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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하 "20주년 정규 앨범, 출산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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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한 느낌이에요."

윤하가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으로 돌아왔다.

윤하는 1일 정규 7집 '그로우스 띠어리(GROWTH THEORY)'를 발매했다. 3년만 정규다. 10곡의 자작곡으로 채웠다.

20주년을 기념한다는 자체가 아티스트에게도 큰 기쁨이자 부담이었을 것이다. 윤하는 "일년동안 열심히 만들었다. 속 시원하다"며 제작 과정을 산고에 빗댔다.

'역주행 효자곡'이 된 '사건의 지평선'을 비롯해 우주에서 모티브를 따 온 곡들을 선보이는 윤하는 어느새 '우주 여신'으로 불린다. 지난해 대통령실에서 주최한 '우주경제 개척자' 간담회까지 초청 받으며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

이번엔 '태양 물고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바다 속 해양생물에 집중했다. 윤하는 "과학채널 위주로 보다보니까 알고리즘에 관련한 콘텐트가 많이 뜬다. 이젠 생물학도 뜨고 화학도 뜨더라"며 "여전히 모르는 것들이 많고 신기한 이야기가 많아서 여러가지로 접목해 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인터뷰 내내 윤하에게 기분 좋은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척척 대답하는 솔직함과 재치, 음악에 대한 애정에서 '20주년의 연륜'이 느껴졌다.

-2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을 발매했다.



"속이 시원하다. 나만 알고 있던 친구를 출산한 느낌이다. 이젠 모두의 것이 되었으니 듣는 분들이 즐겁게 해석하며 들어주면 좋겠다."

-'사건의 지평선' 이후 우주와 노래의 결합이 많아졌다. 관심과 비례하나.



"과학채널 위주로 보다보니까 알고리즘에 그런 것만 뜬다(웃음). 생물학도 뜨고 화학도 뜨더라. 모르는 것들이 많고 신기한 이야기가 많아서 여러가지 접목을 해보려고 한다. 보다 보면 삶의 자세나 관계성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제목은 과학적인 키워드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관계성에 대한 성찰이 많다. 이번 앨범에서 '라이프 리뷰' 같은 경우엔 조심스럽긴한데 아버지와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섣불리 옳다 그르다 할 영역이 아닌듯 한데 아직 그런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남겨진 사람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 뭘까 고민하다 나오게 됐다."

-첫 트랙이 '맹그로브'인데 이 곡은 어디서 출발한 것인가.



"호주 여행가서 맹그로브라는 나무를 만나면서 시작된 앨범이다. 이런 곡으로 시작해야겠다는 계획이 섰다. 바다를 여행하는 소녀 이야기면 어떨까 싶었다. 심해와 미지의 세계. 알수 없는 동료들과 '원피스'처럼 나아가면서 누비는 느낌을 그리고 싶었다. 바다에 관한 영화도 많이 보고 최연소로 세계일주 한 사람의 책도 읽었다. 그렇게 주제에 맞는 트랙들을 만들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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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은 윤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담은걸까.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면 가수에 대한 장르가 나오는데 난 락·발라드·알앤비 다 나온다. '뭐든 합니다' 느낌인데(웃음) 이번엔 락 앨범이라 할 수 있길 바랐다. 업그레이드 된 락커의 모습이 담긴 윤하의 앨범을 만들자 싶었다."

-세계관을 모르고 들어도 좋은가.



"편하다. (어려운) 제목에서 오는 편견이다. 낚시성도 있다. '뭐야 이거' 할 수 있는데 독특하게 만들었지만 음악은 난해하지 않다. 가사의 내용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리스너들의 품격이 높아져서 잘 들어줄 거다."

-앨범이 나오자마자 리뷰도 올라오고 팬들과의 남다른 유대감이 느껴졌다.

"난 발매하고 1~2주 정도 큰소리 낼 수 있다. 유일한 시기다. 팬들에게 리뷰를 부탁했다. 팬들도 정규앨범이라 애착을 많이 갖고 있는 듯 하다."

-점점 락 음악이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락은 안된다던 시절도 있었다. 발라드 하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다 '사건의 지평선'이 많은 사랑을 받고 QWER도 그렇고 데이식스도 그렇고 밴드 음악들이 조금씩 메이저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더 해보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장르적으로는 원숙해지면 재즈를 해보고 싶다. 언제가 될진 잘 모르겠다. 약간 '맹그로브'에서 '찍먹'처럼 해보긴 했다."

-'사건의 지평선'을 통해 새롭게 얻게된 동력이 있을까.



"너무 감사하다. 그 곡이 잘되고 나서 20년 만에 체조경기장에 입성했다. 해보진 않았지만 결혼식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잊었던 일가 친척 다와서 축하해주는 느낌이었다."

-'비밀번호 486' 신드롬 때랑 비교하면 어떤가.



"그땐 잘 기억이 안 난다. 워낙 오래되기도 하고. 당시에 너무 바빴다."

-대통령실에서 한 '우주경제 개척자' 간담회도 다녀왔다. 가수로서 이색 경험인데.



"대통령실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길래 우주 관련 노래를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아니라는 거다. 내게 5분간 스피치를 하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열심히 준비해서 갔다. 너무 떨렸다. 거기에 누리호 쏘신 분도 있고 인공위성을 만든 분도 있고 대단한 곳이었다. '내가 이런데를 왔구나' 성공한 인생같긴 했다."

-이번 앨범으로 해양수산부에서 연락온다면 어떻게 할 건가.



"기다리고 있다. 수협에서도 연락오면 좋겠다(웃음)."

-궁극적으로 이 앨범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지난 앨범 같은 경우엔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이야기이길 바랐다. 핵개인화 시대라고도 하지만 결국 우리어야 하는 이유랄까. 물론 프라이버시도 중요하고 개인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성장은 홀로 이룰 순 없는 듯 하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음원 차트 순위에 대한 부담감은.



"성적에 대한 부담은 대표님이 가져야 할 문제다. 나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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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데뷔 20주년이다. 달려올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



"부채감? 팬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팬들은 항상 '매진과 판매량으로 혼쭐을 내주마' 한다. 물론 음악을 너무 그만 두고 싶었던 순간이 있다. 내가 만든 레이블이 와해되는 일이 있었다. 내 팀을 잃게 되면서 다시 혼자가 됐다. 정규 앨범을 5년 넘게 못내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 나를 다시 일으켜준 건 아파트였다. 한강뷰 아파트를 샀었는데 물론 대출을 엄청 많이 받았지만 그 집에 앉아 있으면 문고리 하나 마루 타일 하나도 팬들이 다 사준 것 아닌가. 그 곳에 살면서 앨범을 5년간 안내니 (마음이) 불편했다. 이만큼 잘해주고 후원해줬는데 난 정작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안하는게 불편해서 뭐라도 하려고 다시 두드렸다. 덕분에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앨범의 공백기 동안은 어떻게 지냈던건가.



"일은 계속 했다. 행사도 하고 라디오도 하고 바쁘게 지내긴 했다. 다만 팬분들이 원하는 형태의 모습은 아니었을 듯 하다. '이제야 윤하가 돌아왔다' 싶었을텐데 엉뚱한 걸 하니 걱정도 많이 해줬다. 팬들이 포기 안하고 나를 잘 키워줘서 지금의 앨범이 나올 수 있음에 애틋하고 감사하다."

-데뷔 초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한류 열풍의 10대 소녀'인데 벌써 30대가 됐다. 데뷔초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를 기억해 준다는 게 감사하다. 쉽게 잊혀질 수 있는 곳이지 않나. 그때 윤하에게는 '멋있는 척 하지 말고 허세 가득한 말 좀 하지 말고. 고생은 네가 다 하냐'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대견한 마음도 공존할텐데.



"일도 많이 하고 휘둘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많이 배웠다. 잘 버텨준 그 때 그 친구(나)에게 너무 고맙다. 그저 견디고 힘든지도 모르는 상태로 했지만 운이 좋게 크게 다치지 않고 이끌어준 친구니까 고맙다."

-한 분야를 20년간 이어간다는 건 쉽지 않았을텐데 소회는.

"내년부턴 이론을 다시 공부하려 한다. 지도자 과정 등을 들으면서 내가 어떻게 체득하면서 언어화해야할지 고민해 봐야할 듯 하다. 나만의 음악이 있긴 있다. 윤하의 음악의 에센스가 여기 있다는 게 감각적으론 알지만 표현이 어려워서 공부를 해야한다."

-20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걸 이루고 음악적으로 장기간 성공적인 커리어를 달렸지만 더 이루고 싶은게 남았나.



"에스파와의 협업이라면 뭐든 좋다. 에스파 주려고 곡도 썼다. 카리나 씨 사랑한다. 멤버들이 예쁘고 잘하고 열심히 한다. 함께 하면 재밌는 이벤트가 될 듯 하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반려가수를 잘 키웠으니 '너무 고생 많았다'고 하고 싶다. 잘 키워준 만큼 보답하고 싶다. 효녀가 되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거다. 아무리 음악을 잘하고 싶고 자본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피드백을 주는 분들이 없었다면 성장하지 못했을 거다. '이게 안티냐' 싶을 정도일 때도 있지만 모든 것들이 도움됐다. 앞으로도 솔직한 피드백을 부탁한다."

-어떤 목표를 품고 음악하고 있나.



"조용필 선배님처럼 50주년까지 하고 싶다. 20년 하는 것도 생각하면 힘든데 55년쯤 됐을텐데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뵐까 한다. 팬들과 나중에 게장을 메뉴로 한 디너쇼를 하자고 약속했는데 언젠가 올 그때까지 잘 살아있어야 한다. 성황리에 잘 치르길 기대하고 있다."

-가수 인생을 산에 비유한다면 어떤 푯말을 꽂아놓고 싶은가.



"'분기점' '올라가는 곳' '내려가는 곳' 등 푯말이 동시에 있는 구간이 있는데 거기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거기 뭔가를 꽂는다면 '올라가도 별건 없지만 기분은 좋음'이라고 쓰고 싶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C9엔터테인먼트



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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