 올랐다. 두 후보는 처음 악수를 나누며 토론을 시작했지만 90분 동안 이어진 신경전 끝에 악수 없이 토론장을 떠났다.

대통령 후보로서 처음 트럼프를 대면한 해리스는 긴장된 표정으로 토론을 시작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 해리스는 검사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를 겨냥해 면밀히 준비된 공격 멘트를 쏟아냈다. 해리스는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경제 이슈에서 트럼프 임기가 끝날 무렵 미국 경제가 엉망이었다고 지적했고, 중산층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펴려는 자신과 달리 트럼프는 스스로와 부유층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민 문제에서 트럼프는 해리스를 강하게 밀어 붙였다. 그는 불법 이민자가 넘쳐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미국을 범죄 소굴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곧 불법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언급하는 실수로 이어졌다. 현장에선 트럼프 발언 후 실소가 터져 나왔고 진행자는 곧바로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잡았다.

또 해리스는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미국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친밀하게 지냈다는 점도 트럼프의 약점으로 공격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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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TV토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리키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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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해리스를 바이든과 한 몸이란 것을 상기시키며 바이든 정부에 대한 실망에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해리스의 준비된 대응이 돋보였다. 트럼프가 "그녀는 바이든이다"라고 하자 해리스는 기다렸다는 듯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조 바이든이 아니고 도널드 트럼프도 아니다"라며 새 시대의 리더십을 제시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해리스는 또 트럼프가 발언하는 동안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실소를 터뜨리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는 등 다양한 표정으로도 주목받았다. 음소거 규칙에 따라 최대한 표정을 활용해 트럼프 발언의 신뢰성을 흔들려는 잘 짜여진 전략으로 풀이된다.

토론이 끝나자 두 캠프는 일제히 토론 승리를 선언했다. 해리스 캠프는 토론 자신감을 드러내듯 추가 토론도 가능하단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 인생 최고의 토론"이라며 자찬했다. 트럼프는 이날 토론장 밖에 마련된 스핀룸(기자실)에 깜짝 등장하며 기자단을 만나 거듭 토론 성과를 과시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토론이 잘 안됐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는 스핀룸에서 "해리스가 오늘 밤 졌기 때문에 한 번 더 토론하려는 것"이라며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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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TV토론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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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평가를 예견한 듯 트럼프는 토론 진행자들이 편파적이었단 주장도 이어갔다. 그는 토론이 불공정했다면서 3:1로 싸운 셈이라고 주장했다. 진행자 2명과 해리스가 한 편이 돼 자신을 공격했단 것이다.


외신 '해리스 판정승'…초박빙 판세는 계속될 듯

주요 외신은 해리스가 토론에서 우위를 점했단 평가를 내렸다. 폴리티코는 "해리스가 승리했고 접전은 아니었다"며 승패가 명확히 갈린 토론이었다고 평했다. 로이터는 "검사 출신 해리스가 초반부터 토론 주도권을 잡고 트럼프를 흔들어놨다"며 "눈에 띄게 흥분한 트럼프가 거짓으로 가득 찬 반박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전했다.

시장도 이번 토론이 해리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반영했다. 정치 베팅 사이트 프레딕트잇에선 토론 시작 전 해리스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거의 비슷하게 반영했지만, 토론이 진행되면서 해리스가 트럼프와의 격차를 7포인트까지 벌렸다. 아시아 증시에서 낙태약 제조사 주가도 올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반면 트럼프 수혜주로 평가받는 비트코인은 토론이 진행되면서 1% 하락했다.

다만 이번 토론이 해리스가 완전히 승기를 잡는 계기가 되진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폴리티코는 "유권자들은 해리스가 트럼프를 정면으로 상대하는 모습을 처음 봤고 해리스는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했다"면서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팽팽하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박빙의 승부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뮤렌버그대학의 크리스 보릭 정치학교수는 "이번 토론이 향후 여론조사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리스가 트럼프에 미끼를 던지며 흔들었지만, 트럼프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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