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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최정아의 연예It수다] 박수홍, 해피엔딩 머지 않았다 (가족이 너무해)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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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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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넘게 일했는데 제 통장에 3380만 원 남아있더라.” 박수홍이 가족과 ‘절연’을 결심하게 된 송사의 시작점이다.

1991년 KBS 공채 7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 연예계에 발을 들인 후 단 한 번의 큰 사고 없이, 공백기 없이 일했다. ‘근면 성실의 아이콘’, ‘개그계 신사’. 박수홍을 수식하는 말이다.

그런 그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3380만 원이라니. 2022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대기업 초봉 평균(3880만 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박수홍은 자신이 보유한, 이른바 ‘깡통전세’ 보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보험을 해지했다는 사연을 털어놨다. 이로 인해 처음 형의 횡령을 의심하게 됐다고. 그는 “내 통장에 3380만원이 있었다”며 “임차인에게 내어줄 전세 대금(보증금)이 없어서 내 생명보험을 해지하고 집을 처분해서 지불했다. 돈이 있었으면 왜 보험을 해지했겠나. 그때부터 상황을 인지해서 내 계좌 기록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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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박수홍의 친형 박씨는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연예 기획사를 차리고 박수홍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면서 회삿돈과 박수홍 개인 자금 등 모두 61억 7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2022년 9월 구속기소 됐다. 10차례에 걸친 공판 끝에 지난 2월, 1심에서 친형 박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박수홍과 친형 모두 항소, 2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기자는 박수홍과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출연자와 MC로 약 3년 넘는 시간 동안 호흡을 맞췄다. 한 달에 2∼3회 녹화를 통해 만나 수십 번의 단체 식사와, 수백 시간의 크고 작은 대화를 나눴다.

녹화 중 그리고 사담 중에도 박수홍은 가족, 특히 현재 갈등 관계에 놓인 큰형 부부에 대해 감사함을 자주 나타냈다. “저희 형은 지금도 경차를 끌고 다닌다. 차를 바꾸시라고 해도 필요 없다고 한다. 친형이지만 진짜 존경한다” 등 자기 재산을 관리해 준 큰형 부부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인 바 있다.

박수홍은 “지난 수많은 세월 동안 저를 위해주고 제 자산을 지켜준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했고, 그걸 믿게 만들었다. 경차를 타고 종이가방을 들고 내 앞에서 늘 나를 위한다고 말했고, 입버릇처럼 ‘내가 월급 500만 원 이상은 가져가는 게 없다’, ‘다 너를 위한 거다’라고 했다. 마곡 상가를 지나가면서 ‘다 네 것이다’라고 나를 기만했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 지역 8채의 부동산 역시 서류상으론 박수홍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수홍의 심경은 1심 선고를 앞두고 법원에 제출한 엄벌탄원서를 통해 보인다. 그는 “(친형 부부는) 부모님을 앞세워 증인을 신청하였고, 부모님에게 거짓을 주입해 천륜 관계를 끊어지게 하고 집안을 풍비박산 낸 장본인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족법인이라 주장하며 가족인 피해자에게는 그 어떤 것도 공유해주지 않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족 법인인가? 그들이 지금껏 독자적으로 운영하였고 저를 속여 마음대로 금전을 빼돌린 법인”이라고 주장했다.

박수홍은 지난 세월 자신의 삶에 대해 “저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저 혼자 피고인들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사랑했다. 그들은 저를 돈 벌어오는 기계, 돈 벌어오는 노예 따위 수준으로 대했다”면서 “분통이 터지고 억울하여 찢기듯 가슴이 아프고 한이 맺히고 피눈물이 난다. 부디 저의 지난 청춘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시고 피고인의 악행의 고리를 끊어내 주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마음의 고통은 건강 이상으로 나타났다. 30㎏이 빠졌고, 영양실조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체지방에 골밀도까지 수치가 바닥을 찍었다. 나무토막 하나가 걸어 다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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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를 살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가족’, 아내 김다예 씨다. 박수홍은 아내를 향해 “정상적인 사람과 결혼했으면 행복하기만 했을 사람이다. 제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오물을 뒤집어썼다”며 “악성루머와 억측들 때문에 사람에 대한 불신이 커졌을 때인데 아내가 저를 살렸다. 지금도 ‘왜 날 떠나지 않았냐?’ 물어보면 ‘내가 떠났다면 1000% 오빠는 잘못됐을 거야’ 하더라. 내가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랑이 사람 하나를 살린 셈이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법적 분쟁, 사이버 렉카들의 허위사실 유포는 박수홍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는 “아이를 바라는데도 안 생겼다. 정자 활동성이 떨어져서 시험관 시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엔 인간 혐오가 생겼었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금 박수홍의 눈에는 생기가 돈다. 전성기 때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다. 산삼을 먹는 것처럼 힘이 나는 이유는 딸 전복이(태명) 초음파 사진 덕. 10월에 아빠가 된다. 자신을 닮아 다리가 길고, 아내를 닮아 코가 높단다. 예비 ‘딸 바보’ 면모가 엿보인다.

박수홍은 “지금은 세상이 겁나지 않는다”며 “(딸은) 선물 같다. 전복이(태명) 덕분에 신나게 일할 수 있고, ‘이 좋은 세상 어떻게 먼저 죽나?’ 싶더라. 행복하게 물불 안 가리고 잘 살 것”이라고 다시 찾은 삶의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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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응원남’. 이제 온 국민이 박수홍을 부르는 수식어다.

오랫동안 연예계를 지켜본 결과 논란을 맞이한 연예인의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위기가 파도처럼 덮쳤을 때, 그대로 잠식되는 사람과 파도를 타고 천천히 나오는 사람. 박수홍은 후자다.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동료들, 우정을 나눴던 비연예인인 지인들이 앞다퉈 나타나 그의 구명조끼를 자처하고 있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이자 남편, 사회적 해피엔딩은 그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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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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